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붕어빵과 기술형 입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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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76회 작성일 15-04-07 09:34본문
박봉식 산업1부장
비정상은 정상이 아닌 것을 말한다. 정상의 사전적 의미는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다. 그러니 비정상은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있고 제대로가 아닌 셈이다.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경계도 상당히 모호하다. 비정상이 반복되거나 세력(?)이 커지면 정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눈이 둘인 사람보다 하나인 사람이 더 많으면 둘인 사람이 비정상인 취급을 받는다. 하나인 사람이 점점 많아지면 둘인 사람은 기형 취급을 감수해야 한다.
공공건설 시장의 기술형 입찰이 꼭 그 모양새다. 유찰이 이어지며 당연히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처럼 됐다. 지난 2012년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 방식으로 집행된 대구야구장 신축공사가 참여자가 없어 유찰됐을 때는 말 그대로 이변이었다. 일감에 목마른 건설사들이 1000억원에 육박하는 공사를 외면해서다. 그 후 2년이 흐른 지난해 기술형 입찰 방식으로 발주된 공사 가운데 절반은 1차례 이상 유찰 이력을 가지고 있다. 정부 통합전산센터(공주) 턴키 공사의 경우는 1년 새 4차례나 유찰되기도 했다. 1∼2번 유찰은 기본이고 3차례 유찰되는 사례도 다반사다. 그야말로 첫 번째 입찰에서 낙찰사가 정해지는 기술형 입찰이 오히려 비정상으로 비칠 정도다.
유찰이 일상화된 이면에는 공사비 산정과 관련된 비정상이 자리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배가 고파도 기술형 공사를 덥석 물지 않는 이유는 독이 들었다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공사를 따지 않으면 5년 버틸 수 있지만 수주하면 독이 퍼져 3년 안에 망하는 현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100원 수준의 기술을 요구하면서 80원의 공사비를 책정해 놓고 결국에는 60∼70원에 공사를 하라는 식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턴키공사의 경우 설계비 등 입찰참가에 들어가는 비용도 공사비의 3∼5%에 달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눈길조차 줄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유찰이 뻔한 기술형 발주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비정상적인 관점이 존재한다. 정부와 발주기관이 공사비를 아끼는 것은 당연하다. 의무인 동시에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정도가 있다. 선을 넘어서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선을 넘는 원인이 현실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외면하거나 면피를 위한 것이라면 더욱 심각한 일이다. 실제로 정부 부처나 발주처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현실을 바로보기보다는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고 있다. 낙찰률이 예정가격 대비 70% 수준인 최저가낙찰제 공사에도 업체들이 ‘벌떼’처럼 몰리는데 그보다 높은 낙찰률이 예상되는 기술형 입찰에는 당연히 참여할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유찰사태의 실태 파악을 위해 열린 간담회에서 ‘공사비 부족만으로 제도 개선에 나설 명분이 충분치 않다’는 정부의 태도에는 말문이 막힐 뿐이다.
기술형 입찰은 기술경쟁을 통해 고품질의 시공물을 구현하는 동시에 경쟁력을 업그레이드시키고자 도입됐다. 그러나 지금 기술형 입찰에 기술은 없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름만 기술형 입찰일 뿐, 초점은 가격이다. 취지가 무색하다. 제값이 책정되지 못해 유찰된 시설물의 적기 준공 차질에 따른 국민의 피해도 결코 가볍지 않다. 기술은 제값을 줘야 제 기능을 한다. 그게 정상이다.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설명할 논리가 없다. 다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정부나 발주기관의 직원 채용에 시험성적과 희망 연봉을 쓰게 한 뒤 연봉에 가중치를 두고 낮은 연봉을 써낸 사람을 뽑는 방식 말이다. 능력 점검을 위한 충분한 절차를 거쳤다는 명분도 살리고 예산도 절감하는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박봉식기자 parkbs@
공공건설 시장의 기술형 입찰이 꼭 그 모양새다. 유찰이 이어지며 당연히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처럼 됐다. 지난 2012년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 방식으로 집행된 대구야구장 신축공사가 참여자가 없어 유찰됐을 때는 말 그대로 이변이었다. 일감에 목마른 건설사들이 1000억원에 육박하는 공사를 외면해서다. 그 후 2년이 흐른 지난해 기술형 입찰 방식으로 발주된 공사 가운데 절반은 1차례 이상 유찰 이력을 가지고 있다. 정부 통합전산센터(공주) 턴키 공사의 경우는 1년 새 4차례나 유찰되기도 했다. 1∼2번 유찰은 기본이고 3차례 유찰되는 사례도 다반사다. 그야말로 첫 번째 입찰에서 낙찰사가 정해지는 기술형 입찰이 오히려 비정상으로 비칠 정도다.
유찰이 일상화된 이면에는 공사비 산정과 관련된 비정상이 자리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배가 고파도 기술형 공사를 덥석 물지 않는 이유는 독이 들었다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공사를 따지 않으면 5년 버틸 수 있지만 수주하면 독이 퍼져 3년 안에 망하는 현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100원 수준의 기술을 요구하면서 80원의 공사비를 책정해 놓고 결국에는 60∼70원에 공사를 하라는 식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턴키공사의 경우 설계비 등 입찰참가에 들어가는 비용도 공사비의 3∼5%에 달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눈길조차 줄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유찰이 뻔한 기술형 발주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비정상적인 관점이 존재한다. 정부와 발주기관이 공사비를 아끼는 것은 당연하다. 의무인 동시에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정도가 있다. 선을 넘어서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선을 넘는 원인이 현실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외면하거나 면피를 위한 것이라면 더욱 심각한 일이다. 실제로 정부 부처나 발주처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현실을 바로보기보다는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고 있다. 낙찰률이 예정가격 대비 70% 수준인 최저가낙찰제 공사에도 업체들이 ‘벌떼’처럼 몰리는데 그보다 높은 낙찰률이 예상되는 기술형 입찰에는 당연히 참여할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유찰사태의 실태 파악을 위해 열린 간담회에서 ‘공사비 부족만으로 제도 개선에 나설 명분이 충분치 않다’는 정부의 태도에는 말문이 막힐 뿐이다.
기술형 입찰은 기술경쟁을 통해 고품질의 시공물을 구현하는 동시에 경쟁력을 업그레이드시키고자 도입됐다. 그러나 지금 기술형 입찰에 기술은 없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름만 기술형 입찰일 뿐, 초점은 가격이다. 취지가 무색하다. 제값이 책정되지 못해 유찰된 시설물의 적기 준공 차질에 따른 국민의 피해도 결코 가볍지 않다. 기술은 제값을 줘야 제 기능을 한다. 그게 정상이다.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설명할 논리가 없다. 다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정부나 발주기관의 직원 채용에 시험성적과 희망 연봉을 쓰게 한 뒤 연봉에 가중치를 두고 낮은 연봉을 써낸 사람을 뽑는 방식 말이다. 능력 점검을 위한 충분한 절차를 거쳤다는 명분도 살리고 예산도 절감하는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박봉식기자 par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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