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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담합해법’ 정부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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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20회 작성일 15-04-2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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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용 정경부장

건설사들의 담합 문제가 잊혀진 이슈가 돼 버렸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정치권을 들쑤시면서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여기에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연관된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 문제가 불거지면서 건설사들의 담합 문제는 산업에서조차 관심 밖으로 밀려난 듯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처분은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1일 농업용 저수지 둑 높이기 턴키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협의가 있는 8개 건설사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22일 가스배관 담합을 처분하기 위한 전원회의를 가졌다. 23일에는 환경시설 설치사업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로 9개 건설사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작년 한 해에만 18개 사업에서 42개 건설사에 85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로 인해 각 회사별로 최장 2년의 입찰참가 제한이 예정돼 있다. 올해 처분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과징금 규모와 입찰참가 제한 기간은 더 늘어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과징금이야 어쩔 수 없지만 입찰참가 제한은 법원을 통한 효력정지 처분으로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임시 방편일 뿐 입찰참가 제한의 시점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한국 건설산업을 대표하는 50개 가까운 건설사들이 비슷한 시기에 최장 2년 동안 입찰참가를 금지당하는 일대의 사건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과징금이나 입찰참가 제한 처분의 규모를 볼 때 개별 기업은 물론이고 건설산업조차 감내하기 힘들어 보인다.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지금처럼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내는 것도 어렵거니와 여기에 2년 가까이 입찰참가 제한까지 더해지면 사망 선고를 받는 것과 다름이 없다. 건설산업의 대표 기업들이 이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건설산업은 온전하게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없다. 그런데도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연초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며 담합 대책을 내놨지만 지금의 사태를 풀어주기에는 한참이나 모자란다.

 모두들 속내를 숨기고 있지만 결국에는 사회적인 합의를 통한 사면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런데 지금은 사면의 ‘사’자도 꺼내기 어려운 정국이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과거 정권에서 이뤄진 두 번의 특별사면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정치권에서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만한 사람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담합 문제는 그러면서 잊혀진 이슈가 돼 버렸다. 그렇다고 이 상황을 그냥 내버려 둘 일은 아니다. 기업이 죽고 산업이 죽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업과 산업에 딸린 수백만명 가족들의 인생이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성완종 리스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면 정부라도 나서서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10년 전인 지난 2005년 4월6일의 일이다. 금융감독원은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개정과 관련해 ‘과거 회계기준 위반사항의 수정 시 감리 미실시’ 세부지침을 마련해 발표했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분식회계를 집단소송의 대상으로 삼을 시 한순간에 여러 기업의 경영상태가 악화되고 금융시장의 혼란이 예상됨에 따라 과거의 분식회계를 수정해 공시하더라도 행정처분이나 민형사상의 책임을 면제해준 조치다. 국가 금융체계의 혼란을 막고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과거 분식회계라는 잘못된 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이다.

 지금의 담합 문제는 2009∼2012년에 집중됐던 일이다. 그리고 건설사들이 과도한 이익을 내려 한 것이기보다는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차원에서 벌인 일로 확인되고 있다. 법대로도 좋지만 담합 문제가 경제와 산업에 미칠 심각성을 고려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정부는 10년 전 금감원의 판단을 전향적으로 고민해보길 바란다. 그것이 책임지는 정부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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