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잃은 건설정책>"늘어나는 예외, 무너지는 규칙"…'누더기 건산법' 대수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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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70회 작성일 15-04-22 09:47본문
지침만 있는 업무범위도 법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하>법 기본개념으로 돌아가야
“예외없는 규칙은 없다. 하지만 무턱대고 예외를 늘렸다간 규칙이 무너진다.”
최근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 논란에 대한 김명수 가톨릭대 교수의 일침이다.
전문가들은 소모적인 업역 갈등을 피하고 효율적인 생산체계를 구축하려면 건설산업기본법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건산법은 조사, 설계, 시공, 감리, 유지관리, 기술관리 등 건설공사의 전 과정에 관한 기본 사항과 건설업의 등록 및 건설공사의 도급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건설시장에서 공정경쟁을 위한 ‘게임의 규칙’들이다.
건산법에 따라 종합건설업은 종합적인 계획, 관리ㆍ조정을 하면서 시설물을 시공하고, 전문건설업은 주로 하도급을 통해 단일 공종의 전문공사를 시공한다. 하는 일이 다르니 등록조건도 다르다. 종합건설업은 5개 업종별로 기술자 5∼12인 이상, 자본금 5억∼24억원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전문건설업은 25개 업종으로 구분되며 기술자 또는 기능자 2∼5인 이상, 자본금 2억∼6억원 이상이 최소 기준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규칙에 예외를 하나둘씩 늘려가면서 ‘누더기 법’을 만들어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
우선 2008년부터 종합, 전문 간 겸업제한을 없앴다. 등록기준만 채우면 종합이든, 전문이든 면허 취득이 가능해졌다. 종합에서 전문으로 399개사가, 전문에서 종합으로 704개사가 서로 뛰어들었다. 여기까지는 쌍방향 통행으로 공정한 예외 규칙이다.
반면 소규모 복합공사를 비롯해 주계약자 공동도급, 분리발주 의무화, 의제(擬制) 부대공사 등은 전문 위주의 일방통행식 문호개방이다. 특히 소규모 복합공사의 경우 종합이 해야 할 ‘복합공사’분야에 ‘소규모’란 말을 앞세워 전문에만 길을 터줬다. 불공정한 예외 규정이다. 더구나 ‘소규모’란 말은 너무 모호해서 갈등을 내재하고 있다. 소규모 복합공사 기준 확대(3억원→10억원) 논란은 예고된 사태였다.
A건설사 관계자는 “소규모 복합공사제로 인해 10억원 미만 공사 시장은 소규모 복합공사, 부대공사, 종합공사, 전문공사 등으로 복잡하게 잘개 쪼개진다”며 “영업범위를 단계적으로 트는 게 국토부 생각이라면 10억 미만 시장에선 종합-전문 간 완전 경쟁을 시켜야 공정한 게임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10억원 미만 시장에선 종합-전문 간 등록기준을 최소한으로 똑같이 낮춰야 한다. 하도급 규제도 이 구간에서 전면적으로 풀어야 실효성이 있다.
또 종합건설업의 업무범위인 ‘종합적인 계획ㆍ관리ㆍ조정’의 개념을 명확히 해서 업역 분쟁의 소지도 차단해야 한다. 아울러 업종별 업무범위도 분명히 해야 한다. 일본의 건설업법은 강구조물공사의 업무범위에 놀이시설이나 무대장치, 도로 방음벽 공사, 입체 주차장 설비 공사 등까지 포함한다. 반면 한국 건산법에선 토목공사업 업무 범위에 치산(治山) 공사, 임도(林道) 공사, 사업 사업, 사태 방지 공사 등이 없어서 산림토목공사업(산림청)과 업역분쟁을 초래한다.
‘주된 공사를 시공하기 위해 또는 시공함으로 인해 필요하게 되는 종된 공사’로 정의된 부대공사 역시 모호한 정의로 업역 갈등을 부른다.
주계약자 공동도급, 분리발주 검토 의무화 등도 발주자의 선택권보다 불필요한 업역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종합-전문 간 업역분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기, 정보통신 등 건산법 테두리를 벗어난 독립적인 개별 법령과도 수시로 충돌한다. 이는 업체 부담으로 직결된다. 건산법상 등록기준만 충족하면 응찰이 가능했던 공사가 새 법령이 정한 기준까지 맞춰야 한다. 최민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처간 이기주의와 결합해 중장기적인 산업발전보다는 가시적인 단기적 이익에 편중하고 점진적인 규제개선 위주의 논의만 진행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며 “범건설 분야의 시공영역은 건산법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의 한 전직 임원은 “국토부가 떼 쓰면 들어주는 식으로 불공정한 예외규정을 늘려가면서 건산법의 체계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며 “각종 규제의 정의를 명확히해서 업역 간 분쟁의 소지를 없애 공정경쟁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형기자 kth@
“예외없는 규칙은 없다. 하지만 무턱대고 예외를 늘렸다간 규칙이 무너진다.”
