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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닭갈비와 닭의 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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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69회 작성일 14-07-16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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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식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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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뒤면 초복이다. 복달임으로는 삼계탕이 제격이다. 개장국이나 민어탕도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가장 즐겨 찾는다. 삼계탕을 먹을 때마다 고민되는 것이 있다. 닭의 갈비, 즉 계륵(鷄肋)이다. 발라 먹기도 구차하지만 버리기도 애매하다. 그래서 큰 쓸모나 이익은 없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물건이나 일 등을 빗대어 일상적으로 쓰인다.

 계륵은 후한서의 양수전에서 유래한다. 당시 위나라 조조는 촉나라 유비와 한중(漢中) 땅을 놓고 장기전을 벌이고 있었다. 보급이 모자라 쩔쩔매고 있는 어느날 밤, 군호를 정하려고 찾아온 부하에게 조조는 계륵이라고만 할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아무도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주부로 있던 양수만이 조조의 속마음을 알아차리고 짐을 꾸리기 시작하였다. 이유를 묻자 “닭의 갈비는 먹음직한 살은 없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것이다. 공은 돌아갈 결정을 내릴 것이다”라고 했다. 한중 땅이 계륵과 마찬가지로 버리기는 아깝지만 그렇다고 무리해서 지킬 만큼 대단한 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의중을 파악한 것이다. 그의 말대로 조조는 이튿날 철수 명령을 내렸다.

 국내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2위의 삼성물산이 계륵을 버렸다. 지난 상반기 공공공사를 한 건도 수주하지 않은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 공공공사로 380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이후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화도~양평 간 건설공사(3공구)를 끝으로 1여년간 수주 소식에서 삼성이라는 이름을 볼 수 없었다. 다른 기업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해 5500억원에서 1325억원으로 줄었고, 대우는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형건설사들 전체 수주액의 20%를 웃돌던 공공공사의 비중은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공공공사를 외면하면서 대형공사들이 줄줄이 유찰되고 있다. 턴키방식으로 발주된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 1공구와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하남선 2공구, 4호선 진접선 2공구 등을 포함 시공사를 찾지 못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공공공사 수주를 꺼리는 것은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실적을 쌓기 위해, 혹은 수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수주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공공공사는 따면 딸수록 기업의 수명을 재촉하는 독이 든 성배로 인식되고 있다. 계륵 같은 공공공사를 배가 워낙 고파 울며 겨자 먹기로 따고 보니 기업을 망하게 하는 독이 든 성배였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공공공사가 항상 계륵이었던 것은 아니다. 닭갈비 정도는 됐다. 가슴살이나 다리살을 도톰하게 펴서 양념에 재어 술안주나 간식 등으로 인기가 많은 닭갈비 말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공공공사는 일정 수익이 보장되는 데다, 대금이 꼬박꼬박 들어오는 효자였다. 그러나 무조건 깎고 보자는 예산절감 정책, 가격경쟁 위주의 입 낙찰제도, 현실과 동떨어진 실적공사비 등으로 수익은 고사하고 제살까지 깎아서 국가에 내야 하는 애물로 전락한 것이다. 여기에 담합 처분과 과징금에 소송까지 시달려야 하는 상황이다.

 제도적인 문제와 더불어 정책당국자들의 면피와 무책임도 심각하다. 지금도 수많은 업체가 공공입찰에 참여하고 있다며 적정공사비를 보장해 달라는 건설업계의 피맺힌 절규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그것도 수많은 기업들이 골병들어 쓰러지고 있는 수년 동안. 구조물의 안전이나 품질은 괄호 밖이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일부 인정하지만 내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공감(sympathy)이 없는 상황에서는 설명도 호소도 먹히지 않는 법이다. 결국 이런 정책 당국자에게는 말이 필요 없을 듯하다. 석달 열흘 삼시 세끼를 닭의 갈비만 주는 수밖에.

박봉식기자 par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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