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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답은 현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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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90회 작성일 14-08-2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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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용 정경부장

 “이제 시범사업 1건을 집행했을 뿐인데 여기저기서 말이 너무 많은 것 같다. 2년의 시범사업 기간 동안 나타나는 문제를 충분히 보완하겠다고 했는데 다들 너무 조급해 하는 것 같다.” 지난주 한 포럼이 개최한 계약제도 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곽범국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이 한 발언이다. 곽 국장은 토론회 다음날 난 인사에서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으니 이젠 전 국고국장이 맞을 것이다. 곽 전 국고국장의 발언에는 종합심사제 도입을 추진하는 정부의 답답한 심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

 어떤 제도가 만들어지고 그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에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하는 것이 시범사업이다. 따라서 시범사업에서는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고, 또 문제점이 나타나야 정상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종합심사제의 첫 시범사업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당초 적정공사비를 보장해 주겠다는 도입 의도가 무색하게 현행 최저가낙찰제 평균보다 낮은 낙찰률이 형성됐다. 예정가격 대비 71.5%의 낙찰률을 기록해 최저가낙찰제의 평균 낙찰률 73%보다 1.5%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책임 가점의 영향력이 예상보다 크게 두드러졌다.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가 확인됐으니 이제 이를 개선해 제대로 된 제도를 만들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첫 시범사업의 입찰 결과를 받아든 건설업체들의 반응은 상당히 격앙됐다. “예상된 결과였다”느니 “정부가 적정공사비 보장의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말들을 쏟아냈다. 곽 전 국고국장이 “이제 시범사업 1건을 집행했을 뿐인데 말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하소연한 것은 이를 두고 했을 것이다. 물론 곽 전 국고국장의 말처럼 건설업체들이 너무 조급해 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건설업체들은 단 1건의 시범사업 결과를 놓고 왜 이토록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일까.

 건설업체들의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년 종합심사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종합심사제도가 마련됐을 때 건설업체들이 줄기차게 제기한 부분은 바로 최저가제보다 못한 제도가 될 수 있다는 거였다. 많은 업체들은 시뮬레이션 결과에 근거해 도입안을 적용하면 낙찰률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게 종합심사제도가 만들어졌고 첫 시범적용에서 업체들이 우려했던 일이 그대로 나타났다. 겨우 1건의 시범사업 결과에 건설업체들이 격앙된 모습을 보인 것은 바로 현장의 말을 무시한 정부에 대한 힐난인 것이다.

 정부는 첫 시범사업 결과에서 나온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과도한 가격경쟁을 차단하기 위해 세부공종 단가심사의 감점 범위를 기준단가의 ±20%에서 ±15%로 축소하고 설계가격과 입찰자 평균가격이 각각 50대50인 기준단가 기준도 70대30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사회적책임 가점을 1점에서 0.5점으로 줄이고 사회적책임 가점이 가격점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총점이 아닌 공사수행능력 점수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특정업체의 수주 독점 가능성을 막기 위한 시공여유율 평가도 신설하기로 했다.

 이 개선방안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앞으로 두고볼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첫 시범사업에서 문제가 된 낙찰률에 관한한 건설업체들의 시뮬레이션이 상당한 적중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적정공사비 확보라는 도입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건설업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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