<발주기관 '적폐' 이젠 도려내자>한국철도시설공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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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45회 작성일 14-07-14 09:17본문
설계변경 계약금액 조정 멋대로-국가계약법령 안 지키고 내부지침 운용
“설계변경이 발생할 때마다 1억원씩 날아갑니다. 최저가공사에서는 설계변경이 수십건 나옵니다. 법적으로 보장된 정당한 요구인데 발주기관은 번번이 묵살하고 있습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의 한 철도건설공사를 수행하고 있는 건설사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국가계약법령에서 보장하고 있는 설계변경과 계약금액 조정 방식을 철도공단이 자기 멋대로 정한 내부지침을 근거로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공정거래는 이 건설사나 이 현장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철도공단이 정한 내부지침에 따라 대부분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업계는 입을 모았다.
문제가 된 철도공단의 ‘설계변경 시 협의율 적용방안’ 내부지침은 지난 2007년부터 운용되고 있다.
이 지침이 갑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대표적인 불공정거래 사례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국가계약법령에도 어긋난다.
△계약상대자 단가협의 거부
건설공사에서는 계약상대자(시공사)의 책임이 없는 경우 설계변경과 계약금액 조정을 할 수 있다.
시공사가 설계까지 하는 턴키(설계·시공일괄입찰)에서는 설계변경이 허용되지 않지만, 발주기관이 설계서를 제공하는 최저가낙찰제 대상 공사 등에서의 설계 오류는 시공사가 아닌 발주기관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또한, 설계서와 실제 시공여건이 다를 수 있고, 공사 도중 구조물의 규격이 변경될 수도 있어 이 경우 설계를 변경하고 이에 따른 시공물량 변화에 따라 공사비를 감액 또는 증액 조정하게 된다.
이때 단가를 어떻게 결정할지는 엄연히 국가계약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다. 물량이 변경되면 계약단가와 설계변경 시점 단가 사이에서 계약당사자가 협의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계약단가와 시중 단가의 중간 금액으로 결정한다.
그런데 철도공단의 내부지침은 많은 사례에 대해 이 같은 협의단가 적용을 지양하도록 하고 있다. 말이 ‘지양’이지 사실상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협의를 하지 말고 당초 계약단가를 그대로 적용하라는 것이다.
△설계변경 때마다 시공사 손실 눈덩이
결국, 건설사는 설계변경 당시의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해 손해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낙찰률을 반영한 계약단가를 적용하기 때문에 손해 폭은 더 커진다.
일례로 계약 당시 100원짜리 자재가 설계변경 시 시중 단가가 110원으로 올랐지만, 70% 공사 낙찰률을 반영한 70원의 계약단가를 적용하겠다는 것이 철도공단의 지침이다. 이 경우 건설사로서는 40원의 손해가 불가피하고 이 자재 물량이 늘어날수록 손해가 커진다.
설계변경이 이뤄질 때마다 손해가 늘어나는 것이다.
건설공사에서는 지반공사에서도 설계변경이 많이 일어난다. 땅속 암반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막상 땅을 파보니 예상과 달리 암반이 더 나올 수도 있고 덜 나올 수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당초 파일을 총 500m 항타하는 것으로 설계됐는데 땅을 파보니 조건이 달라서 700m를 항타해야 했다”며 “파일을 더 깊게 박지 않으면 공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협의단가 적용을 거부했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 건설사는 손해를 감수하며 시공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 건설사가 손해를 감수하지 않으려고 설계서대로 파일을 500m만 박았다면 구조물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사례는 파일항타뿐만 아니라 △암 판정 결과 수량 증가와 운반거리 변경 △구조물 위치와 규격변경 △교량 연장 및 폭 변경 △터널 굴착방법 변경 등 수많은 곳에 발생했다고 이 건설사 관계자는 호소했다.
△모호한 적용범위
철도공단 지침은 또 ‘철도건설현장에서 일반적으로 발생되는 정산물량’, ‘입찰 시 설계변경 예측이 가능해 계약상대자가 투찰단가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항목’ 등에 대해 단가 협의를 지양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발생’이나 ‘예측 가능한’ 상황 등은 상당히 추상적이어서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다. 어떤 상황이 일반적인지, 예측이 가능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발주기관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철도공단은 또 ‘구조물의 위치가 변경되더라도 기존 계약 내역서에 있는 공종’도 협의단가 지양 대상으로 못박았다. 실제로 한 건설사는 철도역사 위치가 당초 설계서와 달라졌는데 협의단가 적용 요청이 무시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행태에 대해서는 조달청도 유권해석을 통해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유사한 내부지침 사항에 대해 한 건설사가 조달청에 유권해석을 신청했는데 조달청은 이에 대해 ‘발주기관의 지침이 훈령, 고시 등의 성격에 해당돼 대외적인 효력이 인정되려면 발주기관에서는 그 내용을 계약조건에 반영해야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발주기관의 내부 규율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내부지침을 계약상대자에게 직업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회신했다.
