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위기, 공공입찰 지형도 바꿨다] (1)종심제 공사 따내고 질책당한 A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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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258회 작성일 23-08-10 08:56본문
#. 1등급 A건설사 공공업무팀은 최근 특정 발주기관의 종합심사낙찰제 입찰 1순위로 선정되면서 발칵 뒤집혔다. 500억원이 넘는 대형공사 심사 1순위를 차지하고도 경영진에 심한 질책을 받았기 때문이다. A사 업무팀은 최근 급등한 건설자재 가격을 반영하면서 나름 ‘소신 투찰’을 했다. 수주권에서 멀었던 A사 투찰율은 예정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덜컥’ 수주를 눈앞에 뒀다. 당일 회식을 할 만큼 경사였던 공공입찰 수주는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지 철저히 보고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급반전 했다.
원자재값 급등이 공공입찰 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다. 시멘트, 철근 등 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한 이후 건설 생산 비용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는 수주보다 원가관리가 지배적인 관점으로 바뀐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9일 건설업계와 관계 기관 등에 따르면 300억원 이상 대형기타 공사는 이제 수주를 하고도, 경영진에 준공 시 이윤 확보 여부와 예상 이윤율을 철저히 보고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운찰제는 사라진 지 오래”라는 게 건설사 견적팀 직원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실제 건설자재 지수 개념인 통계청 건설용 중간재 물가지수는 2020년 말 106.8포인트에서 지난 6월 기준 146.13포인트로 36.82%(39.33포인트) 급증했다.
종심제 시장에서는 그동안 좀처럼 관측되지 않던 유찰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최근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1000억원대 종심제조차 예가 초과 투찰로 유찰되기까지 했다.
기술형입찰 시장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 발주된 기술형입찰에서 경쟁 성립을 통해 본궤도에 오른 비율은 불과 34.37%에 그쳤다.
이는 그만큼 건설업계에서 강조해 온 ‘적정 공사비’ 확보라는 외침이 단순 주장을 넘어 생존 문제에 이르렀다는 시사점을 준다.
발주기관 차원에서 적정 공사비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지 못한다면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계획도 심각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건설사가 발주 물량을 평가하는 ‘선구안(選球眼)’이 어느 때보다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공공건설에 주력 중인 한 건설사 대표는 “건설자재 급등이 시장 판도를 뒤바꿔 놓았다”며 “수주 한 번 잘못하면 자칫 회사가 도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적정 원가가 반영되지 않은 입찰엔 차라리 참여하지 않는 게 생존 비법이 됐다”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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