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엔지니어링 산업 선진화, 국제표준에서 길 찾아라 ①부 下
페이지 정보
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475회 작성일 15-03-06 10:00본문
QCBS, 기술역량 점수가 전체 90%...기술경쟁 유도
국내 건설엔지니어링의 낙찰자 결정 기준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적격심사와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및 기술·가격 분리 입찰이다.
이 중 대부분 발주기관이 적격심사 기준에 의해 낙찰자를 선정한다. 기술제안종합심사와 건설기술공모방식은 발주처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방식이다.
적격심사는 사업수행능력을 평가해 각사에 점수를 개별통지한 이후, 입찰 참여자 모두가 계약공무원이 작성한 총 15개의 복수예비가격 중 2개를 골라 이 중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4개 가격의 평균치로 예정가격을 정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전자입찰을 실시해 수행능력 점수와 가격점수를 합산해 예정가격에 가장 근접한 최저가 입찰자를 적격업체로 선정하는 식이다.
언뜻 보기에 국제표준으로 일컬어지는 QCBS(기술가격기준 선정방식)와 비슷해 보이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적격심사’ 같은 기형적인 방식을 채택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현행 적격심사 방식을 적용하면 예정가격의 변수로 인해 기술능력 평가 1위 업체가 탈락할 확률이 50%가 넘는다.
한 대형사 업무 담당자는 “예정가격의 변수가 굉장히 크고, 기술보다는 운에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부터, 예정가격 선정, 이후 과업지시서까지 모든 단계의 낙찰자 선정 방식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누가 사업을 수행하든 상관없다’는 발주자의 무심함이 엿보인다”고 꼬집었다.
적격심사와 비슷해 보이지만 한국처럼 운에 좌우되지 않아
반면 국제표준으로 통하며 해외 오픈마켓에서 통용되는 QCBS의 낙찰자 선정방식은 업체 간 기술력 차이가 승부를 결정짓는 시장경제논리에 따른다.
QCBS로 발주된 사업은 업체가 기술제안서와 가격제안서를 각각의 봉투에 넣어 동시에 제출한다. 발주기관은 두 제안서 중 기술제안서를 먼저 개봉해 평가한 후 기술능력 평가를 통과한 업체들의 가격제안서만 업체 입회 하에 개봉한다.
이후 기술과 가격점수에 의거해 합산 점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하는 식이다.
오세욱 한국조달연구원 박사는 “외국의 QCBS는 기술역량과 가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되 기술역량 점수가 전체 점수의 80∼90%까지 달하는 전형적인 기술중심의 자율경쟁 시스템”이라며 “기술 중심으로 평가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지정한 후 이후 계약조건에 맞게 가격협상을 진행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낙찰자를 선정한 후 계약서를 내밀지만, 외국은 발주와 함께 계약서 초안을 제시한다. 이후 기술 중심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발주처와 업체가 동등한 입장에서 가격협상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계약서에 제시된 업무 범위와 계약적, 법적요구사항, 사업일정, 지불조건, 이해관계자 간 리스크 할당을 고려해 최종 가격 협의가 완료된다.
우리나라처럼 사업 수행 과정에 발주처의 요구로 과업이 늘어나거나, 일방적인 ‘용역중단’으로 계약기간이 차일피일 늘어나는 불공정 관행이 발생할 소지가 거의 없는 셈이다.
오세욱 박사는 “미국은 QBS(기술기준선정) 기반을 원칙으로 하고 일본은 종합평가제를 적용하는데, 두 국가 모두 종합점수가 최고점인 업체를 선정한다”며 “우리나라의 현행 낙찰자 선정방식은 시장경제 논리와 국제표준 등 모든 면에서 합리적이지 못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기술산업 육성이 거의 불가능한 구조”라고 꼬집었다.
<인터뷰-조충영 평화엔지니어링 해외사업부 사장>
조충영 평화엔지니어링 사장은 우리나라 토목 엔지니어링 업계에서 ‘해외통’으로 불린다. 세계 1위의 설계사인 미국 에이컴을 제치고 국내 최초로 토목분야 ‘프로젝트 관리 컨설팅(PMC)’사업을 따낸 주역인 동시에 이후 지난 4년 사이 교량 설계 분야에서만 1000억원 이상을 수주한 해외영업의 달인이기 때문이다. 구조기술사 출신으로 국내 대부분 교량사업의 설계업무를 주관한 조 사장은 그간의 경력을 무기 삼아 해외 현장에서 막강한 영업력을 발휘하고 있다. 교량 부문에 한해서는 국내 대형 시공사들보다 앞선 정보력과 인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설경제>가 해외와 국내 간의 낙찰자 선정방식 및 계약, 기술인력 활용부분의 차이점을 알아보기 위해 조충영 사장을 만났다.
