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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조달 문화… 기술개발, 인력양성 의욕 꺾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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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85회 작성일 15-02-1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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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 재도약 동력 불안… 英, 美처럼‘발주처 혁신’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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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 재도약 방향타 잡아라>

2부-현실을 직시하자

<3>늙어가는 건설현장(하)

 건설현장이 늙어가는 원인에는 ‘값싼 조달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발주처는 최저가낙찰제, 실적공사비, 계약심사제 등으로 저가수주를 유도하고,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늘어나는 건설업체와의 출혈경쟁으로 저가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저가수주된 공사에서 기술개발은 물론 기능인력에 대한 처우개선이나 직업의 희망을 부여하기는 쉽지 않다.

 건설산업분야 전문가들은 “건설산업의 고령화는 ‘저비용’ 구조에 원인이 있다. 발주처는 고급인력양성이나 기술개발 대신 저가공사를 유도하고 있다. 비정형 디자인 등 혁신공법 대신 길고, 높은 것만을 이야기하니 시공사 입장에서도 애써 임금이 비싼 인력을 정규직화하거나 활용하지 않는다. 수년간 반복된 ‘저비용’ 구조는 결국 건설산업의 기초인 기술 및 기능인력 양성의 의욕을 꺾는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저가입찰… 기능인력 임금 삭감으로 이어져

 물량확보를 위한 저가수주의 최대 피해는 ‘건설 기능인력’에게로 옮겨진다.

 발주처는 단가를 정해놓고 건설사에 압박을 넣어 공사비를 낮추고, 원수급자는 하수급자에 도급할 공사대금을 미루거나 대물 등을 강매하고, 여기에 하수급자는 그 피해를 건설근로자와 자재ㆍ장비업자에게 전가한다.

 또 임금으로 지급할 재원이 부족하다 보니 건설근로자의 임금이 줄거나 숙련 인력 대신 외국인력이 채용되는 구조로 이어진다.

 실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설계변경 과정에서 건설사와 협의를 거쳐 설계변경 단가를 확정해 놓고도 실제 계약 체결에서는 단가가 높다는 이유를 들어 설계변경 적용단가를 하향 조정했고, 자체 종합감사를 거치면서 공사비를 일방적으로 깎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LH가 대금을 삭감한 공사는 23건, 공사대금은 23억1300만원에 달한다.

 또 LH는 설계변경을 하면서 애초 도급계약서상의 요율을 적용해야 하는 제경비를 자체 ‘제경비 산정기준’을 만들어 활용하는 방법으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25억8200만원(28건) 규모의 공사대금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

 수자원공사는 턴키(설계ㆍ시공 일괄입찰)공사와 최저가낙찰제 대상 공사를 가리지 않고 공사비를 부당 삭감해오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0억26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심규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발주자의 저가발주는 원수급자의 저가입찰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뤄진다. 게다가 지급해야 할 재정마저 제대로 주지 않는다. 결국 원수급자의 저가입찰은 하수급자의 저가입찰로 이어지고, 하수급자의 저가입찰은 근로자 간 임금 경쟁, 내ㆍ외국인 간 임금 경쟁으로 이어진다”면서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낮아진 시중노임단가에 실적공사비 등이 적용되면서 악순환이 더 심화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교육훈련 기피… 고용 안정, 임금인상 장치 없어

 건설현장 고령화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건설 기능인력 교육훈련 참여를 유인할 제도 미흡이 꼽힌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교육훈련은 △기능향상지원사업 △국가기간ㆍ전략산업 직종훈련 △내일배움카드제훈련 등이 있다.

 지난해 참여자 수는 1만900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자격증 보유가 고용 안정이나 임금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심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훈련과정을 이수하더라도 고용 안정이나 임금 인상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없고, 시공능력 향상을 제공한 숙련인력 보유 자체가 고임금이라는 비용 지불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 연구위원은 “젊은 층의 기피는 직업전망이 없어서 발생한다. 숙련도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고, 고용 안정화가 필요한 이유”라며 “저가수주가 지속된다면 건설산업은 더 고령화될 수밖에 없고, 숙련공의 대가 끊길 것이다. 기능인력의 고령화는 최종적으로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건설 기능인력의 유보임금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건설현장 한 근로자는 “건설근로자는 그날 일한 일당을 최대 60일이나 밀려 지급받고 있다. 속칭 ‘쓰메기리’로 불리는 유보임금 때문이다. 이것마저 차일피일 미루다 70~80% 수준으로 깎는 게 비일비재하다”면서 “발주처가 근로자 임금 지급 문제만 제대로 확인하더라도 건설산업 기피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체불임금액이 1조3195억원(건설업 3031억원)으로 5년 만에 최대 수치로 불어났고, 피해 근로자가 29만3000명에 달하는 상황도 건설산업의 현주소를 비춰주는 단면이 된다.

 이와 관련해 영국, 미국 등 건설 선진국은 이 같은 문제 개선책으로 ‘발주자의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공공 발주자는 건전한 건설산업 문화를 유인할 수 있는 선도자인 만큼 단기적 예산 절감에만 초점을 맞춘 관리 체계에서 벗어나 적정 공사비 확보와 시설물의 품질을 확보할 총체적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이나 터키 등 개발도상국 기업은 저임금 인력 등 생산기술을 기반으로 시장을 확보하고 있고, 미국이나 독일은 관리기술 중심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우리 경쟁력의 현주소를 살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형용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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