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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골든타임은 그리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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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15회 작성일 15-01-1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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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식 산업1부장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골든타임이다. 사고 발생 뒤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하는 의학 용어이다. 환자 상황에 따라 심정지 환자는 4∼6분, 외상환자는 1시간, 뇌졸중 환자는 3시간 이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생명을 구하고 후유증도 줄일 수 있다. 비행기 사고는 90초가 골든타임이다. 화재로 이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승객의 생사를 가른다. 그야말로 금쪽이다.

요즘은 사람이 아니라 경제와 함께 등장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 90분 가운데 절반을 경제에 할애했다. 경제 42번, 개혁 24번, 성장 16번을 언급할 정도로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때를 놓치면 경쟁력을 잃어 30년 성장을 못한다”며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규정했다. 현재 상황을 절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천 전략으로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토대로 한 구조 개혁과 창조경제, 내수 확대를 제시했다.

집권 3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자마자 곧바로 ‘실천모드’에 돌입했다. ‘기초가 튼튼한 경제 및 내수수출 균형경제’를 주제로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6개 부처 합동 업무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도 박 대통령은 “올해가 우리 경제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절박한 인식으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실천과 성과 달성에 매진하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있을 4개 부문별 합동 업무보고에서도 비슷한 주문이 이어질 듯하다.

그러나 실무 부처에서도 절박감을 느끼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올해 업무보고 방식은 예년과는 달리 테마별로 이뤄지는 까닭도 있지만, 국토교통부의 현안에는 주택만 있고 국토와 교통은 없다. 산업의 성장이나 발전을 위한 청사진은 수년째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건설은 백척간두다. 지난해 벽산건설과 성원건설이 파산한 데 이어 100대 건설사 가운데 7개사는 워크아웃, 10개사는 법정관리 상태였다. 새해 벽두에는 시공능력평가액 25위인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불안감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 업종이든 상황이 녹록하지는 않지만, 건설은 그야말로 숨이 목에까지 찬 상태인 것이다.

애초부터 건설이 응급환자는 아니었다. 수술하고, 제대로 먹이고 보살폈으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터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심각한 외상을 입은 이후 치료는커녕 오히려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결과다. 외환위기 때는 민간 주택시장의 침체를 공공부문에서 받쳐 주었다. 건설투자 확대와 과감한 조기 집행으로 건설이 위기 극복의 선두에 섰다. 반면 금융위기 이후에는 민간과 공공이 동반 침몰했다. 주택이 무너지는 가운데 공공은 수익성 악화에 허덕였다. 공공공사를 따면 딸수록 명을 재촉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업계의 아우성을 정부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이 때문에 상장 건설사 절반 정도가 적자에 허덕이는 천덕꾸러기 산업으로 전락했다.

지난해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정부가 치료에 나서고 있다. 회복을 도울 수 있는 영양식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성은 떨어지는 느낌이다. 건설을 사지로 몰아넣은 실적공사비제도 등 비정상적인 제도에 대한 개선이 추진되고 있지만, 속도와 방향이 마뜩하지만은 않다. 왠지 떠밀려 한다는 느낌이 더 강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환자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보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진정한 의사는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골든타임에 필요한 것은 빠르고 정확한 치료이다. 지금 제대로 된 처방이 내려지지 않으면 건설은 내일을 보장할 수 없다. 건설이 죽으면 경제도 같이 죽는다.

박봉식기자 par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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