-외국의 낙찰자 선정 방식은 어떻게 진행되나
기술 중심 평가로 요약하면 된다. 외국은 QCBS(기술가격기준 선정)과 QBS(기술기준 선정) 방식 두 가지를 이용하는데 QCBS는 ADB(아시아개발은행) 같은 저개발국가의 차관 지원 사업에서 주로 이용된다. 선진국에서는 ‘엔지니어링은 당연히 QCBS로 발주’라는 인식이 있다.
-QCBS 방식은 국내의 적격심사와 유사하지 않나.
유사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단 오만의 파드마 교량 사업 당시 발주처가 QCBS 방식을 채택했다. QCBS 경우에 입찰 참여사들은 기술제안서(TP)와 가격제안서(FP), 두 권을 발주처에 제출한다. 발주처는 모든 입찰 참여사가 입회한 가운데 기술제안서만 뜯어 보고, 가격제안서는 밀봉 상태로 남겨둔다. 이후 기술평가를 통해 쇼트리스트가 나온다. 보통 10개사가 입찰하면 5개사 정도가 쇼트리스트에 들어간다. 이후 기술 점수가 공개되고 경쟁사의 점수까지 알려준다. 이후 다시 쇼트리스트 포함 회사가 입회한 상태에서 이들 회사가 사전에 제출한 가격제안서를 열어본다. 5개사 중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가 100점 만점으로 기준선이다. 하지만 가격의 가중치는 10% 내외다. 이 때문에 가격이 낙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만 사업은 특이하게 가격제안서를 먼저 공개했고, 이때 우리 회사가 5위여서 당연히 떨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기술 점수로 뒤집었다. 해외 사업하다 보면 이런 경우가 굉장히 많다.
-기술 점수에 불만을 표하는 업체는 없었나.
발주처의 기술심사 담당자들은 업체와 동등한 수준의 전문 엔지니어다. 기술 심사의 근거를 명확히 밝히고, 이에 근거한 과업 지시서도 굉장히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제시한다.
-외국의 과업 지시서는 한국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많이 다르다. 국내에도 국토교통부가 만든 설계도서 작성기준 같은 표준지시서가 있긴 한데 굉장히 모호하다. 그래서 발주처가 자유롭게 과업을 추가할 수 있다. 반면 해외는 미국의 PMI(Project Management Institute)에서 제작해 국제적 표준으로 인정된 프로젝트 관리 안내서(PM BOK)에 따라 과업지시서를 작성한다. 실제로 사업에 적용되는 과업지시서다. 눈여겨볼 점은 해외는 입찰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계약서가 입찰 안내서에 포함되어 있다는 거다. PM BOK에 없는 업무를 추가 지시할 때는 해당 사항이 계약서에 기재된다. 이 때문에 업체별로 계약서 내용을 보고 입찰 참여 여부를 타진한 후 나중에 협상 과정에서 가격과 계약조건을 발주처와 조율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모호한 과업지시서를 바탕으로 낙찰자가 운찰제에 의해 선정된 이후, 계약서를 내밀어 서명하라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대가 없는 추가 업무지시가 계약서에 담긴다. 엔지니어링 산업의 육성이 불가능한 근본적인 이유가 발주 및 계약제도 관행에 있다.
-우리나라 설계분야 계약관행이 국제표준에서 멀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기술분야를 ‘용역’으로 부르는 사고방식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는 시공사만 파트너로 인정하고, 설계업체들은 ‘용역업자’로 취급한다. 용역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더럽고(Dirt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일을 대행시킨다는 뜻이다. 이 말에는 ‘사업의 기본적인 기획은 발주처가 다 하고, ‘용역업자’는 시키는 일만 하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는 거다. 엔지니어링 산업이 성장하려면 발주기관부터 엔지니어링을 ‘용역’이 아닌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전문가 집단으로 인식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브루나이에서 PMC 사업을 수행할 때 발주처 담당자가 “앞으로 우리를 잘 이끌어 달라”고 주문하더라. 이런 것이 인식의 차이인 것 같다.
