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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침몰하는 엔지니어링號 1부-② 낙하산은 어떻게 펼쳐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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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55회 작성일 14-12-1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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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자체조사 통해 문제점 알고도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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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교통부와 각 발주기관들이 일명 ‘관피아’법으로 지목된 신설 업무 중복비율의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개정안을 그대로 강행했다는 증거 문건이 입수됐다. 업계는 이 문건을 근거로 국토부와 산하 발주기관들이 퇴직 기술직들의 재취업 자리를 고려해 사태를 묵인했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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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건설경제>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가 지난 5월 ‘건설기술진흥법’을 개정한 이후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부랴부랴 국토부 지방청과 산하 발주기관, 지자체를 대상으로 발주 사업에 대해 업계 기술자들의 업무 중복도를 자체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 발주기관이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사업에 참여 중인 도로(15명), 하천(20명), 철도(5명) 등 세 분야의 사업책임기술자급에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안을 적용할 경우 업무 중복비율이 평균 563%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토부 만점 비율은 100% 미만인데 개정안을 적용하면 현재 사업을 수행 중인 기술자들의 중복비율이 이미 5.6배를 초과하는 상황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 평균치는 과소 책정된 면이 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하천 부문의 서모 기술자는 국토부의 법안 개정 전에는 업무 중복비율이 264%였는데, 개정 후에는 1383%에 달한다. 같은 하천 사업의 신모 기술자 역시 개정 전의 중복도는 400%였으나 개정 후 기준을 적용하니 중복 비율이 1092%까지 치솟았다.

 같은 서울청 발주 사업의 경우 도로 사업에 참여한 한모 기술자는 개정 전 100%였으나, 개정 후 기준을 적용하면 680%에 달했고, 부산청이 발주한 도로 사업에 참여한 김모 기술자는 개정 전 기준으로 213%였던 중복비율이 87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가 조사했을 때는 업무 중복비율이 더욱 드라마틱한 수준으로 올라간다.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가 35명의 사업책임기술자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개정 전 기준을 적용했을 때는 평균 443%였던 수치가 개정 후에는 무려 13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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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이처럼 국토부가 개정한 규제를 적용했을 때 해당 기준을 맞출 수 있는 기술자가 업계에 거의 없음을 국토부가 현재 인지하고 있음에도 제도를 그대로 강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부터 업계는 이미 업무 중복도를 개정안의 최대 오류사항으로 지적했었다. 이후 업계가 6월 업무 중복도의 폐지를 건의했고, 이에 국토부는 7월부터 T/F를 꾸려 발주기관과 업계의 의견을 수렴했지만, 결국 발주처의 의견만 확인하는 선에서 의견수렴을 멈췄다.

 발주기관 중 일부 지자체와 공사 등 대형 발주기관들이 국토부의 업무 중복도 기준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발주기관 관계자들은 “업무 중복비율을 100% 미만으로 규제하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오히려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국토부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국토부와 발주기관의 행태에 업계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업계 대형사의 업무팀 관계자는 “업무 중복비율 100% 미만을 만점으로 규정했다면, 아무리 규정을 강화했다고 해도 120∼130% 정도가 나와야 정상인데 업계에서 자체 평균을 내보면 1375%가 나온다”며“이 같은 기준을 맞출 수 있는 기술자는 국토부와 발주기관 출신 뿐이다. 결국 이 같이 업계 의견을 무시하고 강행되는 업무 중복도는 ‘관피아’를 더 고용하라는 발주기관의 압박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업계 기술자 울리는 '과업중지기간'

발주기관, 제도 교묘히 이용...6개월 단위로 사업 쪼개 진행

  국토부가 만든 ‘건설기술진흥법’ 세부평가기준상의 ‘업무 중복도’는 업계가 도저히 맞출 수 없는 수준이다. 이는 국토부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업계가 정부의 업무 중복비율을 도저히 맞추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는 그 이유로 ‘과업중지기간’을 꼽았다.

 현재 정부는 업무 중복기간에 6개월 미만의 과업중지 용역까지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발주기관의 사정에 의해 일방적으로 과업이 중지된 것인데도 업무 중복기간에는 고스란히 산정되는 셈이다.

 현재의 과도한 업무 중복비율을 찬성하는 발주기관들은 이 ‘과업중지기간’ 제도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6개월 미만이면 업무 중복비율에 산정되는 것을 알고, 6개월 전에 과업을 한 차례 풀었다가 다시 중지하는 식으로 사업을 쪼개서 진행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하루짜리 사업을 사흘에 나눠 수행하는 상황이 빚어진다. 대가도 똑같고, 투입되는 인원도 같은데 과업 수행 일수만 늘어나고, 이 와중에 투입 인원에 대한 업무 중복도까지 산정되니 업체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2∼3배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실제로 업계 대형사인 A사가 작년 수행한 사업 300건에 대한 과업수행기간을 살펴보니 원래 계약기간을 100%로 따졌을 때 298%가 도출됐다. 당초 계약기간보다 과업 수행기간이 3배 가까이 초과된 셈이다.

 이는 다른 업체들 상황도 마찬가지다.

 업계의 대·중·소 7개 업체가 용역기간 연장현황을 따져본 결과 9건의 철도사업(계약기간 137개월)은 현재 286개월째 진행 중이고, 43건의 도로사업(계약기간 867개월)은 현재 2173개월째 진행 중이었다. 도시계획 분야는 22건의 사업(계약기간 394개월)이 824개월째 질질 끌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행정중심복합도시 도로설계다. B사가 수행 중인 이 사업은 계약기간이 5년8개월인데도 2009년 11월 시작해 2013년 5월 중지된 이후, 업무 중복기간 산정에서 제외되기 전인 2013년 8월 다시 사업을 재개해 현재 다시 중지된 상태다.

 그러나 중지 기간이 6개월을 넘기지 않아 사업에 참여한 기술자의 업무 중복도에는 고스란히 기간이 산정되고 있다.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되다 보니 업체 경영진에서는 실제로 투입된 기술자의 이름을 착수계에서 지우는 사례도 발생한다. 기술자의 업무 중복비율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업이 중단됐다고 업체들이 사업을 쉬는 게 아니다. 10년 지난 사업인데도 발주기관들은 종 부리듯이 한밤중에도 전화해 당장 내일 들어와서 보고하라든가, 감사원 조사를 대행해 달라는 식으로 부탁한다”며 “그마저도 업무 중복기간에 들어가도록 사업을 중지했다가 6개월 이전에 사업을 재개하는 방식으로 담당 기술자가 다른 사업을 맡지 못하도록 횡포를 부린다. 이 같은 정황을 국토부나 발주기관들이 알면서도 업무 중복도를 더욱 강화했다는 것에 업계는 공분할 수밖에 없는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업계 업무팀들은 “현행 업무 중복비율이 현실성을 가지려면 분야별 참여기술자를 중복도 산정에서 제외하거나, 현행 100% 미만의 중복비율 만점 기준을 1000%까지 혹은 대가를 3배로 늘려야 한다”며 “그러나 이 같은 사정을 건의할 때마다 국토부는 업계 사정을 봐준다는 식으로 만점 중복비율을 200%선까지 고려해보겠다는 답만 되풀이한다. 사실상‘관피아’를 계속 영입하라는 메시지 아니냐”고 토로했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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