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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부의 공사비 산정 기준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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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71회 작성일 14-10-0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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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발주기관의 공사비 산정 체제 비교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원태 wontkim@cerik.re.kr

국내 실적공사비 제도는 해외 건설 선진국에서 활용되고 있는 체제와 방식을 벤치마킹하여 도입되었다. 제도 도입 이후 10년이 경과하는 현 시점에서 제도의 안정화는 고사하고, 건설업계에서는 실적공사비 단가 산출 과정의 적정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선진 국가에서는 유용한 방식이 국내에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는 연유를 규명한다면, 향후 실적공사비 제도의 존폐 여부를 포함한 개선 방향성을 모색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주요 공공 발주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공사비 관련 매뉴얼은 공사비 산정 방식에 대한 철학을 포함한다. 그 철학은 공사비 산정 담당자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달성 목표와 지켜야 하는 원칙에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 교통국이 제시하는 공사비 산정의 목표는 ‘해당 사업의 예산 초과 가능성을 막기 위함’으로 정의한다. 목표에 근거하여 사업단계별로 ‘예산 준수 설계(Design to Cost)’를 지원하는 용도로 공사비 산정 업무는 수행되는 것이다. 교통국은 또한 공사비 산정 업무가 다양한 동태적 요소들을 감안하여 수요자와 공급자가 서로 인정할 수 있는 적정 가격을 찾아가는 실무의 영역으로 간주한다.

미국 공공 조달 규정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도출되는 값을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Fair and Reasonable Price)’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가격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판단하는 것은 해당 시설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견적 담당자의 몫이라는 점을 존중하고 있다.

영국도 유사하다. 영국에서 공공 조달의 기본 원칙은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듯이 투자에 대한 가치(Value for Money)의 창출이다. 건설 생산 과정의 효율성과 생산 결과의 효과성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가 주로 활용되는데, 그 주체가 바로 Quantity Surveyor(이하 QS)이다.

QS는 사업계획단계의 예산수립, 구매단계의 입찰관리, 시공단계의 기성관리, 준공단계의 정산 업무 등을 포함하는 사업 전 단계에서 전문적인 공사비 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QS는 해당 사업에 소요되는 제반 비용과 관련한 계획 및 실적 정보를 보유하고, 이를 후속 사업에서 참조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같이 미국과 영국의 공사비 산정 업무는 건설사업의 총체적 효율성을 제고하는 대의 명분하에서 수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실적공사비 제도는 전술한 해외 사례와는 매우 대조적 양상을 보인다.

정부의 명확한 목표가 무엇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정부가 주장하는 실적공사비 도입 취지 또한 제대로 달성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단적으로 정부는 실적공사비 제도가 기술경쟁에 의한 적정 시장거래 가격의 형성을 유도할 수 있다고 했지만, 골조 공사를 구성하는 일부 실적공사비단가는 하도급거래가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장거래가격과는 상당한 괴리까지 발생하는 치명적인 결함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국내의 공사비 산정 기준은 획일적인 단 하나의 단일 계량 값이어야 한다. 더욱이 공사비 관련 전문가의 경험과 판단은 개입될 수 여지가 매우 제한적이다. 이러한 경직된 공사비 산정 기준과 방식은 허수가 또 다른 허수를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연간 수십조의 예산이 투입되는 소중한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에 있어 공사비 산정 기준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그 파급 영향도 막대하다.

공사비 산정 기준에 대한 정부의 철학이 다시 정립되어야 한다. 세부 규정과 절차의 확립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추구하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와 원칙의 제시가 선행되어야 한다. 총체적 효율성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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