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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 리포트> 건설공사 하도급 거래에서의 우월적 지위에 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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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67회 작성일 14-12-3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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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사업자 우월적 지위 존재 안해… 하도급법 적용 제외해야

<연구기관 리포트> 건설공사 하도급 거래에서의 우월적 지위에 관한 고찰
                                                                이의섭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하도급 거래는 본질적으로 계약이므로 계약 자유의 원칙이 적용돼야 하며, 이를 제한하려면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은 합리적 근거 없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갖는다는 가정 아래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 계약 내용을 규제하고 있다. 본고는 건설 하도급의 경우 원사업자의 우월적 지위가 없음을 확인함으로써 하도급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건설 하도급 시장의 구조

 하도급 거래란 원사업자가 최종재를 생산하기 위해 수급사업자로부터 필요한 중간재를 구매하는 거래다. 하도급 거래에서 원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는 원사업자가 상류시장인 하도급 시장에서 구매자로서의 우월적 지위를 갖느냐의 문제다.

 건설 생산 과정은 원도급자가 하도급 시장에서 다양한 건설 서비스를 구매하여 발주자인 고객에게 최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절차다. 건설 하도급 시장은 건설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으로 공급자는 수급사업자이고, 구매자는 원사업자다.

 건설 하도급 시장의 수요자는 종합건설업체다. 종합건설업체 수는 2010년 1만467개, 2011년 1만 177개, 2012년 9944개다. 건설 하도급 시장의 공급자인 전문건설업체 수는 2010년 6만3915개, 2011년 6만4619개, 2012년 6만4721개다. 이를 표준산업 분류별 공종으로 살펴보면 전문건설업은 2010년 3만3191개, 2011년 3만2852개, 2012년 3만2547개다

 하도급 시장 상위 구매자의 우월적 지위 가능성을 파악하려면 전문업종별 상위 기업의 집중도를 계산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상위 5개 종합건설업체의 하도급 시장에서의 수요자 시장 집중률 대신 원도급 시장에서 공급자의 시장 집중률을 계산했다. 토목 시장의 상위 5개사 시장비중은 2012년 13.6%, 2011년 15.2%, 2010년 16.8%다. 건축시장의 상위 5개사 시장비중은 2012년 16.4%, 2011년 17.6%, 2010년 18.2%다. 산업설비ㆍ조경시장의 상위 5개사 비중은 2012년 27.9%, 2011년 20.6%, 2010년 23.0%이다. 건설 하도급 시장은 어느 한 기업도 건설 하도급 서비스의 수요자 또는 공급자로서 시장 지배력을 보유할 만한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지 않은 완전경쟁 시장에 가까운 구조다.

 수급사업자의 대체 거래선 유무

 수급사업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경제적 의존성을 심화할 수 있는 대체 거래선과 그 전환비용도 따져봐야 한다. 쌍방 관계에서 거래 일방이 기존 거래 상대방과 다른 거래선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해당 시장의 시장 집중률이 높고 기존 거래 상대방의 시장 점유율이 매우 높은 경우다. 그러나 건설 하도급 시장에서 원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수급사업자는 다른 원사업자와 거래할 수 있다. 쌍방관계의 특수 상황이 없는 한, 시장 점유율이 낮은 경우에는 다양한 대체 거래선이 존재하는 셈이다.

 2013년 대한건설협회 상호협력평가를 신청한 종합건설사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5개 미만 종합건설업체에 협력사로 등록한 전문건설업체가 1만9898개사로 가장 많았고 5개 이상 10개의 종합건설업체에 협력사로 등록한 전문건설업체는 4333개사, 10개사 이상 30개사 미만이 3051개사다. 100개사 이상 300개사 미만의 종합건설업체에 협력사로 등록한 전문건설업체도 13곳이고 300개사 이상의 종합건설업체에 협력사로 등록한 전문건설업체도 2개사다.

