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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관료 출신 기술자 페널티' 왜 반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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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36회 작성일 15-03-2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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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행정자치부는 건설기술용역 세부평가 기준에 대한 대대적인 개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5가지 주요 개정 항목이 추려졌는데 이 중 하나가‘관피아’ 기술자에게 페널티를 부과하는 항목이다. PQ 기술자 평가에서 실제 용역 업무를 수행해본 경험이 있는 책임기술자와 참여기술자에게만 추가 점수를 부여하는 내용의 배점 항목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행자부는 관련 내용에 대한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자 3월 초부터 한국엔지니어링협회와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를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행자부는 5개 중 ‘관피아 페널티’항목 만큼은 업계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외였다. 업체들은 ‘관피아 페널티’에 반대했다. 행자부가 개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아 중소기업들의 의견 회신율이 저조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형사들이 앞장서 반대했다는 얘기다.

 그동안 발주기관 출신 기술직 공무원을 영입하지 않으면 PQ(사업수행능력 평가)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어 실무 기술진 양성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던 것은 대형사들이었다. 그런데 정작 뒤에서는 이중적 행보를 보인 셈이다.

 속내가 궁금해 대형사들의 회신 의견 및 긴급회의 내용들을 살펴봤다. 대형사 대표 및 임원들이 밝힌 의견은 대략 ‘귀찮으니 괜히 제도에 손대지 말자’로 요약됐다. 그러나 진의가 진짜 ‘귀찮음’일리 없었다.

 한 대형사 임원이 결국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관피아 영입에는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중소업체들은 관피아 영입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며 “변별력 없는 PQ를 대신해 대형사들이 그나마 중소업체들과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관피아”라고 답했다.

 2012년부터 엔지니어링 업계를 출입한 이후 산업 종사자들한테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산업 선진화’였다. 양질의 기술자를 양성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정 대가를 지급하고 불공정 계약 관행을 개선하도록 발주기관을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은 귀가 닳도록 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업계는 현재 상황 속에서 가장 손쉽게 돈 버는 방법을 알고 있고, 그 안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연장선상에서‘먹는 것’이 줄어드는 제도는 무조건 반대하고 ‘더 얻을 수 있는 제도’만 바란다. 이번에 드러난 업계의‘관피아 페널티’에 대한 반대 움직임은 지난 50년간‘학습된 무기력’과 ‘이기심’이 절묘하게 결합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여전히 ‘산업 선진화’를 주장하는 업계에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산업계는 발주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진심으로’ 바라고 있는가. 그것이 알고싶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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