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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침몰하는 엔지니어링號 2부-② 말많은 도공 '상시평가' 확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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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91회 작성일 14-12-1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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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낮으면 '찍혔다'는 의미...컨소시엄 구성도 어려워

 “한국도로공사 상시평가에서 점수를 못 받은 업체는 컨소시엄 구성도 못한다. 점수를 못받았다는 의미는 ‘일을 못한다’가 아니라 ‘도로공사에 찍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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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교통부가 지난 5월 신설한 ‘우수건설기술용역업자’선정제도가 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있다. 현재 한국도로공사 등 일부 발주처가 시행 중인 ‘상시평가제도’의 중앙정부 단위 확대를 예고한 셈인데, 업계 관계자들은 발주기관 출신 퇴직자 영입을 부추기는 제도라며 제도의 완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11일 <건설경제>가 업계 123개 업체로 부터 의견조회한 문건을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업계 관계자들은 엔지니어링 업체 임직원들을 ‘범법자로 양산하는 제도로 밖에 볼 수없다’고 입을 모았다. 평가항목의 주관성 때문에 고득점을 받기 위해 업체 임직원들이 발주기관에 금품 및 향응 제공 등의 부작용 발생을 피할 수없다는 주장이다.

 지역 중기업 대표는 “이미 한국도로공사 등에서 유사한 상시평가제를 시행 중인데 업계에 ‘관피아’제도의 일부로 불릴 정도로 문제가 많은 것을 중앙 정부 단위로 확대하는 것은 업계 실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5월부터 시행하는‘우수건설기술용역업자’선정제도는 과거 발주처별로 진행했던 것을 중앙정부 단위로 통합한 제도다. 국토부가 각 발주처에 채점표를 나눠줘 평가를 시킨 후, 평가자료를 취합해 5개 분야에서 상위 20% 내의 90점 이상 회사를 선정한다. 우수용역업자로 선정되면 1년간 전국의 모든 발주처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에서 1∼2점의 가점을 받을 수있다.

 다시 말해, 우수용역업자로 선정되지 못하면 그 해 사업수주는 1년 내내 ‘보릿고개’란 뜻이다.

 문제는 국토부가 이번에 시행하는 제도가 이미 10년 동안 한국도로공사 등 발주기관 차원으로 시행되며 많은 병폐를 낳고 있는 제도의 복사 확대판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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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공 ‘상시평가제’, 어떻게 돌아가길래...

 한국도로공사는 1년 2회(상반기 6월, 하반기 12월)에 거쳐 업체를 평가하고 있다.

 10억원 이상 사업은 2단계, 15억원 이상 사업은 토질 및 측량완료 전후와 공사착공 4년 이내 평가를 추가해 3단계로 나눠 진행한다.

 평가점수에 따라 업체는 가중치를 적용받는다. 첫해는 50%, 이듬해는 30%, 이후 2년 간 10%다.

 해당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는 설계용역 발주가 기존의 TP(기술제안서 평가)에서 PQ(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제도로 변경되며, 발주기관 차원에서 업체에 대한 변별력 강화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상시평가제를 통해 우수용역업자로 선정된 업체는 PQ 평가에만 아주 적은 가점이 주어졌다. 당연히 업계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제도는 점차 변질되기 시작했다.

 당초 도로공사가 TP(기술제안서 평가)에서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로 제도를 바꾼 이유는 TP에 발주기관의 주관적 평가가 개입할 여지가 컸기 때문이다. ‘발주처의 주관적 평가’란 곧 부정 및 비리행위 유발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TP에서 PQ로 입찰제도 변경까지 단행했던 도로공사가 최근 들어 다시 상시평가 결과를 TP에까지 확대 적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도로공사는 상시평가 결과를 PQ에 2점, TP에 3점이나 적용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시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업체는 공사 발주 사업에 대한 컨소시엄 구성 자체가 어렵다.

 A사 대표는 “상시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는 것은 다시 말해 도로공사에 찍혔다는 의미”라며 “발주처에 찍힌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사실상 사업 수주가 불가능한데 누가 해당 업체와 같이 일하려고 하겠느냐”고 설명했다.

 대형사인 B사와 지역 중견사인 C 업무 담당 임원 역시 “상시평가 점수를 못받은 업체는 90% 이상 도로공사 사업 참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상시평가는 결국 한국도로공사 출신의 퇴직 공무원 영입으로 이어진다.

 단지 상시평가 때문에 도로공사 출신을 영입하지는 않지만, 퇴직 공무원은 사업 참여 초기부터 완료한 사업에 대한 평가를 받는 상시평가까지 연쇄적으로 맞물리며 주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D사 영업담당 임원은 “도로공사 출신들이 각 업체에 퍼져 도공 발주사업의 사전 정보를 현직에 있는 후배를 통해 입수한 후, 자기들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며 “도로공사 출신 임원이 없는 회사는 컨소시엄 참여도 불가능할 뿐 아니라, 입찰 진행 과정에서 이어지는 TP(기술제안서 평가)와 SOQ(기술자 평가) 등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사업 완료 후에는 도공 출신 임원을 활용한 영업을 통해 상시평가까지 잘 마무리지어야 한다. 한마디로 사업 시작부터 끝까지 도공 출신이 없는 업체는 사업 참여 자체가 불가능한 판”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종합평가제 폐지 한목소리 요구 "PQ 적용하지 않거나, 대상 축소를"



  발주기관이 운영하며 많은 병폐를 낳은 제도가 전면 확대될 예정이다보니 업계는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수차례 제도 폐지 혹은 전면 개정을 요구했으나 ‘전임자의 결정사안’이라거나 ‘개정된 지 6개월 만에 뒤집기 힘들다’는 논리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서다.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는 “국토부에서 6월부터 TF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나 명분 쌓기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조속한 개정을 촉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는 협회가 국토부와 협의 중인 건의안조차 업계 의견을 제대로 수렴한 안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청원서 제출에 참여한 123개 업체는 ‘종합평가제’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들 업계는 “종함평가를 통해 PQ 가점이 적용되면 로비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법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꼼수로밖에 볼 수 없다”며 “종합평가제를 PQ에 적용하지 않거나, 평가의 적용대상 사업을 특수교량 등 시특법 적용 혹은 대통령령 지정사업 등으로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법안은 기업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제한해 업계 경영진들의 지탄을 받고 있기도 하다.

 종합평가제 평가항목 중에 ‘고용유지율’과 ‘전년도 기술자 1인당 평균 생산액’이 포함됐기 떄문이다.

 한 대형사 대표는 “기술자 1인당 평균 생산액이 올라가는 것을 반대할 경영진은 없다. 그러나 1인당 생산액을 올리려면 구조조정은 필수”라며 “이 점을 고려해 국토부가 전년 대비 고용유지율을 포함시킨 것 같은데 업계에는 이중 족쇄다. 정부가 여기까지 업계에 간섭할 권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종합평가제 시행지침을 받아든 업계 임직원들은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발주기관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충실도’와 ‘성실성’, ‘적극성’ 등을 평가받게 되다 보니 결국 발주기관 관리를 잘하지 못해 혹여나 낮은 점수라도 받게 되면 회사의 문책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형사 업무팀 임원은 “부서별로 비상이 걸렸다. 부서별 경비 중 발주기관 몫(영업비)을 조금이라도 더 떼어놓기 위해 처리기준까지 검토 중”이라며 “발주기관 접대에 소홀해 혹시라도 낮은 점수를 받으면 회사에서 쫓겨나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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