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만 맞출 수 있는 '업무중복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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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381회 작성일 14-12-03 16:22본문
이름만 늘린 사업도 포함, 실적 늘려 재취업
정부 부처와 지자체 등 발주기관 출신 관피아들은 재직 30년 동안 제대로된 설계 실무를 해본 적이 없는 행정직들이다. 그런데도 업체는 이들을 선호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업계에서 실무 경험만 쌓은 20∼30년 경력의 기술자들도 국토부가 교묘하게 만들어 놓은 PQ기준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건설기술관리법 전면개정 이후 부산국토관리청이 최근 9월 결정한 사업 세부평가 기준 내용을 살펴보면 책임기술자는 경력 17년 이상에 실적 15건 이상이어야 만점이다.
그나마 부산청 기준은 ‘점잖은’ 편이다. 공사와 지자체 중에는 10년간 지분 2억원이 넘는 순수 국내 공공기관 발주사업 40건 이상을 수행해야 만점을 주는 곳도 수두룩하다. 관련 사업은 작년에만 이미 10여건 발주된 바 있다.
문제는 업체에서만 경력을 쌓은 기술자가 10년간 40건 이상의 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평균 과업 기간이 12∼36개월 사이인 상황에서 25개월인 업무중복도 기간 기준(지난 5월 개정안 이전 기준)을 맞추려면 책임기술자라도 1인당 3건 이상의 사업을 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실제로 올해 한국엔지니어링협회에 통보된 사업 1505건을 대상으로 업무 중복도를 검토한 결과 1145명의 기술자 중 94.6%(1084명)가 3건 미만 사업만 수행 중이었다.
상황은 점입가경이다. 지난 5월 국토부가 업무 중복도를 다시 한 번 대폭 강화하며 개정전 평균 433%에 달했던 중복비율이 개정 후에는 1375%로 뛰어 올랐다는 거다. 국토부의 업무 중복도 만점 기준은 100%인데 업체 기술자들의 중복도율이 이미 13배를 초과하는 셈이다. 이 가운데 강화된 실적 만점 기준을 맞추려니 업계 기술자들은 사면초가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기준을 맞추는 기술자가 있다. 바로 관 출신이다.
업무중복도 강화… 퇴직 공무원들 ‘미소’
공무원은 업무 중복도 없이 이름만 올린 사업도 자기 실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중복도 부담 없이 실적만 쌓는 셈이다. 그나마 실적도 일명 ‘쪼개기’작업을 통해 고무줄처럼 5∼6배씩 늘려서 실적을 재조합한 후 퇴직한다.
예컨대 업계로 재취업한 한 중앙부처의 A공무원은 근무기간 약 30년 동안 한국건설기술인협회에 실적 6건만 등록했다. 5년에 1건 정도를 한 셈이다.
A는 퇴임 한 달 전 재취업이 가능한 업체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공무원 경매’에 착수한 거다. 낙찰자는 바로 선정됐다. 이후 업체의 기획실과 업무부 임원 2명이 A를 방문했다. 그들은 A의 ‘실적 성형’전반을 전담할 책임자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담당자들은 도로, 하천, 댐이든 가리지 않고 A의 기술사 자격증에 맞는 유사 실적을 모두 가져온 후 ‘쪼개기’작업에 착수했다. 굳이 사업의 책임자가 아니더라도 상관 없었다. A가 이름만 올렸던 사업이면 모두 실적에 포함시켰고, 이들 사업은 다시 공구·공종 별로 쪼개져 1건짜리 실적이 4건짜리 실적으로 둔갑했다.
30년 근무 동안 6건에 불과했던 A공무원의 실적은 순식간에 24건 이상으로 늘어났다. 만약 A가 도로기술사였다면 위의 부산청이 발주한 도로사업 수주(만점기준 17년 동안 15건 수행)는 ‘거저 먹기’가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실적 재조합 작업에 들어가는 시간은 발주처 확인 및 검토작업까지 포함해 보름밖에 걸리지 않는다. 업계 실무자는 “발주처 확인 작업에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실적 재조합하는 데는 5∼6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새로이 탄생한 A의 기술자 실적은 기술인협회의 인증을 받아 바로 PQ에 투입된다. 24건의 실적을 갖고 있는데도 업무 중복도는 전혀 없는, 이상적인 만점의 책임기술자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 업무 중복도란?
국토교통부는 신규 사업 발주 시에 이미 기준 이상의 사업을 수행 중인 사업 책임기술자와 분야별 책임기술자의 입찰 참여를 막기 위해 PQ 과정에서 업무 중복도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기존에는 수행 중인 용역들의 중복기간 합계가 25개월을 넘을 경우 감점 처리했지만, 지난 5월 건설기술법 전면 개정 이후에는 ‘업무 중복 비율’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도입됐다. 사업 책임기술자의 경우 현재 수행 중인 다른 용역들의 중복기간 합계를 신규 사업의 용역기간으로 나눈 이후 100을 곱했을 때 그 비율이 100% 미만이어야 만점을 주는 식이다.
