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보다 물량배분式 정책의존…자생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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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08회 작성일 15-05-20 13:22본문
公共 물량 한계 직면, 미래수요 변화 따라 시장지향형 혁신 필요
<연중기획>한국건설, 재도약 방향타 잡아라
<5부>지체된 건설문화…유연성 지수 높여라
(2)정부바라기는 이제 그만(상)
백가쟁명(百家爭鳴). 저마다 서로 자기 주장이 옳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가 제도개선안을 내놓을 때마다 반복되는 건설업계의 모습이다.
최근에도 종합심사낙찰제 시범사업(대형vs중견),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종합vs전문),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안(정부vs건설엔지니어링) 등을 놓고 건설산업 주체들 간에 한바탕 논쟁과 갈등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특히 종합심사낙찰제의 경우 제도설계 방향에 따라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내년도 전면시행 6개월을 앞두고도 ‘게임의 룰’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주 독점방지장치로 고안했던 시공여유율의 백지화 과정을 보면 과연 정부가 심판관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못믿을 심판관인데도 건설업계는 문제가 생기면 정부에 요구하고 정부가 해결해 주기를 원하는 ‘정부 바라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심판관인가, 파트너인가
우리 건설산업에서 정부의 역할을 간단히 정의내리기란 쉽지 않다. 서구 건설산업에서 정부는 시장 내 사적 계약자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건설산업의 최대 수요자로써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권한을 행사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건설산업에서 정부는 확연히 다른 길을 걸어왔다. 시장형의 특성을 가진 서구와 달리 규제형으로 성장해온 한국에서 정부는 산업 진흥자 내지 조정권을 가진 막강한 심판관이었다. 특히 경제개발 초기 수요 독점자로써 권한은 막강했다.
시장형은 계약시스템을 중시하는 형태로 주로 미국 등 서구 선진국에서 주로 볼 수 있고, 규제형은 계약보다는 정부의 규제제도에 크게 의존하는 형태로 한국이 대표적이다. 시장형은 개별 업체나 프로젝트가 규율의 대상인 반면 규제형은 전체 건설업체 및 프로젝트가 공통적인 규율 대상이다. 시장형은 신용도나 평판, 가격, 사적 책임을 기반으로 규율시스템을 구축하지만 규제형은 주로 법적인 제재와 처벌에 의존한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압축적 고도성장기를 거쳐오면서 수요자임과 동시에 규제자로서의 지위를 가진 정부는 시장보다는 규제적 접근을 통해 사회간접시설을 구축하고 건설산업의 발전을 도모해왔다”고 분석했다.
◇업계 ‘정부→시장’으로 의존구조 바꿔야
한국 건설산업이 정부 의존형으로 굳어진데는 업계의 책임도 있다. 정부의존형 체질이 관행으로 굳어진 건설업계는 건설시장의 침체 문제까지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주기를 원했다. 경제위기 때마다 건설산업의 국민경제파급 효과를 앞세워 정부의 대책수립을 요구해왔다. 정부도 확실하게 주도권을 쥔 건설산업을 활용해 적극적인 부양정책을 펴 나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문제는 오랜 기간 타율적 규제와 지원에 익숙해진 건설산업은 자생력과 성장동력마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의 윤영선ㆍ이승우ㆍ이양승이 공동집필한 보고서 ‘문화지체에 빠진 건설산업’에서는 “고착화된 정부의존적 건설문화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상적인 시장원리의 적용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시장원리에 따라 경쟁하기보다는 정부의 조정과 배분적 기능에 기대는 의존적 관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건설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여전히 건설산업에서 공공의 역할이 크지만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민간부문으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의 SOC 투자도 뚜렷한 감소세다. 1990년대 주택 200만호 건설, SOC투자 확대 등으로 건설투자 비중이 GDP 대비 20%를 상회했지만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지난해에는 14% 수준까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양적성장 시대의 종말을 맞은 건설산업이 정부의존성을 벗어나 미래수요 변화에 맞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높여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건설시장은 시설물의 유지관리 및 보수, 재해 예방, 기술혁신에 따른 새로운 공간 창출 등에 좀 더 집중하고 주택시장은 노후주택 리모델링, 임대 수요, 주거종합서비스, 친환경ㆍ첨단 주택 등의 변화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형기자 kth@
<5부>지체된 건설문화…유연성 지수 높여라
(2)정부바라기는 이제 그만(상)
백가쟁명(百家爭鳴). 저마다 서로 자기 주장이 옳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가 제도개선안을 내놓을 때마다 반복되는 건설업계의 모습이다.
