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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업역구조 개혁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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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12회 작성일 15-04-1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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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용 정경부장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를 확대하는 문제를 놓고 건설업계가 시끄럽다. 엄밀히 얘기하면 종합건설업계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 발칵 뒤집혔다. 국토교통부가 지난주 전문건설업체도 원도급이 가능한 소규모 복합공사의 범위를 현행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대한건설협회는 즉각 ‘무원칙한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방안 철회해야’ 제목의 반박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그동안 정부와 정책적으로 공조를 맞춰오면서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유지해온 건설협회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건설협회, 나아가 종합건설업계가 이토록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개정안이 시행되면 제로섬 게임인 업역제도에서 종합건설업계의 물량을 전문건설업계로 빼앗기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건설협회도 보도자료에서 ‘종합건설업체도 중소업체가 98% 이상을 차지하고, 수주건수의 78.7%가 10억원 미만일 만큼 대부분의 지역업체가 10억원 미만 공사 수주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에서 중소종합업계 물량을 전문업계로 강제 이전시키는 정책’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국토부 항의방문 등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난 이유일 뿐이다. 건설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종합건설업계의 격한 반발을 가져왔다고 보는 게 맞을지 모른다.

 우리나라 건설산업은 전통적인 칸막이식 업역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외국에서 유사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우리 건설산업의 전형적이고 문화적인 특징이다. 업역구조의 핵심은 등록제도다. 건설산업의 등록제도는 건설공사의 발주, 생산관련 제도, 보증 및 사업자 단체에 이르기까지 관련제도를 형성하는 기본 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을 전제로 하도급 체계가 마련돼 있고 별도의 등록제도를 근간으로 전기 및 정보통신 공사의 분리발주의무제도가 규정돼 있다. 따라서 등록제도의 기본골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기존 제도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결과적으로 건설업체들은 등록제도 중심의 건설제도를 통해 업종 또는 기능별 진입규제에 바탕한 강력한 업역집단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업종별 진입규제에 기반한 강한 역할 규제를 요구받아 왔다. 이는 건설기업으로 하여금 불가피하게 업역을 중심으로 복잡하고 많은 규제의 틀에 묶이도록 한 원인이기도 하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종합건설업계가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 확대에 반발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업역구조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영역과 역할의 축소를 강요받았으니 말이다.

 업역집단들이 극도의 폐쇄성을 보이게 된 데는 정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 정부가 이런 환경이 더욱 공고화된 원인을 제공했다고도 할 수 있다. 과거 십수년 동안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얘기할 때마다 나온 것이 칸막이식 업역구조의 해체였다. 하지만 지난 2009년 겸업제한이 폐지된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건축설계의 겸업은 금지돼 있고 전기와 정보통신 공사는 분리발주되고 있다. 정부는 과거 여러차례 칸막이식 업역구조의 해체를 선언했다가 해당 업종들의 반발에 부딪쳐 흐지부지 물러섰다. 이러는 과정에서 각 업역집단은 내성을 키웠고 업역구조는 더욱 공고해졌다.

 건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칸막이식 업역구조에 대한 개혁의 로드맵이다. 이것이 없이 단순히 소규모 복합공사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변죽만 울리는 일이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건설업계가 갈등과 혼란을 겪는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정책이 될 것이다. 업역집단들의 폐쇄성만 더욱 단단하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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