최지희기자 jh606@
국내 건설엔지니어링의 낙찰자 결정 기준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적격심사와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및 기술·가격 분리 입찰이다.
이 중 대부분 발주기관이 적격심사 기준에 의해 낙찰자를 선정한다. 기술제안종합심사와 건설기술공모방식은 발주처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방식이다.
적격심사는 사업수행능력을 평가해 각사에 점수를 개별통지한 이후, 입찰 참여자 모두가 계약공무원이 작성한 총 15개의 복수예비가격 중 2개를 골라 이 중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4개 가격의 평균치로 예정가격을 정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전자입찰을 실시해 수행능력 점수와 가격점수를 합산해 예정가격에 가장 근접한 최저가 입찰자를 적격업체로 선정하는 식이다.
언뜻 보기에 국제표준으로 일컬어지는 QCBS(기술가격기준 선정방식)와 비슷해 보이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적격심사’ 같은 기형적인 방식을 채택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현행 적격심사 방식을 적용하면 예정가격의 변수로 인해 기술능력 평가 1위 업체가 탈락할 확률이 50%가 넘는다.
한 대형사 업무 담당자는 “예정가격의 변수가 굉장히 크고, 기술보다는 운에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부터, 예정가격 선정, 이후 과업지시서까지 모든 단계의 낙찰자 선정 방식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누가 사업을 수행하든 상관없다’는 발주자의 무심함이 엿보인다”고 꼬집었다.
적격심사와 비슷해 보이지만 한국처럼 운에 좌우되지 않아
반면 국제표준으로 통하며 해외 오픈마켓에서 통용되는 QCBS의 낙찰자 선정방식은 업체 간 기술력 차이가 승부를 결정짓는 시장경제논리에 따른다.
QCBS로 발주된 사업은 업체가 기술제안서와 가격제안서를 각각의 봉투에 넣어 동시에 제출한다. 발주기관은 두 제안서 중 기술제안서를 먼저 개봉해 평가한 후 기술능력 평가를 통과한 업체들의 가격제안서만 업체 입회 하에 개봉한다.
이후 기술과 가격점수에 의거해 합산 점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하는 식이다.
오세욱 한국조달연구원 박사는 “외국의 QCBS는 기술역량과 가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되 기술역량 점수가 전체 점수의 80∼90%까지 달하는 전형적인 기술중심의 자율경쟁 시스템”이라며 “기술 중심으로 평가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지정한 후 이후 계약조건에 맞게 가격협상을 진행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낙찰자를 선정한 후 계약서를 내밀지만, 외국은 발주와 함께 계약서 초안을 제시한다. 이후 기술 중심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발주처와 업체가 동등한 입장에서 가격협상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계약서에 제시된 업무 범위와 계약적, 법적요구사항, 사업일정, 지불조건, 이해관계자 간 리스크 할당을 고려해 최종 가격 협의가 완료된다.
우리나라처럼 사업 수행 과정에 발주처의 요구로 과업이 늘어나거나, 일방적인 ‘용역중단’으로 계약기간이 차일피일 늘어나는 불공정 관행이 발생할 소지가 거의 없는 셈이다.
오세욱 박사는 “미국은 QBS(기술기준선정) 기반을 원칙으로 하고 일본은 종합평가제를 적용하는데, 두 국가 모두 종합점수가 최고점인 업체를 선정한다”며 “우리나라의 현행 낙찰자 선정방식은 시장경제 논리와 국제표준 등 모든 면에서 합리적이지 못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기술산업 육성이 거의 불가능한 구조”라고 꼬집었다.
<인터뷰-조충영 평화엔지니어링 해외사업부 사장>
조충영 평화엔지니어링 사장은 우리나라 토목 엔지니어링 업계에서 ‘해외통’으로 불린다. 세계 1위의 설계사인 미국 에이컴을 제치고 국내 최초로 토목분야 ‘프로젝트 관리 컨설팅(PMC)’사업을 따낸 주역인 동시에 이후 지난 4년 사이 교량 설계 분야에서만 1000억원 이상을 수주한 해외영업의 달인이기 때문이다. 구조기술사 출신으로 국내 대부분 교량사업의 설계업무를 주관한 조 사장은 그간의 경력을 무기 삼아 해외 현장에서 막강한 영업력을 발휘하고 있다. 교량 부문에 한해서는 국내 대형 시공사들보다 앞선 정보력과 인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설경제>가 해외와 국내 간의 낙찰자 선정방식 및 계약, 기술인력 활용부분의 차이점을 알아보기 위해 조충영 사장을 만났다.
