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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부담에 '추가 공사비' 달라는 건설사들···현장 곳곳서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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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96회 작성일 23-11-0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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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 KT 판교 신사옥 공사현장서 '유치권 행사' 시위
"공사비 고정 특약 있어도 '일단 요구'"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건설 원자재가격 상승의 여파가 이미 착공했거나 공사를 마친 건설현장까지 번졌다. 현장의 수익성이 현저하게 낮아지면서 건설사들이 발주처에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이 발주한 대다수 공사에는 물가가 오르더라도 공사비는 유지한다는 특약이 포함돼 있어 업계의 요구는 법적인 효력을 얻기 어려운 실정이다. 


7일 쌍용건설에 의하면 회사는 KT를 상대로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회사는 올해 4월 준공한 'KT 판교 신사옥 공사'에 들어간 추가 공사비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쌍용건설과 협력사 직원 30여 명이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KT 판교 신사옥 공사현장에서 물가인상분이 반영된 공사비를 요구하는 '유치권 행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위치한 'KT신사옥'은 지하 4층, 지상 12층 규모다. 지난 2020년 7개 건설사와 입찰경쟁을 벌였고, 쌍용건설이 최종 공사비 967억 원으로 단독 수주했다. 그러나 착공 이후 코로나19 확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171억 원의 추가 공사비가 발생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쌍용건설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까지 KT측에 수차례 공문을 통해 물가인상분을 반영한 공사비 증액을 호소했다. 그러나 KT 측이 이를 거절하면서 쌍용건설이 정부에 분쟁조정을 요청했다. 쌍용건설은 1차 시위 이후에도 KT의 협상의사가 없을 경우 광화문 KT사옥 앞 2차 시위를 열 예정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정부의 조정을 통해 최소한의 증가분에 대한 금액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 건설사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이미 착공한 현장의 발주처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18년 8월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총 2678가구를 짓는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 당시 평(3.3㎡)당 공사비는 660만 원이었다.

시공단은 지난 2021년 12월 첫 삽을 뜬 뒤 현재까지 공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착공 후 현장 부지에서 문화재가 나오면서 공사 기간이 지연됐고, 아파트 건축 원자재의 80%를 차지하는 철근과 콘크리트의 가격이 올랐다. 이에 시공단은 공사비를 기존보다 평당 238만 원 높은 898만 원으로 높여 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전체 공사비로 환산하면 추가 2170억 원가량을 요구한 셈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평당 공사비를 기존 660만 원에서 898만 원으로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진주아파트 모습. /서울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평당 공사비를 기존 660만 원에서 898만 원으로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진주아파트' 모습. /서울시

이와 함께 시공단은 조합 측에 공사 기간을 9개월가량 연장해달라고도 요청했다. 당초 단지의 준공예정일은 2025년 6월이었다. 기간이 연장되면 2026년 초께 입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조합이 공사비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은 상황에서 준공이 늦어지게 되면 시공단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저하에 따른 건설업계의 공사비 인상 요구도 근거는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건설 원자재 가격 급등은 한풀 식었지만 여전히 2~3년 전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 유지되는 모습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하는 공사비지수는 지난 9월 기준 153.67(잠정치)로 3년 전(119.87)보다 28.2% 올랐다. 해당 지수는 건설공사 비용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수치다. 가파른 인건비와 금리 상승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미 공사를 마쳤거나 공사 중인 경우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가 법적 효력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통상 민간 공사의 경우 도급계약서에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담기기 때문이다. 이 특약은 물가가 상승하더라도 준공까지 당초의 공사비를 고정한다는 내용이다. 건설사들은 입찰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기 위해 이같은 조건을 담는다. 반대로 물가 변동에 따라 시공 중에도 공사비가 변동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은 공공이 발주하는 관급 공사에 적용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공사비 증액 요구가 관철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사업자간의 계약에서 당초 도급계약서에 특약이 명시된 경우 발주처가 추가 공사비를 지급해야 할 의무가 없다"며 "법적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정과 시위 등의 방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을 방지하는 방법은 애초에 도급계약서를 잘 작성하는 것 뿐"고 설명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최근 나온 착공 후 공사비 인상 요구 사례들의 경우 법적인 효력이나 설득력이 없다"며 "민간공사의 경우 공사비를 고정시키는 특약이 없는 경우가 드문데, 특히 정비사업의 경우 사업시행인가 등의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약을 꼭 포함시킨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 역시 "특약에도 불구하고 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시도인 셈이다. 법적으로 받아낼 수 있는 공사비라면 소송전에 돌입했을 테지만, 사실상 계약과 무관한 단순 요구"라며 "과거에는 이런 사례가 없었는데 최근 이례적인 건설비용 증가가 이어지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현장이 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건설업계의 신음이 이어지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부는 민간공사에 물가변동 조정방식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고시 개정안을 내놨다. 지난달 20일부터는 건설현장에 공사비 분쟁 조정 전문가를 파견하고 있다. 정비사업에 특화된 표준공사계약서도 마련 중이다.

<더팩트 최지혜기자 wisd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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