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성문 빠진 국토부 업무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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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793회 작성일 15-02-04 09:54본문
최근 중앙부처들이 올해 업무계획을 줄줄이 내놨다.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뉴스테이(NEW STAY) 정책’, 즉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방안만 공개했던 국토교통부도 방대한 분량의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2쪽 분량의 보도자료와 60쪽짜리 본자료, 추가로 20쪽짜리 은행 공유형 모기지상품 자료 등 모두 100쪽이 넘는 정책과제를 한꺼번에 쏟아냈다. 통일시대를 대비해 남북 간 끊긴 도로ㆍ철도를 잇고 사회기반시설(SOC)의 노후화에 따른 특별법 제정, 건설기술 담보 대출상품 출시, 비도시지역 공장 설립기준 완화 등 굵직한 정책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지난 정책에 대한 반성문은 단 2쪽에 불과했다. 내용도 겉핥기 수준이다. 특히 극심한 침체와 입찰담합 제재라는 이중고로 신음하고 있는 건설산업에 대한 내용이 통째로 빠져 있다.
124개 상장 건설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4%가 지난해 3분기에 적자를 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1%에도 못미친다. 100대 건설사 중 19개사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 중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업계에 사상 최대인 8496억원(59개사)의 과징금을 매겼다. 과징금 처분에 이어 공공공사에 대한 입찰참가 제한 처분도 내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해 정책을 되돌아보고 올해 정책의 방향타를 제시하는 업무보고에는 ‘위기의 건설산업’에 일조한 국토부의 정책상 한계에 대한 반성이 없다.
이는 국토부가 기재부, 공정위와 함께 내놓은 입찰담합 예방 종합대책과도 배치된다. 대책에서 국토부는 담합을 유도하는 ‘1사 1공구제’를 없애고 경직된 입찰담합 제재 규정에 제척기간(5년)을 두고 제도 운용상 유연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사실상 기존 정책의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과거에 대한 통렬한 반성 없이는 혁신도 없다고 했다. 과거의 어두운 굴레를 벗어나려면 건설업계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함께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건설산업의 불확실성을 없애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건설업계의 앞길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더구나 건설업계가 그토록 갈망했던 ‘그랜드 바겐’같은 영국식 일괄처분 계획도 현재로선 없다. 위기의 건설산업에 대한 국토부의 진단 수준을 가늠할 만하다.
지난해 건설업계는 유가 하락, 엔저 공세 등 각종 어려움 속에서도 무려 660억달러를 해외에서 수주했다. 수출액 기준으로 보면 전체 서비스산업 가운데 4위다. 연간 건설투자규모가 200조원에 육박하고 11만7000여개 기업에 176만여명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처럼 거대 산업이 정부 정책에 따라 뿌리채 흔들릴 수도, 더욱 뿌리깊게 자리잡을 수도 있다.
김태형기자 kth@
하지만 지난 정책에 대한 반성문은 단 2쪽에 불과했다. 내용도 겉핥기 수준이다. 특히 극심한 침체와 입찰담합 제재라는 이중고로 신음하고 있는 건설산업에 대한 내용이 통째로 빠져 있다.
124개 상장 건설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4%가 지난해 3분기에 적자를 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1%에도 못미친다. 100대 건설사 중 19개사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 중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업계에 사상 최대인 8496억원(59개사)의 과징금을 매겼다. 과징금 처분에 이어 공공공사에 대한 입찰참가 제한 처분도 내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해 정책을 되돌아보고 올해 정책의 방향타를 제시하는 업무보고에는 ‘위기의 건설산업’에 일조한 국토부의 정책상 한계에 대한 반성이 없다.
이는 국토부가 기재부, 공정위와 함께 내놓은 입찰담합 예방 종합대책과도 배치된다. 대책에서 국토부는 담합을 유도하는 ‘1사 1공구제’를 없애고 경직된 입찰담합 제재 규정에 제척기간(5년)을 두고 제도 운용상 유연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사실상 기존 정책의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과거에 대한 통렬한 반성 없이는 혁신도 없다고 했다. 과거의 어두운 굴레를 벗어나려면 건설업계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함께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건설산업의 불확실성을 없애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건설업계의 앞길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더구나 건설업계가 그토록 갈망했던 ‘그랜드 바겐’같은 영국식 일괄처분 계획도 현재로선 없다. 위기의 건설산업에 대한 국토부의 진단 수준을 가늠할 만하다.
지난해 건설업계는 유가 하락, 엔저 공세 등 각종 어려움 속에서도 무려 660억달러를 해외에서 수주했다. 수출액 기준으로 보면 전체 서비스산업 가운데 4위다. 연간 건설투자규모가 200조원에 육박하고 11만7000여개 기업에 176만여명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처럼 거대 산업이 정부 정책에 따라 뿌리채 흔들릴 수도, 더욱 뿌리깊게 자리잡을 수도 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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