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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형입찰에 기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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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98회 작성일 15-03-1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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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100% 수주도 3∼5% 적자 불가피한 구조

 지난해 이후 절반 이상 유찰…정상화 대책 시급해

 ‘기술형입찰에서 기술이 뒷전인데 정상적인 입찰이 이뤄지겠는가’

 끊이지 않고 있는 유찰사태의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건설업계는 시장의 실상을 이렇게 진단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공공시장에서 턴키와 기술제안 등 기술형입찰시장의 유찰은 대구야구장 신축공사가 도화선이 된 지난 2012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사실 당시만 해도 수백, 수천억원 규모의 기술형입찰공사의 유찰은 업계에게도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 졌다. 특수한 사례에 국한된 문제일 것이란 분석도 많았다.

 하지만 불과 1∼2년 후 시장은 발주되는 물량의 절반 이상이 적어도 1차례 이상의 유찰사태를 겪는 처지에 이르렀다. 유찰이 통과의례가 된 듯한 분위기다.

 심지어 정부 통합전산센터(공주) 턴키공사의 경우에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최근까지 1년새(재공고 포함) 무려 4차례나 유찰되는 유례없는 기현상을 빚기도 했다.

 업계는 이에 대해 적정 공사비를 보장받을 수 없는 구조 속에 발주자는 필요 이상의 설계와 기술수준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100원 수준의 기술을 요구하면서 80원의 공사비를 책정해 놓고, 결국 60-70원에 낙찰을 받으라는 식이라는 주장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3건의 기술형입찰 참여를 준비했다 포기했는데, 분석결과 모두 100% 낙찰률로 수주를 해도 최소 3∼5%는 적자를 보는 구조였다”며 “제 아무리 공사규모가 크고 상징성이 있다고 한들 어떻게 참여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시장전문가들은 물론 일부 발주기관 역시 이런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다.

 한 발주기관 관계자는 “요즘 기술형입찰공사 발주와 관련해서는 유찰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며 “실제 그간 수행된 유사 입찰사례와 비교해도, 건설사가 입찰에 참가하기 어려운 공사비 수준으로 발주되는 경우가 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기술형입찰이 파행을 겪는 사이 산업과 업계의 설계 및 기술 경쟁력은 퇴보할 수밖에 없고, 공사지연 등에 따른 직ㆍ간접적 피해만 누적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개별 업체들로서는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 발굴보다는 아예 입찰를 포기하거나 수주를 가격을 짜맞추는데 급급할 수밖에 없고, 유찰이 반복되면서 대형 국책사업이나 숙원사업의 착공 및 준공, 개통이 지연돼 국민적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듯 시장의 ‘비정상’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관련 제도정비나 정부차원의 대책은 아직까지 전무하다는 데 있다.

 수익성을 갉아먹는 주범으로 지목된 실적공사비제가 표준시장단가로 변경되긴 했으나,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 예산절감이라는 목적 하에 공사비를 깎는 다단계 발주구조 개선나 가격보다 기술력 비중을 높이는 방안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미 거듭된 유찰로 고착상태에 빠진 다수의 사업을 다시금 정상 추진할 수 있는 규정이나 지침도 모호해 업계는 물론 일선 발주자들조차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턴키설계 심의위원인 한 시장전문가는 “작금의 기술형입찰시장을 보면, 정부의 관심사는 오직 담합사례 적발과 과징금 매기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비정상적인 시장상황이 지속되면서 그 피해는 이제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는 만큼, 정부차원의 정상화대책과 시장혁신 노력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봉승권기자 sk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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