-외국의 낙찰자 선정 방식은 어떻게 진행되나
기술 중심 평가로 요약하면 된다. 외국은 QCBS(기술가격기준 선정)과 QBS(기술기준 선정) 방식 두 가지를 이용하는데 QCBS는 ADB(아시아개발은행) 같은 저개발국가의 차관 지원 사업에서 주로 이용된다. 선진국에서는 ‘엔지니어링은 당연히 QCBS로 발주’라는 인식이 있다.
-QCBS 방식은 국내의 적격심사와 유사하지 않나.
유사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단 오만의 파드마 교량 사업 당시 발주처가 QCBS 방식을 채택했다. QCBS 경우에 입찰 참여사들은 기술제안서(TP)와 가격제안서(FP), 두 권을 발주처에 제출한다. 발주처는 모든 입찰 참여사가 입회한 가운데 기술제안서만 뜯어 보고, 가격제안서는 밀봉 상태로 남겨둔다. 이후 기술평가를 통해 쇼트리스트가 나온다. 보통 10개사가 입찰하면 5개사 정도가 쇼트리스트에 들어간다. 이후 기술 점수가 공개되고 경쟁사의 점수까지 알려준다. 이후 다시 쇼트리스트 포함 회사가 입회한 상태에서 이들 회사가 사전에 제출한 가격제안서를 열어본다. 5개사 중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가 100점 만점으로 기준선이다. 하지만 가격의 가중치는 10% 내외다. 이 때문에 가격이 낙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만 사업은 특이하게 가격제안서를 먼저 공개했고, 이때 우리 회사가 5위여서 당연히 떨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기술 점수로 뒤집었다. 해외 사업하다 보면 이런 경우가 굉장히 많다.
-기술 점수에 불만을 표하는 업체는 없었나.
발주처의 기술심사 담당자들은 업체와 동등한 수준의 전문 엔지니어다. 기술 심사의 근거를 명확히 밝히고, 이에 근거한 과업 지시서도 굉장히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제시한다.
-외국의 과업 지시서는 한국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많이 다르다. 국내에도 국토교통부가 만든 설계도서 작성기준 같은 표준지시서가 있긴 한데 굉장히 모호하다. 그래서 발주처가 자유롭게 과업을 추가할 수 있다. 반면 해외는 미국의 PMI(Project Management Institute)에서 제작해 국제적 표준으로 인정된 프로젝트 관리 안내서(PM BOK)에 따라 과업지시서를 작성한다. 실제로 사업에 적용되는 과업지시서다. 눈여겨볼 점은 해외는 입찰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계약서가 입찰 안내서에 포함되어 있다는 거다. PM BOK에 없는 업무를 추가 지시할 때는 해당 사항이 계약서에 기재된다. 이 때문에 업체별로 계약서 내용을 보고 입찰 참여 여부를 타진한 후 나중에 협상 과정에서 가격과 계약조건을 발주처와 조율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모호한 과업지시서를 바탕으로 낙찰자가 운찰제에 의해 선정된 이후, 계약서를 내밀어 서명하라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대가 없는 추가 업무지시가 계약서에 담긴다. 엔지니어링 산업의 육성이 불가능한 근본적인 이유가 발주 및 계약제도 관행에 있다.
-우리나라 설계분야 계약관행이 국제표준에서 멀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기술분야를 ‘용역’으로 부르는 사고방식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는 시공사만 파트너로 인정하고, 설계업체들은 ‘용역업자’로 취급한다. 용역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더럽고(Dirt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일을 대행시킨다는 뜻이다. 이 말에는 ‘사업의 기본적인 기획은 발주처가 다 하고, ‘용역업자’는 시키는 일만 하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는 거다. 엔지니어링 산업이 성장하려면 발주기관부터 엔지니어링을 ‘용역’이 아닌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전문가 집단으로 인식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브루나이에서 PMC 사업을 수행할 때 발주처 담당자가 “앞으로 우리를 잘 이끌어 달라”고 주문하더라. 이런 것이 인식의 차이인 것 같다.
최지희기자 jh60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