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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막이는 어떻게 없애나…합리적인 업역개편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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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06회 작성일 15-04-0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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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 재도약 방향타 잡아라]

4부 ③생산체계 개편이 경쟁력 강화 밑거름 (상)

 ‘업종별 영업범위 제한, 겸업금지 등 경직적 칸막이 규제로 시장 기능이 왜곡돼 견실한 업체의 성장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2009년 3월 당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국경위)가 분석한 건설산업의 문제점이다. 국경위는 글로벌 미래성장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전전략을 담은 ‘건설산업 선진화 방안’을 통해 이 같이 분석했다. 선진화 방안은 당시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등 건설산업 유관부처와 민간 전문가들이 치열한 논의 끝에 내놓은 건설산업 생산체계 개편방안을 담은 청사진이었다. 이미 해법은 6년 전, 아니 그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문제는 집행력이었다. 선진화 방안에 담긴 해법을 중심으로 건설산업의 합리적인 업역개편 방향을 짚어봤다.

 ◇영업범위 제한 폐지

 건설산업의 생산방식이 발주기관의 선택이 아니라, 법령에 의한 업역제한에 따라 결정돼 유연한 협업체계 구성이 곤란하다는 것이 당시 국경위의 진단이었다. 처방은 종합ㆍ전문 및 세부업종별 영업범위 제한을 폐지하고 발주기관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다. 전문업종은 일부 복합공사에 대해 원수급이 가능하고, 종합업종도 원도급 공사의 일부를 하도급 받아 직접시공 가능하도록 바꿀 것을 권고했다.

 현실은 어떨까. 2008년 종합ㆍ전문 간 겸업이 허용됐지만 높은 등록요건 탓에 현실에서 겸업은 활발하지 않다. 전문업종의 일부 복합공사에 대한 원수급은 주계약자 공동도급을 통해 일부 실현됐다. 반면 종합건설사 간 하도급 금지는 여전히 규제로 남아있다. 학교교문 등과 같이 토공ㆍ철근ㆍ금속구조물 등 전문공사가 복합된 소규모 공사조차 ‘종합건설업(원도급)→전문건설업(하도급)’ 형태로 집행해야 하는 것이다.

 권오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업역제도는 중소건설업의 보호와 역할분담에 기여한 측면도 있지만 향후 건설사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등 상당수 국가들이 업역체계에 대한 구분없는 완전 자유경쟁체제를 두고 있다. 업종 간 원ㆍ하도급 제한도 없다.

 전문가들은 일괄하도급 금지 조항 개선을 주문한다. 아파트의 경우 여러 동의 건축공사를 도급받아 1개 동을 다른 다른 중소 종합업체에 하도급하는 경우에는 발주자의 서면 승낙이 있으면 허용하자는 것이다.

 ◇건축설계업 진입규제 완화

 국경위는 건축설계업과 시공업 간의 겸업이 금지돼 시공과정에서 개발된 기술을 설계에 반영하기 곤란하고 국제경쟁력의 원천인 설계 엔지니어링 기술역량이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건축설계업은 전문성, 업역보호 등을 이유로 건축사가 대표이사인 건축사사무소만 영업이 가능하다.

 처방은 건축사사무소 명칭사용 의무규제를 폐지하고 대표자격 규제를 푸는 것이다. 건축사와 공동법인을 설립ㆍ운영하는 경우에는 대형건축물, 턴키공사(공공)에 한해 설계업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건축사법의 철옹성에 막혀 그대로다. 건축설계의 독창성 훼손을 이유로 건축설계업의 독립성 보장 목소리가 여전하다. 하지만 건설설계업 규제가 없는 국가에선 훨씬 더 창의적인 ‘건축작품’이 배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하자 발생시 책임소재 문제도 논란꺼리다. 생산단계부터 설계와 시공 간 유기적 작업이 미흡하다보니 잦은 설계변경 등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와 품질 저하를 야기하고 있다. 이는 건축물 하자 책임을 놓고 설계냐, 시공이냐의 분쟁만 양산해내고 있는 실정이다.

 턴키(설계ㆍ시공 일괄 입찰) 방식의 기술형 입찰제도의 운영취지와도 상반된다. 선진화 방안에서 턴키공사에 한해 건축사사무소의 대표자격, 명칭사용 의무를 풀자고 제안한 이유다. 합동사무소를 통해 설계와 시공 간 공동작업을 하고 있지만 TF(태스크포스)팀 형태라 노하우가 축적되는 구조가 아니다.

 건설엔지니어링에 대한 처방전은 일부 현실화됐다. 지난해 5월 건설기술진흥법 전부개정을 통해 설계, 감리, 건설사업관리(CM) 간 칸막이를 터서 ‘건설기술용역업’으로 일원화했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과의 이원화된 관리체계와 CM-감리 간 개념 논란 등은 풀어야할 숙제다.

 전문가들은 제도 도입 취지와 시장 원리에 맞게 건설산업의 칸막이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시장 메커니즘에 부합되지 않는 제도는 건설산업의 효율성과 성과를 막는다”며 “중소업체에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2∼3년간 유예기간을 설정한 후 겸업규제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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