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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형 입찰, 확정가격 발주를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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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52회 작성일 15-03-1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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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턴키나 기술제안입찰에서 유찰 사태가 빈번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공사비 부족이 가장 먼저 지적되고 있다. 턴키 공사는 설계도면 없이 예산을 편성하기 때문에 예산이 과소 책정되는 사례가 많다. 설계변경 등이 곤란하여 시공자의 리스크도 매우 높다. 더구나 담합 처벌이 강화되면서 무려 1조원 가량의 과징금이 부과된 후, 기술형 입찰을 기피하는 풍토가 더 심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술형 입찰은 가격점수와 기술점수의 가중치 방식으로 낙찰자를 결정한다. 그런데 설계점수는 큰 차등이 없는 반면, 가격평가는 최저 투찰가격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차등이 크게 벌어진다. 따라서 덤핑 투찰을 통하여 설계점수를 가볍게 뒤집는 것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무리한 적자 수주가 나타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입찰자간 담합이 유도될 수 있다. 이는 기술경쟁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다. 결국, 유찰을 방지하려면 적정 예산을 확보하고, 덤핑 투찰자가 가장 높은 가격점수를 받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낙찰자 결정에 있어 기술기반선정(Quality-based Selection) 방식도 확대되어야 한다. 일반적인 상품이나 서비스 조달방법을 보면, 가격만을 평가하거나 혹은 가격과 기술을 종합평가하는 방식 이외에, 확정된 예산하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방식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전세자금 2억원으로 가장 높은 만족도를 주는 주택을 계약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그런데 공공공사 조달에서는 확정된 예산에서 기술능력만을 평가하는 사례가 미흡하다.

현행 턴키의 낙찰자 선정 기준을 보면, ‘확정가격 최상설계’ 방식이 있다. 이 방식은 덤핑 낙찰이나 입찰자 담합을 해결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확정가격’ 방식이 입찰자에게 유리하며, 극단적으로 예산이 낭비된다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국의 최고가치 낙찰의 알고리즘을 보면, 확정금액 최상제안(fixed price—best proposal) 방식은 ‘가중치’ 방식과 유사한 위치로 평가되고 있다. 그 이유는 예산 제약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최고 기술에 의한 편익을 발주가가 향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자재비나 노무비 상승 등이 반영되지 못할 경우 확정가격이 불합리할 수도 있다. 만약, 사업 규모나 요구 성능이 제시된 상태에서 확정가격이 낮게 설정된다면, 고품질의 설계나 시공이 어렵게 된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는 ‘확정가격 최상설계’ 방식을 가격에 대한 설계(design-to-cost)로 표현하기도 한다. 즉, 확정가격이라고 해서 예산이 낭비될 우려는 없다. 이론적으로는 확정가격에 맞추어 가장 높은 품질의 설계를 한 자가 낙찰되기 때문이다.

‘확정가격 최상설계’의 적용 용도로서 높은 안전성이 요구되거나 시공사례가 적은 사업 등으로 한정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시공사례가 적을 경우, 실적 자료가 부족하여 확정금액마저 결정하기 어렵다. 즉, ‘확정가격 최상설계’ 방식은 창의적인 구상이나 기술제안의 요소가 있으며 시공사례가 풍부한 범용적인 공사에 적합하다.

결론적으로 턴키 공사에서 덤핑 낙찰이나 담합 등을 방지하려면, 발주자 측에서 적정 가격을 지불하려는 의식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 일환으로 ‘확정가격 최상설계’ 방식의 확대를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발주처별로 개산견적(rough estimation) 시스템을 정비하고, 공사원가 전문가의 양성 등이 중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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