최근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 논란에 대한 김명수 가톨릭대 교수의 일침이다.
전문가들은 소모적인 업역 갈등을 피하고 효율적인 생산체계를 구축하려면 건설산업기본법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건산법은 조사, 설계, 시공, 감리, 유지관리, 기술관리 등 건설공사의 전 과정에 관한 기본 사항과 건설업의 등록 및 건설공사의 도급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건설시장에서 공정경쟁을 위한 ‘게임의 규칙’들이다.
건산법에 따라 종합건설업은 종합적인 계획, 관리ㆍ조정을 하면서 시설물을 시공하고, 전문건설업은 주로 하도급을 통해 단일 공종의 전문공사를 시공한다. 하는 일이 다르니 등록조건도 다르다. 종합건설업은 5개 업종별로 기술자 5∼12인 이상, 자본금 5억∼24억원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전문건설업은 25개 업종으로 구분되며 기술자 또는 기능자 2∼5인 이상, 자본금 2억∼6억원 이상이 최소 기준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규칙에 예외를 하나둘씩 늘려가면서 ‘누더기 법’을 만들어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
우선 2008년부터 종합, 전문 간 겸업제한을 없앴다. 등록기준만 채우면 종합이든, 전문이든 면허 취득이 가능해졌다. 종합에서 전문으로 399개사가, 전문에서 종합으로 704개사가 서로 뛰어들었다. 여기까지는 쌍방향 통행으로 공정한 예외 규칙이다.
반면 소규모 복합공사를 비롯해 주계약자 공동도급, 분리발주 의무화, 의제(擬制) 부대공사 등은 전문 위주의 일방통행식 문호개방이다. 특히 소규모 복합공사의 경우 종합이 해야 할 ‘복합공사’분야에 ‘소규모’란 말을 앞세워 전문에만 길을 터줬다. 불공정한 예외 규정이다. 더구나 ‘소규모’란 말은 너무 모호해서 갈등을 내재하고 있다. 소규모 복합공사 기준 확대(3억원→10억원) 논란은 예고된 사태였다.
A건설사 관계자는 “소규모 복합공사제로 인해 10억원 미만 공사 시장은 소규모 복합공사, 부대공사, 종합공사, 전문공사 등으로 복잡하게 잘개 쪼개진다”며 “영업범위를 단계적으로 트는 게 국토부 생각이라면 10억 미만 시장에선 종합-전문 간 완전 경쟁을 시켜야 공정한 게임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10억원 미만 시장에선 종합-전문 간 등록기준을 최소한으로 똑같이 낮춰야 한다. 하도급 규제도 이 구간에서 전면적으로 풀어야 실효성이 있다.
또 종합건설업의 업무범위인 ‘종합적인 계획ㆍ관리ㆍ조정’의 개념을 명확히 해서 업역 분쟁의 소지도 차단해야 한다. 아울러 업종별 업무범위도 분명히 해야 한다. 일본의 건설업법은 강구조물공사의 업무범위에 놀이시설이나 무대장치, 도로 방음벽 공사, 입체 주차장 설비 공사 등까지 포함한다. 반면 한국 건산법에선 토목공사업 업무 범위에 치산(治山) 공사, 임도(林道) 공사, 사업 사업, 사태 방지 공사 등이 없어서 산림토목공사업(산림청)과 업역분쟁을 초래한다.
‘주된 공사를 시공하기 위해 또는 시공함으로 인해 필요하게 되는 종된 공사’로 정의된 부대공사 역시 모호한 정의로 업역 갈등을 부른다.
주계약자 공동도급, 분리발주 검토 의무화 등도 발주자의 선택권보다 불필요한 업역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종합-전문 간 업역분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기, 정보통신 등 건산법 테두리를 벗어난 독립적인 개별 법령과도 수시로 충돌한다. 이는 업체 부담으로 직결된다. 건산법상 등록기준만 충족하면 응찰이 가능했던 공사가 새 법령이 정한 기준까지 맞춰야 한다. 최민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처간 이기주의와 결합해 중장기적인 산업발전보다는 가시적인 단기적 이익에 편중하고 점진적인 규제개선 위주의 논의만 진행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며 “범건설 분야의 시공영역은 건산법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의 한 전직 임원은 “국토부가 떼 쓰면 들어주는 식으로 불공정한 예외규정을 늘려가면서 건산법의 체계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며 “각종 규제의 정의를 명확히해서 업역 간 분쟁의 소지를 없애 공정경쟁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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