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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변화를 시도하는 일본 건설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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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63회 작성일 14-10-1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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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서울대 건설환경연구소 산학협력중점교수)

 일본 정부와 산업이 건설 재창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지난달 교토에서 개최된 ‘2014년 국제발주 및 계약제도 콘퍼런스’에서 일본 건설 재생과 당면과제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일본 건설이 제기한 4대 현안 과제는 국내 건설과도 유사하여 남의 문제로 보이지 않았다. 국토교통성 국장이 발표한 일본 건설의 현황과 과제를 4대 현안으로 요약했다.

 먼저 일본 건설의 현황이다. 버블경제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건설투자에 올인했던 92년도 84조엔(한화 약 840조원)이 2010년도에는 거의 절반인 41조엔으로 감소했다. 최저점인 2010년을 기점으로 약간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작년에도 50조엔으로 92년에 비해 여전히 40%나 감소한 수치다. 물량이 줄면서 산업체의 공급 여력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호황기에 비해 2012년도 기준으로 업체 수가 22% 감소했다. 건설업 종사자 수도 99년 정점보다 34%나 줄어들어 작년에는 500만명 정도로 추산되었다. 문제는 500만명 중 55세 이상이 34%임에 비해 29세 이하는 10% 미만으로 종사자의 양과 질에서 상당한 문제가 예상되고 있다.

 일본 건설이 위기감에서 탈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MLIT)은 지난 1월에 차관을 단장으로 한 ‘일본 건설산업의 재생을 위한 특별팀’을 발족시켰다. 일본 건설이 당면하고 있는 복합적인 문제 해결과 함께 일본 건설의 과거 영광을 부활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산업과 협력으로 시도하고 있다. 일본 건설을 대표하는 5대 제네콘이 중심이 된 산업체도 정부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 적극 협력하는 태세다.

 첫째 현안은 산업의 공급 여력 감소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아베 정부가 상당한 투자를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 여력이 축소된 현 상황에서 마냥 반기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숙련공의 고령화로 신규 진입보다 은퇴 등으로 인해 시장 이탈 인력 증가가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젊은층이 건설시장으로 유입되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작년 기준으로 건설업 종사자의 평균 연봉이 395만엔임에 비해 산업 전체의 평균 연봉은 524만엔으로 1.33배나 높다. 힘든 일에 비해 보상도 낮아 청년층이 건설로 진입하지 않는 문제점도 심각한 상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둘째 이슈는 일본 건설의 생산성 혁신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기술 강국이다. 일본 경제가 호황기였던 70년대와 80년대 초반까지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 활발했다. 기술개발의 목적은 분명했지만 용도는 분명하지 않았다. 첨단기술임에는 틀림없지만 경제성이나 생산성이 전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신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이미 개발된 기술과 분산된 설계, 시공 등 부문별 프로세스 통합은 물론 IT기술을 융합하여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첨단기술보다 생산성 혁신에 목표를 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을 위한다는 신기술 개발 목적은 분명함에도 불구, 공사 기간이나 투자비 저감, 성능 향상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량적 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확신하기 전에 절대 계량 값을 보이지 않는 일본 특유의 기질이거나 아니면 생산성 혁신을 확신하지 못하거나일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이슈는 협력업체와의 관계 유지다. 일본의 협력업체는 제네콘 특유의 생산구조로 역사가 50년 이상 되었다. 공사 건별 협력보다 평소 사업동반자 관계 유지에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이 있어 왔다. 물량 감소와 채산성 악화, 그리고 해외시장으로의 이동 불가, 덩치가 커진 협력업체가 재하도급을 일상화하면서 계약 건별 원·하도급 관계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사업동반자 관계가 수직적인 갑·을 관계로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역할과 책임에 대한 논의가 일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우호관계가 계약적인 관계로 변하는 데 따르는 법적 및 계약적 책임과 보상에 대한 이슈가 쟁점화되고 있는 조짐이 보였다.

 넷째로 제기된 현안은 숙련 기능인력 감소로 일본 자국인만으로는 물량을 소화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2020 도쿄 올림픽에 대비하여 대규모 투자를 해도 기술자 및 기능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물량을 대량으로 쏟아내도 이를 소화할 숙련공 부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시장의 폐쇄성이 한국보다 강한 일본이기 때문에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 학자들이 외국인 근로자 활용에 대해 한국과 미국 등의 제도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수준이다. 일본 건설이 겨냥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아무래도 한국 근로자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시장에서도 부족한 숙련 기능공의 문제라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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