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성 없는 표준단가 산정? 정부 믿기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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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07회 작성일 14-12-23 09:35본문
[봉승권 채희찬 기자의 입찰 톡~Talk]
건설인으로 살기가 팍팍하시지요? 공사물량은 없고, 수주한들 적자가 걱정이고. 때론 ‘갑을’관계에 치여 벙어리 냉가슴을 앓기도 할 것입니다. 입찰 현장을 발로 뛰고 있는 봉 기자와 채 기자가 ‘가려운 데 긁고’, ‘못 받는 돈 받아들이는’ 심정을 담아 입찰토크를 펼칩니다. 민•관•학은 물론 대중소, 상하, 앞뒤 구분도 없는 입찰시장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길 예정입니다.
박=지난 한 주는 어느 때보다 핫 이슈가 많았습니다.
봉=건설업계의 숙원이었던 실적공사비제도 개선 관련 정부안이 나왔고요. 발주처 ‘갑질’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한 것도 건설사 입장에서는 가슴이 뚫리는 뉴스라는 반응이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종합심사제 2차 시범사업 낙찰률이 1차보다 10%포인트 오른 것도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계절에는 맞지 않지만 단비가 내렸다고 할 수도 있고요. 계절에 맞추자면 서설(瑞雪)이 내렸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채=지난 17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실적공사비제도 개선 공청회’에는 자리가 없어 바닥에 앉아서 들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였습니다.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거지요. 표준시장단가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계약단가를 어떻게, 얼마나 반영할지가 관건인데 그날 설명회 참석자들은 의외로 별다른 질의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산정하는 과정에 민간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지가 의문스러워 그런 것 같아요.
박=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시지 않았다는 말인가요?
봉=정부나 연구기관이 보는 관점과 현장의 관점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SOC예산도 늘리고, 건설투자도 늘리고 확장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1∼2년 혹은 3∼4년 후에도 그러리라 보긴 어렵다는 거죠. 완전히 독립된 관점에서 표준시장단가를 산출하지 않으면, 언젠가 정부가 예산을 또 옥죄기라도 하면, 단가에도 적지않은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 업계는 이걸 우려하는 것 같아요.
채=개선안을 적용하면 예정가격이 25%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예산의 속성을 감안하면 그동안 공사비 25%를 날로 먹었다는 얘기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립니다. 거기까지는 아닐지라도 실적공사비의 폐단을 알면서도, 이 지경까지 방치했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분명한 것은 예정가격이 25%가 오른다고 낙찰률이 25%가 오르는 건 아니라는 거죠.
박=운영이 관건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봉=사실 지금도 100억원 미만 공사는 실적공사비 적용이 배제되는데, 지자체 등 일부 발주자들은 이런 소규모 공사에도 실적공사비를 적용하고 있어서 지역업체들은 불만이 많습니다. 지방정부나 하위 발주자들이 재정을 아낀다고 꼼수를 부리는 건데요, 앞으로 표준단가 적용까지 300억원 미만은 실적공사비를 적용 안 한다는데, 이런 거 관리, 감독이 필요합니다
채=감사원은 이런 거 감사 안 하고 뭐하는지 모르겠네요. 덧붙이자면, 업계는 정부가 좀더 서둘러주길 바라고 있어요. 국토부가 TF 만든다고 하는데, 언제 표준단가가 나올지는 딱히 계획이 없거든요. 그리고 공청회 때 정부안이 사실 국토부안인데,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앞으로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도 궁금합니다.
박=불공정 거래를 한 공기업에 대해서도 철퇴가 내려졌는데.
채=통쾌하다는 반응도 많습니다. 빙산의 일각이라며, 더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말도 많고요. 능력도 안 되는 하도급사나 공동도급사를 미리 지정해 떠넘기는 경우도 많고, 특히 지자체에서는 선거 이후 보은을 위해 이런 밀어주기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워낙 은밀해서인지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을의 입장에서 알아도 모른 척하는 상황인 듯하고요. 정의감에 고발했다가 보복이라도 당하면, 큰일이라는 거죠. 그런데 일부 발주처는 쌍방 합의에 따른 계약이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니 사태를 더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봉=쌍방합의? 아직 정신을 못 차린거 아닌가요. 모 항공사 부사장처럼요. 발주자 내부에서도 리니언시 같은 고발제 만들어서, 큰 인센티브라도 줘야겠네요.
박=LH의 종심제 2차 시범사업 낙찰률이 상승한 것도 고무적이라는 반응입니다.
