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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가계소득 균형과 대기업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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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22회 작성일 14-07-2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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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회사’라고 소문 난 대기업이 있다. 삼척동자도 아는 대그룹이지만, 다른 그룹보다 임직원들 보수나 복지혜택이 많이 떨어진다는 회사다. 임직원들은 동창회 모임 나가서도 반드시 그룹 계열사가 생산하는 술만 주문할 정도로 애사심이 많지만, 회사의 직원 사랑은 여기에 못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정부가 정규직 직원 비율을 높이라고 적극 권장하고 나서자, 이 대기업은 비정규직 직원들의 재임용을 대거 차단하는 방법으로 ‘호응’하기도 했다.

 성과가 부족하거나 재무구조가 부실한 탓도 아니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이 대기업이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놓은 돈은 30조원에 육박한다. 삼성(182조원)이나 현대자동차(113조원)에는 못미치지만 천문학적인 수준임에 틀림없다. 견실한 재무구조의 지표라고 할 사내유보율은 무려 5000%를 넘어 재계 최고 수준이다. 많은 돈을 쌓아두고 있으니 회사는 든든하겠지만 정작 임직원들의 가계소득으로 원활히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할 수 있겠다.

 특정 대기업 얘기를 꺼낸 것은 박근혜 정부 제2기 경제팀이 제시한 경제정책 방향에 대체로 공감의 뜻을 밝히고 싶어서다.

 최경환 부총리를 위시한 2기 경제팀은 출범과 함께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경제의 선순환 구조, 확장적인 재정운용을 핵심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최 부총리 발언에 따르면 “기업이 잘 되면 경제도 잘 굴러가겠지, 하는 기존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의 성과가 일자리와 근로소득을 통해 가계 부문으로 원활히 흘러들어야 가계가 마음껏 소비할 수 있고 기업도 새로운 투자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많은 대기업들이 몇 년간 거둔 이익을 재투자하거나 ‘배분’하지 않고 곳간 속에 쌓아두기만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며칠 전에는 10대 대기업집단의 사내유보금이 516조원에 달해 지난 5년 동안 2배 늘었다는 분석이 제기됐고, 이번 주 들어서는 10대 그룹의 자산 63조원이 활용되지 못하고 묵혀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춰졌지만, 5년여 동안 기업들이 28조원의 감세 이익만 거뒀을 뿐, 설비투자 증가율이나 임금 인상률은 사실상 정체 수준이었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이익의 가계소득 ‘환류’를 적극 추진한다니, 이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법인세 감면 축소를 검토한다니, 재계의 반발 속에서도 공감대가 넓어지는 것이다. 세금을 덜 내 이익이 커졌는데 투자도, 배당도, 인금인상도 소홀히 한다면 차라리 세금을 걷어 복지예산에 사용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세금을 더 내라고 한다면 투자나 배당ㆍ인금인상 폭이 커지게 마련이니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논란이 되고 있는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해서는 좀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할 듯하다.

 유보금을 덜어내 신규투자를 촉진하고 가계소득을 늘리게 하겠다는 취지에는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법인소득세를 낸 유보금에 다시 이중과세 한다면 원칙 없는 세정(稅政)의 횡포가 되기 쉽다. 또 기업마다 유보금을 줄이고자 한다면 결국 배당이라는 수단을 채택할 공산이 큰데, 결과적으로 대주주와 외국인만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다. 유보금 자체가 현금보다 다른 자산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공연히 재무구조만 악화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정운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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