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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공기업 경영정상화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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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38회 작성일 14-07-1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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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전, 주변 분위기에 떠밀려 은행돈으로 집을 산 A씨. 얼마 안 되는 현금에 빚을 수억 보태 산 집은 현재 3분의 1 가까이 값이 떨어졌고, A씨는 회사월급 가운데 3분의 1을 대출이자로 내는 형편이다. 대출원금을 전혀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실한 가정경제를 살리기 위해 A씨는 강력한 가계 구조조정을 결심했다.

 그런데 쉽지가 않다. 술값, 화장품값, 여가활동비는 어떻게 줄여보겠는데 실제 가계지출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녀 교육비, 식비는 얼마 줄지가 않는다. 주택관리비나 통신요금 같은 경직성 비용도 아깝지만 어쩔 수가 없다.

 안되겠기에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은 자산매각. 그러나 침체된 부동산경기 와중에 급매로 헐값에 집을 팔고 나면, 그리고 은행빚 갚고 나면, 천정부지로 오른 전셋집도 엄두 내지 못할 지경. 결국 제자리 걸음이다. 집값이나 올랐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A씨 고민은 전국적인 고민이다. 가계부채 총액이 1000조원을 넘었고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총액도 330조원을 넘었다. 담보대출 가운데 70%가 원금 아닌 이자만 갚고 있는 것으로도 드러났다.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가계 재무구조 악화는 우리 경제의 치명적인 리스크로 떠올랐다.

 빚 문제로 고민하는 형편은 공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원인은 좀 다르지만 역시나 본의 아니게, 주변에서 시키는대로 사업에 나섰다가 빚더미에 올랐다. LH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부채만 220조원이다. 4대강사업을 주관한 수자원공사의 경우 5년 동안 투자비 이자로만 1조3186억원을 정부에서 지원 받았지만 빚잔치는 끝날 조짐이 없다.

 사태의 원인제공자인 정부가 뒤늦게 방만경영을 퇴치하겠다며 큰 칼을 빼들었고, 기관장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하면서 공기업마다 강도 높은 자구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임직원들에게 주어지던 각종 복지서비스를 삭감해 지출을 최소화하는 한편 핵심ㆍ비핵심 자산을 죄다 팔아치우느라 혈안이다.

 국토부가 이번 주에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대책’ 중간점검 결과에 따르면, 이런 자구노력 덕분에 소기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단다. 상반기에만 중장기계획 대비 부채증가 규모를 5조원 줄였다고 한다. 직원 복리후생비를 1인당 200만원 안팎 축소하고 사업 구조조정 및 자산매각에 매달린 성과란다. 그럼에도 부채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부채의 증가 규모를 당초 예상보다 늦춘 성과에 불과하다. 제자리 걸음에 다름 아니다. 몇몇 공기업은 재정투입만 바라본다.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면, 방법과 목표를 다시 정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임직원 복지혜택을 줄일 필요도 있지만, 실제 이런 부분이 경영정상화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사실 복지 문제는 경영정상화 작업의 핵심이 아닌데 여론을 의식해 생색내기라도 하는 셈에 불과하다. 서둘러 핵심 자산까지 팔아치우는데 몰두하는 것도 결국은 헐값 매각으로 인한 자산가치 손실, 매물 홍수로 인한 부동산시장 침체 및 내수경기 악화를 불러온다. 안타깝고 화가 나지만, 부분적으로 재정 투입도 불가피하다. 예산배정 조정과 증세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주요 공기업들의 기능을 재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기간 안에 부채감축의 성과를 보여줘야 경영진이 살아남는 방식보다는, 합리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도록 새 역할을 맡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잘라내고 줄이는 작업도 필요하겠지만, 수익을 내면서 국민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업 여건을 바꾸는 것이 더 필요하다.

신정운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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