그러나 이 같은 유권해석에도 철도공단은 이 지침을 계속 운용하고 있다. 철도공단의 내부지침이 법 위에서 군림하고 있는 셈이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들어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서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는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정석기자 jskim@
한국철도시설공단의 한 철도건설공사를 수행하고 있는 건설사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국가계약법령에서 보장하고 있는 설계변경과 계약금액 조정 방식을 철도공단이 자기 멋대로 정한 내부지침을 근거로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공정거래는 이 건설사나 이 현장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철도공단이 정한 내부지침에 따라 대부분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업계는 입을 모았다.
문제가 된 철도공단의 ‘설계변경 시 협의율 적용방안’ 내부지침은 지난 2007년부터 운용되고 있다.
이 지침이 갑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대표적인 불공정거래 사례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국가계약법령에도 어긋난다.
△계약상대자 단가협의 거부
건설공사에서는 계약상대자(시공사)의 책임이 없는 경우 설계변경과 계약금액 조정을 할 수 있다.
시공사가 설계까지 하는 턴키(설계·시공일괄입찰)에서는 설계변경이 허용되지 않지만, 발주기관이 설계서를 제공하는 최저가낙찰제 대상 공사 등에서의 설계 오류는 시공사가 아닌 발주기관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또한, 설계서와 실제 시공여건이 다를 수 있고, 공사 도중 구조물의 규격이 변경될 수도 있어 이 경우 설계를 변경하고 이에 따른 시공물량 변화에 따라 공사비를 감액 또는 증액 조정하게 된다.
이때 단가를 어떻게 결정할지는 엄연히 국가계약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다. 물량이 변경되면 계약단가와 설계변경 시점 단가 사이에서 계약당사자가 협의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계약단가와 시중 단가의 중간 금액으로 결정한다.
그런데 철도공단의 내부지침은 많은 사례에 대해 이 같은 협의단가 적용을 지양하도록 하고 있다. 말이 ‘지양’이지 사실상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협의를 하지 말고 당초 계약단가를 그대로 적용하라는 것이다.
△설계변경 때마다 시공사 손실 눈덩이
결국, 건설사는 설계변경 당시의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해 손해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낙찰률을 반영한 계약단가를 적용하기 때문에 손해 폭은 더 커진다.
일례로 계약 당시 100원짜리 자재가 설계변경 시 시중 단가가 110원으로 올랐지만, 70% 공사 낙찰률을 반영한 70원의 계약단가를 적용하겠다는 것이 철도공단의 지침이다. 이 경우 건설사로서는 40원의 손해가 불가피하고 이 자재 물량이 늘어날수록 손해가 커진다.
설계변경이 이뤄질 때마다 손해가 늘어나는 것이다.
건설공사에서는 지반공사에서도 설계변경이 많이 일어난다. 땅속 암반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막상 땅을 파보니 예상과 달리 암반이 더 나올 수도 있고 덜 나올 수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당초 파일을 총 500m 항타하는 것으로 설계됐는데 땅을 파보니 조건이 달라서 700m를 항타해야 했다”며 “파일을 더 깊게 박지 않으면 공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협의단가 적용을 거부했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 건설사는 손해를 감수하며 시공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 건설사가 손해를 감수하지 않으려고 설계서대로 파일을 500m만 박았다면 구조물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사례는 파일항타뿐만 아니라 △암 판정 결과 수량 증가와 운반거리 변경 △구조물 위치와 규격변경 △교량 연장 및 폭 변경 △터널 굴착방법 변경 등 수많은 곳에 발생했다고 이 건설사 관계자는 호소했다.
△모호한 적용범위
철도공단 지침은 또 ‘철도건설현장에서 일반적으로 발생되는 정산물량’, ‘입찰 시 설계변경 예측이 가능해 계약상대자가 투찰단가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항목’ 등에 대해 단가 협의를 지양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발생’이나 ‘예측 가능한’ 상황 등은 상당히 추상적이어서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다. 어떤 상황이 일반적인지, 예측이 가능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발주기관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철도공단은 또 ‘구조물의 위치가 변경되더라도 기존 계약 내역서에 있는 공종’도 협의단가 지양 대상으로 못박았다. 실제로 한 건설사는 철도역사 위치가 당초 설계서와 달라졌는데 협의단가 적용 요청이 무시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행태에 대해서는 조달청도 유권해석을 통해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유사한 내부지침 사항에 대해 한 건설사가 조달청에 유권해석을 신청했는데 조달청은 이에 대해 ‘발주기관의 지침이 훈령, 고시 등의 성격에 해당돼 대외적인 효력이 인정되려면 발주기관에서는 그 내용을 계약조건에 반영해야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발주기관의 내부 규율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내부지침을 계약상대자에게 직업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회신했다.
그러나 이 같은 유권해석에도 철도공단은 이 지침을 계속 운용하고 있다. 철도공단의 내부지침이 법 위에서 군림하고 있는 셈이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들어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서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는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정석기자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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