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관 리포트> 최근 공공공사 입찰담합의 쟁점과 정책적 대응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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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99회 작성일 15-03-10 16:31본문
<입찰담합 근절을 위한 역할 제고 방향> |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과 발주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이 이어지면서 담합과 관련된 건설사들은 엄청난 재정적 부담에 직면한 것은 물론 국가계약법령상 부정당업자 제재로 인한 입찰참가자격 제한까지 임박해 국내 공공공사는 물론, 해외수주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한 상태다.
입찰담합 행위가 건전한 건설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경제적 효율성을 저해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침체된 건설경기로 신음하는 건설사들에 단기간에 집중된 담합제재로 인한 치명적 타격과 손실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건설기업의 입찰담합 행위에 대한 근본적 대책의 필요성이 대두된 현 시점에서 합리적 정책 대응방안까지 모색할 필요가 있다. 법적 제재는 건설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유도하는 정책적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건설산업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효성 있는 제재가 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공공공사 입찰담합의 실태와 특성
작년 기준으로 제재가 진행 중인 공공공사 입찰담합 건은 모두 25건, 전체 과징금 규모는 1조230억원이다. 입찰참가제한 등 각종 제재를 받고 있는 업체도 69곳에 달한다. 2014년 한해 동안 입찰담합으로 적발된 공공공사만 18건으로 예년에 비해 대폭 늘었다. 입찰담합 적발(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등) 건수가 2011년 3건, 2012년 4건, 2013년 2건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18건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들 적발건수는 모두 2009∼2010년 사이 발주된 대형공사들이다. 발주방식도 일부 공구를 최저가낙찰제로 발주한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를 포함해 모두 설계ㆍ시공 일괄방식(턴키방식)이다. 담합 유형도 사전합의에 의한 입찰참가자 및 낙찰자 선정, 들러리 입찰참여, 공구 분할 발주 시 공구별 참여회사 사전결정 등이 대부분이다.
담합행위의 유형 및 제도적 여건은 지난 20여년간 적발된 사건들과 차이가 없다. 건설사들의 관행적 입찰담합이 그동안 지속됐다는 의미다. 그동안 입찰담합 근절을 위한 입찰제도상 변화가 수없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를 근절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동시에 향후 제도적 보완을 통해 담합을 근절할 여지가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공공공사 입찰담합은 건설산업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국제경쟁력까지 약화시킨다. 입찰참가자들의 창의와 효율에 기반한 공정하고 자유로운 입찰 참여 기회를 방해함으로써 시장경제 원리를 무력화시키면 입찰참가자들은 현실에 안주해 수주를 위한 기술개발, 경영혁신 노력을 소홀히 하게 된다. 정부의 효율적 예산집행도 저해한다. 상대적으로 많은 공사비 지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담합에 따른 공사비 증가가 견실시공과 품질보장 효과로 이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기존 카르텔의 결속력을 전제로 유지되는 담합 특성상 새 기업의 시장 진입마저 어렵게 하는 등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마저 저해시키는 게 바로 입찰담합이다.
공공공사 입찰담합 원인은
담합의 원인은 시장, 산업환경 및 구조, 제도적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담합이 잦은 300억원 이상 대형공사와 최저가 및 턴키·대안 발주방식의 공사는 실질적으로 과점시장인 동시에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의 발주자 1곳이 다수의 공급자를 상대로 하는 수요독점시장이란 점이 담합 유인을 키운다. 과점하고 있는 건설사들이 다수의 공공공사 입찰에서 서로 경쟁하고 빈번하게 접촉하는 과정 때문이다.
산업환경 및 구조적 측면에서는 중앙집중조달제 및 조달행정의 투명성과 공개성 확보란 측면이 담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대부분 공공공사는 조달청이 발주하고 있고 공사특성에 상관없이 획일화된 심사기준이 적용되면서 해당공사의 전문성이나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를 변별하기 곤란하다. 자신의 점수를 예측할 수 있는 계량화된 평가기준과 턴키공사 등 대형공사의 공구가 나눠질 경우 건설사별로 1개 공구만 입찰해 줄 것을 권고하는 등의 발주자 관행도 담합유발 요인이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입찰제도다. 최저가 등 가격 중심의 낙찰방식 아래 건설기업들은 손실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응찰가격을 조절하는 담합 유인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실적공사비에 기반하는 탓에 실제 시장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예정가격도 마찬가지다.
공공공사 입찰담합의 근절을 위한 대안은
지난 1월 정부는 공공공사의 입찰담합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발주처들이 각 기관의 실정에 부합하는 ‘입찰담합 징후 시스템(체크리스트)’을 개발, 운용하고 현재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종합심사낙찰제’를 2016년 1월부터 도입해 공사수행능력, 가격 및 사회적 책임을 종합 평가할 계획이다. 기존 계약단가에 기초한 현행 실적공사비제도도 개선하고, 기업별로 1개 공구만 수주토록 하는‘1사1공구제’는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개인 처벌규정을 강화하고 건설업계의 자정 노력 및 내부 통제시스템 구축까지 포함시켰다.
가격 중심 입찰제를 개선하고, 1사1공구제 등 발주방식상 담합 유발요인을 개선하는 내용인 만큼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지만 1999년 ‘입찰담합 징후 분석시스템(일명 입찰상황판)’이 도입됐을 때도 실질적 기능을 하지 못한 과거 경험과 입찰담합에 대한 제재의 사전공지 등 조치 자체가 사전 예방장치라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자율적 교육 실시 및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 운용 등 자정노력도 담았지만 이를 견인할 인센티브가 없이는 실질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또한 입찰담합의 사전예방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발주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조치도 보완돼야 한다.
근본적 입찰담합 근절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보다 중장기적 시각에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 불거진 입찰담합에 대한 처벌 중심의 단기적 대책에 치중하면 건설업계에 관행처럼 이뤄져왔던 담합을 쉽게 근절할 수 없다. 산업 차원의 큰 틀에서 대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둘째, 건설업계와 발주기관, 관련 정부부처 등의 참여를 유도할 대책이 필요하다. 건설업계의 자정노력을 정착시킬 유인책과 입찰담합을 유발하는 법ㆍ제도에 대한 적극적 개선을 병행함으로써 입찰담합을 막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
셋째로 입찰담합의 근절 자체가 건전한 건설산업 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것인 만큼, 건설산업의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새 산업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입찰담합 행위를 제재하는 법ㆍ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일이다. 담합을 통해 발생한 경제적 이익에 대한 환수와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목적을 충실히 달성할 수 있도록 제재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방향에 맞춰 입찰담합을 유발하는 입·낙찰제도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공사비 산정제도의 합리성을 제고해 적정공사비를 확보하는 한편 과도하고 중복적인 처벌로 인한 제재 실효성 저하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동시에 발주기관들의 전문성을 높여 기술력 및 품질과 시공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입찰담합을 포착할 시스템적 보완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 역시 담합의 실질적인 피해자는 결국 스스로란 점을 인식하고 적극적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 도입 및 실천, 나아가 기업 내 윤리문화를 확고히 정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제공=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정리=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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