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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궁서설묘(窮鼠齧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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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87회 작성일 14-12-1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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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식 산업1부장

   
쥐가 고양이를 물면 뉴스다. ‘고양이 앞에 쥐’라는 말이 있듯이 천적관계다. 오금을 펴지 못한다. 그런 쥐가 고양이를 물었을 때는 속 사정이 있다. 궁지에 몰려 목숨이 위태로울 때이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니 죽을 힘을 다해 대드는 것이다. 궁서설묘(窮鼠齧猫)다. 이 말은 중국 최초의 공개토론회에서 등장한다.

전한(前漢)의 환관(桓寬)이 편찬한 염철론(鹽鐵論)에는 소금과 철 등의 전매제도 존속 여부에 대한 토론이 기록돼 있다. 법가사상을 내세워 전매제도를 찬성하는 상홍양을 비롯한 관리들과 유가사상을 근거로 폐지를 주장하는 선비들이 벌인 논쟁이다. 엄한 법으로 통치해야 한다는 관리들에 대해 선비들은 진(秦)나라는 엄격한 법 때문에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백성이 곳곳에서 궐기해 멸망했다고 반박한다. 궁지에 몰린 쥐가 살쾡이(고양이)를 물었다는 것이다.

건설에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국가계약법’에 계약은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정한다고 돼 있다. 이 원칙이 현실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국가와 공공기관 등 발주기관은 시쳇말로 갑이고 시공사는 을이다. 갑 앞에는 수퍼, 울트라 등 화려한 수식어도 붙는다. 고양이와 쥐의 관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시공사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4대강 사업 등 공공공사 담합과 관련,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마당에 입찰까지 제한, 수주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취소 소송을 낸 데 이어 위헌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간접비 소송도 이어진다. 발주처의 사유로 말미암은 공기연장으로 발생한 인건비와 경비 등 추가 비용을 보전해달라는 것이다.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예정인 간접비 청구 소송은 32건(청구 금액 2692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공공 건설현장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85.3%가 발주자의 불공정 관행 또는 우월적 지위 남용 사례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간접비는 물론 △비용지급 없는 임의적 공사 추가 또는 공기 단축 △일방적인 하자 보수 떠넘기기 등 업무적인 부분에서 시공사 직원에 대한 반말, 무시, 욕설과 같은 비인간적인 대우 등 수면 아래에는 거대한 부조리가 잠겨 있다는 의미다.

건설사들이 이례적으로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은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위기 인식 때문이다. 담합의 경우 일부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도 있지만 불법이니 만큼 처벌은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속은 쓰리다. 수익은커녕 빚을 내서 과징금을 내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그래도 수긍할 수밖에 없다고 체념한다. 그러나 입찰 참가제한은 너무하다는 입장이다. 문을 닫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간접비 소송도 다르지 않다. 실적공사비제도, 최저가낙찰제, 계약심사제 등은 물론 발주기관에서 자의적인 삭감 등으로 원초적으로 공사비는 턱없이 모자랐다. 여기에 법에 정해진 비용마저 주지 않겠다는 처사에 피가 거꾸로 돌았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그동안 발주기관과의 관계 악화, 후속사업 영향 등 이른바 후환이 두려워 알고도 눈을 감았다. 그러나 이제는 두려워 할 후환도 없다. 뒤는 천길 낭떠러지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계약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진행 행태를 보면 마지못해 하는 느낌이다. 건설산업과 기업의 절박함을 가슴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궁지에 몰아넣은 고양이가 퇴로를 터줄 마음이 없는 것과 다르지 않은 듯하다. 물러설 곳이 없으면 앞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힘을 키울 수밖에 없다. 이는 건설 본연의 의무와 책임을 되새기는 것에서 출발한다.

박봉식기자 par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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