과거에는 분야별 참여기술자는 업무 중복도에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국토부가 5월 개정 과정에서 분야별 참여기술자까지 평가에 포함시키도록 강제하며 현재 업체 기술자의 중복도가 1300%를 초과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최지희기자
이유는 간단하다. 업계에서 실무 경험만 쌓은 20∼30년 경력의 기술자들도 국토부가 교묘하게 만들어 놓은 PQ기준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건설기술관리법 전면개정 이후 부산국토관리청이 최근 9월 결정한 사업 세부평가 기준 내용을 살펴보면 책임기술자는 경력 17년 이상에 실적 15건 이상이어야 만점이다.
그나마 부산청 기준은 ‘점잖은’ 편이다. 공사와 지자체 중에는 10년간 지분 2억원이 넘는 순수 국내 공공기관 발주사업 40건 이상을 수행해야 만점을 주는 곳도 수두룩하다. 관련 사업은 작년에만 이미 10여건 발주된 바 있다.
문제는 업체에서만 경력을 쌓은 기술자가 10년간 40건 이상의 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평균 과업 기간이 12∼36개월 사이인 상황에서 25개월인 업무중복도 기간 기준(지난 5월 개정안 이전 기준)을 맞추려면 책임기술자라도 1인당 3건 이상의 사업을 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실제로 올해 한국엔지니어링협회에 통보된 사업 1505건을 대상으로 업무 중복도를 검토한 결과 1145명의 기술자 중 94.6%(1084명)가 3건 미만 사업만 수행 중이었다.
상황은 점입가경이다. 지난 5월 국토부가 업무 중복도를 다시 한 번 대폭 강화하며 개정전 평균 433%에 달했던 중복비율이 개정 후에는 1375%로 뛰어 올랐다는 거다. 국토부의 업무 중복도 만점 기준은 100%인데 업체 기술자들의 중복도율이 이미 13배를 초과하는 셈이다. 이 가운데 강화된 실적 만점 기준을 맞추려니 업계 기술자들은 사면초가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기준을 맞추는 기술자가 있다. 바로 관 출신이다.
업무중복도 강화… 퇴직 공무원들 ‘미소’
공무원은 업무 중복도 없이 이름만 올린 사업도 자기 실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중복도 부담 없이 실적만 쌓는 셈이다. 그나마 실적도 일명 ‘쪼개기’작업을 통해 고무줄처럼 5∼6배씩 늘려서 실적을 재조합한 후 퇴직한다.
예컨대 업계로 재취업한 한 중앙부처의 A공무원은 근무기간 약 30년 동안 한국건설기술인협회에 실적 6건만 등록했다. 5년에 1건 정도를 한 셈이다.
A는 퇴임 한 달 전 재취업이 가능한 업체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공무원 경매’에 착수한 거다. 낙찰자는 바로 선정됐다. 이후 업체의 기획실과 업무부 임원 2명이 A를 방문했다. 그들은 A의 ‘실적 성형’전반을 전담할 책임자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담당자들은 도로, 하천, 댐이든 가리지 않고 A의 기술사 자격증에 맞는 유사 실적을 모두 가져온 후 ‘쪼개기’작업에 착수했다. 굳이 사업의 책임자가 아니더라도 상관 없었다. A가 이름만 올렸던 사업이면 모두 실적에 포함시켰고, 이들 사업은 다시 공구·공종 별로 쪼개져 1건짜리 실적이 4건짜리 실적으로 둔갑했다.
30년 근무 동안 6건에 불과했던 A공무원의 실적은 순식간에 24건 이상으로 늘어났다. 만약 A가 도로기술사였다면 위의 부산청이 발주한 도로사업 수주(만점기준 17년 동안 15건 수행)는 ‘거저 먹기’가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실적 재조합 작업에 들어가는 시간은 발주처 확인 및 검토작업까지 포함해 보름밖에 걸리지 않는다. 업계 실무자는 “발주처 확인 작업에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실적 재조합하는 데는 5∼6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새로이 탄생한 A의 기술자 실적은 기술인협회의 인증을 받아 바로 PQ에 투입된다. 24건의 실적을 갖고 있는데도 업무 중복도는 전혀 없는, 이상적인 만점의 책임기술자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 업무 중복도란?
국토교통부는 신규 사업 발주 시에 이미 기준 이상의 사업을 수행 중인 사업 책임기술자와 분야별 책임기술자의 입찰 참여를 막기 위해 PQ 과정에서 업무 중복도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기존에는 수행 중인 용역들의 중복기간 합계가 25개월을 넘을 경우 감점 처리했지만, 지난 5월 건설기술법 전면 개정 이후에는 ‘업무 중복 비율’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도입됐다. 사업 책임기술자의 경우 현재 수행 중인 다른 용역들의 중복기간 합계를 신규 사업의 용역기간으로 나눈 이후 100을 곱했을 때 그 비율이 100% 미만이어야 만점을 주는 식이다.
과거에는 분야별 참여기술자는 업무 중복도에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국토부가 5월 개정 과정에서 분야별 참여기술자까지 평가에 포함시키도록 강제하며 현재 업체 기술자의 중복도가 1300%를 초과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최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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