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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순환 고리 못 끊는 총사업비관리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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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54회 작성일 14-10-1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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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예산 관리보단 삭감에 초점…대수술 불가피

 #1. 지난달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의 여수신북항 외곽시설 축조공사에 대한 입찰공고가 난지 하루 만에 전격 취소됐다.

 총사업비관리의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수요기관 간 총사업비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가운데 끊임없는 민원에 시달리던 수요기관이 서둘러 공사를 발주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작년 하반기 발주 예정이었던 공사가 총사업비 협의 지연으로 1년 가까이 늦어지면서 기재부와 수요기관은 적절한 예산 집행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2. 조만간 주인이 가려지는 충주댐 치수능력 증대사업(턴키)은 총사업비 협의를 거치면서 추정사업비가 2500억원에서 2100억원 수준으로 400억원가량 삭감됐다.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이 공사의 총사업비를 깎는 과정에서 기재부는 세부 내역을 전혀 공개하지 않아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기재부는 총사업비관리제도 운영에 있어 합리적인 총사업비의 산정·조정보다는 예산 삭감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공공사업의 총사업비를 추진 단계별로 조정·관리하는 총사업비관리제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총사업비관리제도는 사업기간 2년 이상, 총사업비 기준 토목 500억원·건축 200억원 이상인 사업에 대해 기재부와 수요기관이 총사업비를 협의하도록 하는 것으로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가 예산으로 시행되는 사업의 총사업비를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난 1994년 도입됐다.

 총사업비관리 대상사업과 규모가 갈수록 증가하는 등 제도의 역할과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문제점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우선 총사업비관리 대상사업의 범위가 너무 넓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사업비관리 대상사업은 토목 500억원, 건축 200억원 이상으로 현재 총사업비관리 대상사업 수는 892건, 규모는 무려 254조원 수준에 달한다.

 총사업비관리제도와 연장선상에 있는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고 300억원 이상인 대상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SOC(사회기반시설)에 한해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이면서 국고 500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총사업비관리제도도 예타에 맞춰 기준을 올려 대형사업에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제도 운영 주체인 기재부의 경직성 가중과 부족한 전문성도 논란거리다.

 기재부가 총사업비관리제도의 취지인 ‘합리적인 예산 관리’를 ‘예산 삭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예산 삭감을 기정사실화해 놓고 총사업비를 관리하는가 하면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설계 변경 등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평가 능력이 미흡해 총사업비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기간 소요되는 공공공사의 효율적인 예산 관리를 위한 총사업비관리제도의 운영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운영 측면에서 유연성과 융통성이 부족해 순기능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나고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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