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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제도 패러다임, `가치'로 대전환 속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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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87회 작성일 15-03-0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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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심제ㆍ표준시장단가 등 ‘가격’ 중심 탈피 초석 다져야…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 열려

한국건설, 재도약 방향타 잡아라

3부 - 건설시장 개혁, 미룰 수 없다

<1> 제도ㆍ정책 백년대계 세우자(상)



 시설물의 안전과 품질을 향상시킬 가치 중심의 입찰제도와 정책 패러다임 전환 요구는 일찌감치 시작됐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이전인 2011년 건설업계뿐 아니라 정치권까지 합세해 부실 공사와 덤핑 입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최저가낙찰제 개선을 요구했고, 앞선 노무현 정부에서는 비용 절감보다는 시설물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최고가치낙찰제 도입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에서 △최저가낙찰제 등 공공입찰 제도 개선 △발주기관의 우월적 지위남용 방지 등을 주요 안건에 상정되기도 했다.

 이어 최근에는 적자 공사의 주범인 실적공사비를 표준시장단가로 개편하고, 가격형 입찰제도인 최저가낙찰제를 대체할 종합심사낙찰제의 시범사업과 관련법 개정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개선 방안이 안전과 품질, 지속가능 경영을 고려한 건설산업의 백년대계를 갖추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예정가격’을 정해 놓는 입찰 방식 대신 입찰자가 기술과 디자인 등을 접목해 입찰가격을 산출하고, 정부가 이를 검토ㆍ승인하는 방식 등 ‘가격’에서 ‘가치’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착시켜야 건설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종심제, 시범사업부터 삐걱

 공공공사 입찰에서 최저가낙찰제를 대신할 종합심사제는 시범사업 진행 과정에서 적지않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건설업계의 전문성ㆍ창조적 능력을 반영하고, 가격 중심의 최저가낙찰제 폐해를 방지하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한 1차 시범사업에서 나타난 낙찰률 71%라는 결과는 가혹했다.

 이후 2차 시범사업에서는 낙찰률이 80% 수준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건설업계의 고무적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기업 간 수주 불균형 우려라는 복병이 등장,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628개 중견 건설사는 최근 국회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LH 등 20여개 기관에 ‘종심제 운용 기준에 대한 건설업체 건의서’를 제출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건의서는 과거 공사경험이 반영되는 공사수행 능력이 수주 여부를 좌우하다 보니 시공능력 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에 유리한 구조라는 지적이 담겼다.

 아울러 5000∼1만개에 달하는 단가 적정성 심사도 도마에 올랐다. 심사에 필요한 2∼3주에 달하는 시간부터 발주자가 정한 단가심사 기준에 맞춰 저가심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시범사업이라는 것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하는 것인 만큼 시행착오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근시안적인 시각보다는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최민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종심제의 설계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 발주자가 단가 심사 기준을 결정하고 공표하면, 결국 전략적인 가격 투찰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 최저가낙찰제의 저가 심사에서도 지적된 문제”라면서 “지금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가치 중심의 제대로 된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대책, 표준시장단가에도 불안

 공사비를 산정할 때 현행 계약단가 외에 시공단가와 입찰단가 등 다양한 시장 거래가격을 반영하는 실적공사비를 개편한 단기 대책인 표준시장단가도 여진이 남아 있다.

 국토교통부가 표준시장단가를 산정할 독립적인 공사비산정위원회를 구성키로 했지만, 아직 임시 운영 상태인 데다 자칫 정부가 예산절감에 집중할 때에는 건설사의 수익성 하락 문제가, 제값공사에 초점을 맞추면 시민단체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큰 난제는 행정자치부의 ‘지방계약법’ 손질이다.

 기획재정부는 300억원 미만 적격심사 적용 공사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표준시장단가 적용을 배제하고, 100억원 미만 사업은 영구 배제하는 내용의 ‘국가계약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이달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행자부는 지자체 공사의 표준시장단가 적용 기준인 시ㆍ군의 조례를 개선할 방향조차 제대로 논의하지 못한 실정이다.

 부산과 대전, 강원, 충북, 충남, 전남, 경남, 제주는 지난해 이전부터 100억원 이상 공사에 실적공사비 단가를 적용해 왔고 서울과 인천, 대구, 광주, 울산, 경기, 경북, 전북 등은지난해 실적공사비를 100억원 이상 공사부터 적용하는 조례 또는 내부 지침을 개정한 상태다.

 결국 지방계약법 시행령과 예규에 실적공사비 적용 기준을 명기하지 않을 때에는 시ㆍ도 조례와 국가계약법의 형평성 문제 등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지자체의 표준시장단가 적용 여부에 대한 법률적 해석도 필요한 상태다.행자부는 올 7월까지 지방계약법 시행령과 예규 등을 손질할 계획이지만, 4개월이라는 공백기에 발생할 국가공사 계약과의 형평성 문제 등은 정부 정책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과거 실적공사비로 공고된 1968개 항목의 현실단가 조사도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달 27일 시설물 안전과 품질에 문제가 제기된 거푸집, 흙쌓기 등 77개 항목을 중심으로 실제 시공단가를 조사해 물가상승률을 반영했지만, 남은 조사 항목이 1900여개에 달하는 실정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각종 제도 개선이 추진되는 올해가 건설산업의 재도약에 필요한 토양을 구축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며 “종심제나 표준시장단가 개선의 목표는 가치 있는 시공물을 짓기 위한 데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형용기자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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