 둘째는 수급사업자가 다른 거래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다른 거래선을 탐색하는 비용이 많이 드는 경우와 다른 거래선으로 대체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다. 그러나 국내 건설 하도급 시장은 대부분 원사업자가 능력이 있는 전문건설업자를 대상으로 매년 새 등록업자 리스트를 작성하므로 대체 거래선을 찾는 데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탐색비용이 크다고 할 수 없다.

 대체 거래선으로의 전환 비용

 계약 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이 계약 관계의 발전을 위하여 투자를 한 경우 일방의 투자분에 대한 투자 이익의 회수 여부가 상대방의 행위에 의존하는 경우 볼모 문제가 발생한다. 지속적 거래 관계를 유지해 온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특정한 프로젝트 수행을 위하여 수급사업자가 투자를 한 경우 수급사업자의 투자 이익 환수는 원사업자의 행위에 의존한다. 만약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불리한 계약 조건을 제시하면 수급사업자는 불리한 조건이라도 이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것이 볼모 문제이다.

 원사업자의 불리한 조건 제시에 수급사업자가 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특정한 프로젝트에 투자한 자산이 해당 프로젝트 이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가치가 떨어져서 투자를 한 수급사업자는 손해를 입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특정한 프로젝트에 특화된 투자로 이루어진 자산이 다른 용도에는 가치가 없고, 당해 프로젝트에만 가치가 있는 정도를 자산 특화성이라고 한다. 이러한 자산 특화성이 있는 경우, 다른 대체선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특화 자산을 포기하거나 변환하여 다른 거래선에게 필요한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이에 따른 전환비용이 커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자산 특화성이 높은 투자가 있는 경우에는 다른 대체선으로의 전환비용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건설 하도급의 경우 이러한 수급사업자가 특정한 프로젝트에 특화된 자산에 투자를 한 경우는 드물어서 일반적인 건설 하도급의 경우에는 수급사업자가 다른 대체 거래선으로 전환하는 비용이 높다고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전문공사는 범용 시공 기술을 갖고 시공하는 시장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급사업자가 특정 원사업자에 대해 투자를 하면 당해 자산은 다른 원사업자에게도 적용되는 투자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건설 하도급의 경우, 수급사업자가 자산 특화성이 높은 경우는 드물다.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게 의존할 가능성은 있지만 일반적이지 않다.

 특수한 경우로서 특수한 전문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공사에 전문건설업체가 특수한 시공 기술을 가지고 특정한 원사업자와 장기적인 거래 관계를 가졌다면 거래선 변경이 어렵거나, 다른 거래선으로 전환하는 비용이 커서 원사업자에 대한 의존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우가 아닌 전문건설업체가 기존 종합건설업체의 거래 중단으로 인해 다른 종합건설업체와 거래를 하기 어렵다는 것은 해당 전문건설업체가 경쟁력이 없어서 다른 종합건설업체가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지, 전환비용이 높아서 다른 종합건설업체와 거래를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종합건설업체(원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해 규제를 한다는 것은 경쟁력이 없는 기업을 보호하는 규제로서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

 건설하도급을 하도급법 적용에서 제외

 이와 같이 일반적으로 우월적 지위가 존재하지 않는 건설 하도급을 항상 우월적 지위가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하도급 대금의 부당한 결정, 부당한 하도급 대금의 감액, 경제적 이익의 부당한 요구 등을 원사업자의 금지 사항으로 규제하는 것은 거래 당사자가 자유롭게 하도급 거래를 함으로써 창출할 수 있는 잉여 가치를 박탈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수급사업자의 대체 거래선이 다수 존재하고 다른 대체 거래선으로 전환하는 비용이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하도급 거래의 가격을 제한하는 등의 규제는 경쟁력이 없는 수급사업자를 보호하는 정책적 과오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건설 하도급을 현행 하도급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경제를 효율화하는 방안이라고 판단된다.

이의섭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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