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미워도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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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11회 작성일 15-03-12 10:03본문
권혁용 정경부장
정부가 민자에 손을 내밀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강남순환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현장을 찾아 “인프라 투자를 통해 유효 수요를 증대시키는 것 외에는 경제를 회복시킬 만한 게 없다”며 “(민간투자 사업에 대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해 이것저것 경기활성화 대책을 고민하고 있는 정부가 민자사업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정부와 민자는 한때 사이가 좋았다. 민자가 태어난 것이 정부의 정책목적 달성을 위한 것이었던 만큼 서로 주고받으며 한 시절을 보냈다. 1994년 민자유치법이 제정된 것은 1970∼80년대의 지속적인 경제규모 확대로 인한 사회간접자본시설의 부족현상을 메우기 위한 조치였다. 그리고 1998년 민자유치법이 민간투자법으로 변신한 것은 외환위기 상황에서 민간투자 확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2005년에는 민자사업의 투자범위가 사회간접자본에서 사회기반시설로 넓혀졌다. 임대형민간투자(BTL) 방식의 도입을 통해 학교, 군시설 등과 같은 생활기반시설을 늘리면서 경기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다.
정부는 민자를 유인하기 위해 적지 않은 선물을 안겼다.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제도를 통해 투자리스크를 줄여줬고 각종 세제지원과 인허가에서 혜택을 주었다. 민자는 보답을 했다. 정부재정의 부족을 메워주며 전국 곳곳에 수많은 사회기반시설을 깔았다. KDI 자료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4년까지 20년 동안 추진된 민자사업은 649개다. 여기에 들어간 총 투자비는 95조4858억원이다. 경기가 바닥을 헤맬 때는 경기를 끌어올리는 마중물 역할까지 톡톡히 해냈다.
서로 밀고 끌며 좋은 관계였던 정부와 민자 사이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쯤 MRG가 화근이 됐다. 당시 MRG 제도에 대해 수요 과다 추정을 통한 민자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과도한 재정부담을 초래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시민단체들은 민자사업을 ‘혈세 먹는 하마’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결국 MRG 제도를 폐지하고 MRG 조항이 있는 기존 사업들에 대해서는 자금재조달을 통해 보장수준을 하향조정했다.
민자사업자엔 정부의 행위가 당초의 약속을 저버린 배신이었다. 다음 수순은 소송이었다. 자금재조달을 놓고 이곳저곳에서 벌어진 소송은 정부와 민자사업자 모두에 상처를 남겼다. 그러면서 정부와 민자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민자사업은 몇 년째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 과거처럼 활발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신규 민자사업은 2009년을 기점으로 급속히 줄었다. 2006∼2009년까지 연간 80∼120건에 이르렀던 신규 건수가 2010∼2013년에는 연간 20∼40건으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경환 부총리가 경제활성화 카드로 민자사업을 꺼내들었다. 최근 몇 년간 MRG를 놓고 벌인 다툼을 생각하면 정부가 민자에 ‘미워도 다시 한번’을 외친 셈이다. 1970년대 신파 영화에서는 ‘미워도 다시 한번’을 외치는 남성에게 여성은 말없이 손을 내주었다. 그러면서 여자의 숙명이니, 운명이니 하며 눈물을 지었다. 지금은 21세기에 접어들고도 15년이 더 지난 시점이다. 여성이 무작정 용서하고 따르는 시대는 아니다. 더욱이 민자사업은 돈이 걸린 문제다. 돈은 냉정하다. 수익이 있으면 흘러들어가는 게 돈이다. 정부가 조만간 민자사업 활성화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정부가 맘 돌아선 민자를 유인하기 위해 어떤 선물 보따리를 풀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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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민자는 한때 사이가 좋았다. 민자가 태어난 것이 정부의 정책목적 달성을 위한 것이었던 만큼 서로 주고받으며 한 시절을 보냈다. 1994년 민자유치법이 제정된 것은 1970∼80년대의 지속적인 경제규모 확대로 인한 사회간접자본시설의 부족현상을 메우기 위한 조치였다. 그리고 1998년 민자유치법이 민간투자법으로 변신한 것은 외환위기 상황에서 민간투자 확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2005년에는 민자사업의 투자범위가 사회간접자본에서 사회기반시설로 넓혀졌다. 임대형민간투자(BTL) 방식의 도입을 통해 학교, 군시설 등과 같은 생활기반시설을 늘리면서 경기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다.
정부는 민자를 유인하기 위해 적지 않은 선물을 안겼다.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제도를 통해 투자리스크를 줄여줬고 각종 세제지원과 인허가에서 혜택을 주었다. 민자는 보답을 했다. 정부재정의 부족을 메워주며 전국 곳곳에 수많은 사회기반시설을 깔았다. KDI 자료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4년까지 20년 동안 추진된 민자사업은 649개다. 여기에 들어간 총 투자비는 95조4858억원이다. 경기가 바닥을 헤맬 때는 경기를 끌어올리는 마중물 역할까지 톡톡히 해냈다.
서로 밀고 끌며 좋은 관계였던 정부와 민자 사이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쯤 MRG가 화근이 됐다. 당시 MRG 제도에 대해 수요 과다 추정을 통한 민자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과도한 재정부담을 초래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시민단체들은 민자사업을 ‘혈세 먹는 하마’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결국 MRG 제도를 폐지하고 MRG 조항이 있는 기존 사업들에 대해서는 자금재조달을 통해 보장수준을 하향조정했다.
민자사업자엔 정부의 행위가 당초의 약속을 저버린 배신이었다. 다음 수순은 소송이었다. 자금재조달을 놓고 이곳저곳에서 벌어진 소송은 정부와 민자사업자 모두에 상처를 남겼다. 그러면서 정부와 민자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민자사업은 몇 년째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 과거처럼 활발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신규 민자사업은 2009년을 기점으로 급속히 줄었다. 2006∼2009년까지 연간 80∼120건에 이르렀던 신규 건수가 2010∼2013년에는 연간 20∼40건으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경환 부총리가 경제활성화 카드로 민자사업을 꺼내들었다. 최근 몇 년간 MRG를 놓고 벌인 다툼을 생각하면 정부가 민자에 ‘미워도 다시 한번’을 외친 셈이다. 1970년대 신파 영화에서는 ‘미워도 다시 한번’을 외치는 남성에게 여성은 말없이 손을 내주었다. 그러면서 여자의 숙명이니, 운명이니 하며 눈물을 지었다. 지금은 21세기에 접어들고도 15년이 더 지난 시점이다. 여성이 무작정 용서하고 따르는 시대는 아니다. 더욱이 민자사업은 돈이 걸린 문제다. 돈은 냉정하다. 수익이 있으면 흘러들어가는 게 돈이다. 정부가 조만간 민자사업 활성화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정부가 맘 돌아선 민자를 유인하기 위해 어떤 선물 보따리를 풀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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