최근에도 종합심사낙찰제 시범사업(대형vs중견),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종합vs전문),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안(정부vs건설엔지니어링) 등을 놓고 건설산업 주체들 간에 한바탕 논쟁과 갈등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특히 종합심사낙찰제의 경우 제도설계 방향에 따라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내년도 전면시행 6개월을 앞두고도 ‘게임의 룰’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주 독점방지장치로 고안했던 시공여유율의 백지화 과정을 보면 과연 정부가 심판관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못믿을 심판관인데도 건설업계는 문제가 생기면 정부에 요구하고 정부가 해결해 주기를 원하는 ‘정부 바라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심판관인가, 파트너인가
우리 건설산업에서 정부의 역할을 간단히 정의내리기란 쉽지 않다. 서구 건설산업에서 정부는 시장 내 사적 계약자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건설산업의 최대 수요자로써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권한을 행사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건설산업에서 정부는 확연히 다른 길을 걸어왔다. 시장형의 특성을 가진 서구와 달리 규제형으로 성장해온 한국에서 정부는 산업 진흥자 내지 조정권을 가진 막강한 심판관이었다. 특히 경제개발 초기 수요 독점자로써 권한은 막강했다.
시장형은 계약시스템을 중시하는 형태로 주로 미국 등 서구 선진국에서 주로 볼 수 있고, 규제형은 계약보다는 정부의 규제제도에 크게 의존하는 형태로 한국이 대표적이다. 시장형은 개별 업체나 프로젝트가 규율의 대상인 반면 규제형은 전체 건설업체 및 프로젝트가 공통적인 규율 대상이다. 시장형은 신용도나 평판, 가격, 사적 책임을 기반으로 규율시스템을 구축하지만 규제형은 주로 법적인 제재와 처벌에 의존한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압축적 고도성장기를 거쳐오면서 수요자임과 동시에 규제자로서의 지위를 가진 정부는 시장보다는 규제적 접근을 통해 사회간접시설을 구축하고 건설산업의 발전을 도모해왔다”고 분석했다.
◇업계 ‘정부→시장’으로 의존구조 바꿔야
한국 건설산업이 정부 의존형으로 굳어진데는 업계의 책임도 있다. 정부의존형 체질이 관행으로 굳어진 건설업계는 건설시장의 침체 문제까지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주기를 원했다. 경제위기 때마다 건설산업의 국민경제파급 효과를 앞세워 정부의 대책수립을 요구해왔다. 정부도 확실하게 주도권을 쥔 건설산업을 활용해 적극적인 부양정책을 펴 나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문제는 오랜 기간 타율적 규제와 지원에 익숙해진 건설산업은 자생력과 성장동력마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의 윤영선ㆍ이승우ㆍ이양승이 공동집필한 보고서 ‘문화지체에 빠진 건설산업’에서는 “고착화된 정부의존적 건설문화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상적인 시장원리의 적용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시장원리에 따라 경쟁하기보다는 정부의 조정과 배분적 기능에 기대는 의존적 관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건설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여전히 건설산업에서 공공의 역할이 크지만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민간부문으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의 SOC 투자도 뚜렷한 감소세다. 1990년대 주택 200만호 건설, SOC투자 확대 등으로 건설투자 비중이 GDP 대비 20%를 상회했지만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지난해에는 14% 수준까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양적성장 시대의 종말을 맞은 건설산업이 정부의존성을 벗어나 미래수요 변화에 맞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높여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건설시장은 시설물의 유지관리 및 보수, 재해 예방, 기술혁신에 따른 새로운 공간 창출 등에 좀 더 집중하고 주택시장은 노후주택 리모델링, 임대 수요, 주거종합서비스, 친환경ㆍ첨단 주택 등의 변화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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