채=예가 대비 80% 초반의 낙찰률이 나와 힘겨운 건설업계에 큰 힘이 되었어요. 하지만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발주처들은 낙찰률이 너무 높아 예산 운영에 부담이 크다며 정부와 협의해 다시 낙찰률을 내리는 방안을 만들 예정이라네요.
봉=아마도 그래서 내년도 시범사업 계획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는 거겠죠. 게다가 낙찰률이 무슨 고무줄도 아니고 늘였다 줄였다, 이것도 좀 문제가 있어요.
채=연초에 만들어 내년 시범사업에 적용한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시공원가를 몰라 인위적인 낙찰률 조정이 가능한 거 같아요. 그간 발주처들이 공사감독을 어떻게 했기에 시공원가를 모른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또 최저가의 대안이라고 하니 그에 준하는 낙찰률을 선호하는 DNA가 생긴 거 같아요. 적격과 같은 낙찰률은 아니라고. 하지만 현재의 적격 낙찰률도 실공비 등으로 실행을 확보할 수 없는 지경인데 말이죠. 그동안 낙찰률에 초점을 맞춘 입찰제도를 이제는 실행투찰이 가능하도록 전환해야 하는데 정부와 발주자의 생각은 더뎌 보이네요.
봉=LH 특성상 80% 초반도 빡빡합니다. 이 정도도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실공비도 그렇고, 예가산정 범위도 설계금액 대비 94~100%니까요. 투찰을 하기도 전에 이미 평균 3%는 낮게 가야 한다는 거죠. 예가산정 범위도 최근 감축하는 방안을 이재영 사장이 지시해 검토했다가 예산이 늘어난다고 해 수포로 돌아갔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채=한 독자는 낙찰률 기준을 설계가격 기준으로 해 달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급격하게 올라가는 게 부담스럽다는 얘기겠지요. 경실련 등을 의식한 요청 아닌가 싶은데요. 이익도 나지 않는 공사에 눈치까지 봐야 하는 현실이 참 씁쓸했습니다.
봉=독자의 걱정은 공감이 가는 대목이네요. 그렇지만 건설사들도 좀 자신감을 가져야 할 거 같아요. 그간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정정당당히 입찰봤으면, 이제 눈치 보지 말고 제값 받고 공사하겠다. 그만큼 품질과 안전으로 보여주겠다. 이런 마인드도 필요할 거 같아요.
첫 토크에서 건설사들이 오랫동안 염원했던 이슈들이 풀릴 조짐을 보여 상기된 마음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곧이 곧대로 받이들이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평가다. 기뻐하기보다는 일단 지켜보자는 심정이라는 것이다. 오랜 불신과 아픔 때문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다. “이제 곧 성탄절인데 건설시장에 산타클로스는 언제 오려는지….” 대담이 끝나고 지켜본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었다.
진행 = 박봉식 산업1부장
박=지난 한 주는 어느 때보다 핫 이슈가 많았습니다.
봉=건설업계의 숙원이었던 실적공사비제도 개선 관련 정부안이 나왔고요. 발주처 ‘갑질’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한 것도 건설사 입장에서는 가슴이 뚫리는 뉴스라는 반응이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종합심사제 2차 시범사업 낙찰률이 1차보다 10%포인트 오른 것도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계절에는 맞지 않지만 단비가 내렸다고 할 수도 있고요. 계절에 맞추자면 서설(瑞雪)이 내렸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채=지난 17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실적공사비제도 개선 공청회’에는 자리가 없어 바닥에 앉아서 들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였습니다.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거지요. 표준시장단가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계약단가를 어떻게, 얼마나 반영할지가 관건인데 그날 설명회 참석자들은 의외로 별다른 질의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산정하는 과정에 민간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지가 의문스러워 그런 것 같아요.
박=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시지 않았다는 말인가요?
봉=정부나 연구기관이 보는 관점과 현장의 관점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SOC예산도 늘리고, 건설투자도 늘리고 확장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1∼2년 혹은 3∼4년 후에도 그러리라 보긴 어렵다는 거죠. 완전히 독립된 관점에서 표준시장단가를 산출하지 않으면, 언젠가 정부가 예산을 또 옥죄기라도 하면, 단가에도 적지않은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 업계는 이걸 우려하는 것 같아요.
채=개선안을 적용하면 예정가격이 25%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예산의 속성을 감안하면 그동안 공사비 25%를 날로 먹었다는 얘기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립니다. 거기까지는 아닐지라도 실적공사비의 폐단을 알면서도, 이 지경까지 방치했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분명한 것은 예정가격이 25%가 오른다고 낙찰률이 25%가 오르는 건 아니라는 거죠.
