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공사 의미 퇴색시키는 조달청 공사비 감액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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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261회 작성일 23-09-01 09:33본문
정부 시설공사 계약을 총괄하고 있는 조달청의 공사비 감액 관행이 가뜩이나 어려운 시공사들의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대한경제> 보도에 따르면 조달청이 이달 공고한 추정금액 100억원 이상 공사 중 정보를 공개한 16건 가운데 14건의 공사비가 깎인 것으로 나타났다. 10건 가운데 8∼9건꼴이다. 실제 들어가는 공사비를 산정한 금액에서 일정 비율로 감액한 뒤 시공업체 선정 기준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시공사들이 더욱 허탈해 하는 것은 삭감 관행을 폐지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달청은 2021년 2월 정부공사비 산정 신뢰도 제고 노력의 일환으로 기초금액을 감액하지 않고 발주하겠다고 공언했다. 더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조사된 가격을 그대로 주겠다고 한 약속이다. 그러나 허언에 불과했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 공사특성에 따라 0.25∼1%였던 감액 폭이 2.31%까지 확대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조달청도 할 말은 있다. 기초금액 삭감은 입찰제도 특성상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수요기관의 예산에 맞추기 위한 조정이라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관행적으로 해왔지만 지금은 현실을 고려한 조정이라는 입장이다.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조달청 입장에선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수긍이 간다.
그러나 균형은 잡아야 한다. 정부 공사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개념과는 다르다. 팔 사람이 많은 조달시장에서 싸게 사려면 얼마든지 싸게 살 수 있다. 그럼에도 적정가격을 고민하는 것은 정부 공사의 의미 때문이다. 인프라 확충은 물론 일자리 창출, 경기부양 등의 정책수단이기도 하다. 제값을 줘야 ‘낙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시공사에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수요기관이 채운 뒤 발주하는 게 옳다. 공정은 게임의 룰을 정하는 정부의 당연한 의무다.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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