박=운영이 관건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봉=사실 지금도 100억원 미만 공사는 실적공사비 적용이 배제되는데, 지자체 등 일부 발주자들은 이런 소규모 공사에도 실적공사비를 적용하고 있어서 지역업체들은 불만이 많습니다. 지방정부나 하위 발주자들이 재정을 아낀다고 꼼수를 부리는 건데요, 앞으로 표준단가 적용까지 300억원 미만은 실적공사비를 적용 안 한다는데, 이런 거 관리, 감독이 필요합니다
채=감사원은 이런 거 감사 안 하고 뭐하는지 모르겠네요. 덧붙이자면, 업계는 정부가 좀더 서둘러주길 바라고 있어요. 국토부가 TF 만든다고 하는데, 언제 표준단가가 나올지는 딱히 계획이 없거든요. 그리고 공청회 때 정부안이 사실 국토부안인데,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앞으로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도 궁금합니다.
박=불공정 거래를 한 공기업에 대해서도 철퇴가 내려졌는데.
채=통쾌하다는 반응도 많습니다. 빙산의 일각이라며, 더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말도 많고요. 능력도 안 되는 하도급사나 공동도급사를 미리 지정해 떠넘기는 경우도 많고, 특히 지자체에서는 선거 이후 보은을 위해 이런 밀어주기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워낙 은밀해서인지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을의 입장에서 알아도 모른 척하는 상황인 듯하고요. 정의감에 고발했다가 보복이라도 당하면, 큰일이라는 거죠. 그런데 일부 발주처는 쌍방 합의에 따른 계약이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니 사태를 더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봉=쌍방합의? 아직 정신을 못 차린거 아닌가요. 모 항공사 부사장처럼요. 발주자 내부에서도 리니언시 같은 고발제 만들어서, 큰 인센티브라도 줘야겠네요.
박=LH의 종심제 2차 시범사업 낙찰률이 상승한 것도 고무적이라는 반응입니다.
채=예가 대비 80% 초반의 낙찰률이 나와 힘겨운 건설업계에 큰 힘이 되었어요. 하지만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발주처들은 낙찰률이 너무 높아 예산 운영에 부담이 크다며 정부와 협의해 다시 낙찰률을 내리는 방안을 만들 예정이라네요.
봉=아마도 그래서 내년도 시범사업 계획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는 거겠죠. 게다가 낙찰률이 무슨 고무줄도 아니고 늘였다 줄였다, 이것도 좀 문제가 있어요.
채=연초에 만들어 내년 시범사업에 적용한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시공원가를 몰라 인위적인 낙찰률 조정이 가능한 거 같아요. 그간 발주처들이 공사감독을 어떻게 했기에 시공원가를 모른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또 최저가의 대안이라고 하니 그에 준하는 낙찰률을 선호하는 DNA가 생긴 거 같아요. 적격과 같은 낙찰률은 아니라고. 하지만 현재의 적격 낙찰률도 실공비 등으로 실행을 확보할 수 없는 지경인데 말이죠. 그동안 낙찰률에 초점을 맞춘 입찰제도를 이제는 실행투찰이 가능하도록 전환해야 하는데 정부와 발주자의 생각은 더뎌 보이네요.
봉=LH 특성상 80% 초반도 빡빡합니다. 이 정도도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실공비도 그렇고, 예가산정 범위도 설계금액 대비 94~100%니까요. 투찰을 하기도 전에 이미 평균 3%는 낮게 가야 한다는 거죠. 예가산정 범위도 최근 감축하는 방안을 이재영 사장이 지시해 검토했다가 예산이 늘어난다고 해 수포로 돌아갔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채=한 독자는 낙찰률 기준을 설계가격 기준으로 해 달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급격하게 올라가는 게 부담스럽다는 얘기겠지요. 경실련 등을 의식한 요청 아닌가 싶은데요. 이익도 나지 않는 공사에 눈치까지 봐야 하는 현실이 참 씁쓸했습니다.
봉=독자의 걱정은 공감이 가는 대목이네요. 그렇지만 건설사들도 좀 자신감을 가져야 할 거 같아요. 그간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정정당당히 입찰봤으면, 이제 눈치 보지 말고 제값 받고 공사하겠다. 그만큼 품질과 안전으로 보여주겠다. 이런 마인드도 필요할 거 같아요.
첫 토크에서 건설사들이 오랫동안 염원했던 이슈들이 풀릴 조짐을 보여 상기된 마음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곧이 곧대로 받이들이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평가다. 기뻐하기보다는 일단 지켜보자는 심정이라는 것이다. 오랜 불신과 아픔 때문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다. “이제 곧 성탄절인데 건설시장에 산타클로스는 언제 오려는지….” 대담이 끝나고 지켜본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었다.
진행 = 박봉식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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