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판 뉴딜정책의 성공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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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07회 작성일 15-07-06 09:27본문
이복남(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교수)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국가 정책으로 한국판 뉴딜 정책을 지난 3월에 발표했다. 뉴딜 정책의 원조는 미국이다. 1929년에 불어닥친 경제 공황을 탈출하기 위해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이 선택한 충격 요법이었다. 핵심은 재정 공급 확대를 통해 당장에 필요한 일자리 제공과 사회간접시설 건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데 있었다. 한국판 뉴딜 정책도 경제성장 동력 약화와 국민의 소비심리 저하를 반전시키기 위해서 재정 공급 확대를 통해 불씨를 살려 경제 활력을 회복시킨다는 게 핵심으로 판단된다.
한 국가의 재정은 정부 재정과 민간 자본, 그리고 외국 자본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공공재정 여력은 흔히 재정절벽으로 불릴 만큼 열악해졌다. 시간이 갈수록 획기적인 세제 개혁이 없으면 더 열악해질 게 뻔하다. 올 1분기 재정적자액만 26조원이다. 올해 재정 적자 규모는 33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도 이 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 공공사업 16건 중 9건이 사업 중간에서 예산이 끊길 정도로 재정이 열악하다.
지난 6월2일에 개최된 ‘2015~19년 국가재정 운용계획’ 수립을 위한 공개토론회 제목이 ‘국민부담은 가볍게, 국가경제는 활기차게’이다. 제목만을 놓고 보면 증세 없이 국가경제를 살리겠다는 의미다.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증세보다 민간과 외국 자본 유입을 통해 재정 여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 핵심이다. 국토 기반시설의 건설과 운영에서 생긴 결손을, 수요자 부담 원칙인 요금(fee)제로 세금(tax)을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재정은 정부가 선택권을 가졌지만 민간 자본은 자금주가 선택권을 가졌다. 민간 및 외국 자본을 유인하기 위해 정부는 당연히 유인책으로 인센티브 카드를 내민다. 민간투자 사업에 이익공유제(BOT-a)나 손실분담형(BOT-rs) 등을 도입하겠다는 것도 이런 면에서 이해되는 부분이다. 민간이나 외국 투자자 시각에서 보면 가장 큰 위험은 정책과 제도의 불확실성이다. 민간투자 사업에 대한 정책과 제도의 불확실성이 얼마나 큰지 최근의 사례를 짚어보자.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 구간의 통행료를 인하하기 위해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 중심이 된 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유는 도로공사 구간에 비해 요금이 2.5배나 비싸다는 것이다. 투자자는 서울고속도로(주)와 국민연금공단이다. 연금공단이 이 사업에 후순위채 대출을 해주는 대가로 연간 20~48%의 이자를 챙기고 있어 불공정 거래라고 주장한다. 최소운영수입(MRG)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후순위채에 대한 위험 부담이 적다. 따라서 연금공단이 대출 이자수익을 목적으로 투기를 했다고 보는 것이다.
필자가 정책과 제도의 불확실성을 보는 근거는 3가지다. 첫째, 불확실성은 국제적으로 계약조건이 법보다 우선한다는 불문율을 무력화시키려는 정치권의 법 만능주의다. 둘째, 투자자인 연금공단은 공기업이지만 투자가로서 위험보다 수익성이 큰 부문에 투자를 했는데 투자자로 보기보다 공공기관으로 보는 시각에 대한 위험이다. 대책위는 더 나가 연금공단의 투자 수익률을 10% 상한선을 두는 국민연금법 개정까지 공언한다. 국민은 보이지 않고 선거 표만 보는 것 같다. 셋째는 민간투자 사업의 요금을 공공기관과 같은 잣대로 보는 위험부담이다. 2014년 말 도로공사의 부채는 26조원이다. 도공 구간의 통행료로는 부채를 갚을 길이 없다. 결국에는 세금으로 메꿔야 한다. 통행료가 아닌 통행세로 인식하는 오류다. 손실을 현 사용자보다 후대가 갚아야 할 빚으로 남기겠다는 이기주의다.
현재를 즐기기 위해 여력이 상실된 공공재정 사업을 비교 잣대로 해서는 민간은 물론 외국 투자자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민간 자본은 공익성보다 사익성이 강하다. 공공재정은 공익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세금분담으로 인식될 개연성이 높다. 민간 자본은 수익이 있는 곳으로 움직인다. 당연히 민간 자본에 의한 시설 사용료는 수요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진실을 선심 정책으로 가리는 행위는 후대에 세금 폭탄을 안겨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소득 수준이 3만달러를 넘어선 지금, 눈높이에 걸맞은 정책과 제도는 글로벌적 시각과 함께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연금공단이 투자를 하는 것은 공단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기금을 불려 가입자에게 혜택을 늘려주자는 것이다. 투자 수익률 10% 상한선을 해외투자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닐 것이다. 국내와 해외 투자에 차별성을 둔다는 것은 단발적인 이기주의 국가로 지목받을 위험성이 크다.
민간자본에 의한 한국판 뉴딜 정책의 성공은 정책과 제도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좌우할 것이라는 게 필자의 의견이다. 정책과 제도의 일관성이 전제되어야만 투자자가 예측 가능한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재정 여력을 높이는 게 국가 방향이라면 솔직하게 증세 정책을 국민들에게 내놓아야 한다. 국가 부채를 높이려는 유혹은 건전한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반드시 뿌리쳐야 할 대상일 뿐이다. 몸에 좋은 약일수록 입에는 쓰다는 격언이 되새겨진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국가 정책으로 한국판 뉴딜 정책을 지난 3월에 발표했다. 뉴딜 정책의 원조는 미국이다. 1929년에 불어닥친 경제 공황을 탈출하기 위해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이 선택한 충격 요법이었다. 핵심은 재정 공급 확대를 통해 당장에 필요한 일자리 제공과 사회간접시설 건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데 있었다. 한국판 뉴딜 정책도 경제성장 동력 약화와 국민의 소비심리 저하를 반전시키기 위해서 재정 공급 확대를 통해 불씨를 살려 경제 활력을 회복시킨다는 게 핵심으로 판단된다.
한 국가의 재정은 정부 재정과 민간 자본, 그리고 외국 자본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공공재정 여력은 흔히 재정절벽으로 불릴 만큼 열악해졌다. 시간이 갈수록 획기적인 세제 개혁이 없으면 더 열악해질 게 뻔하다. 올 1분기 재정적자액만 26조원이다. 올해 재정 적자 규모는 33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도 이 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 공공사업 16건 중 9건이 사업 중간에서 예산이 끊길 정도로 재정이 열악하다.
지난 6월2일에 개최된 ‘2015~19년 국가재정 운용계획’ 수립을 위한 공개토론회 제목이 ‘국민부담은 가볍게, 국가경제는 활기차게’이다. 제목만을 놓고 보면 증세 없이 국가경제를 살리겠다는 의미다.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증세보다 민간과 외국 자본 유입을 통해 재정 여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 핵심이다. 국토 기반시설의 건설과 운영에서 생긴 결손을, 수요자 부담 원칙인 요금(fee)제로 세금(tax)을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재정은 정부가 선택권을 가졌지만 민간 자본은 자금주가 선택권을 가졌다. 민간 및 외국 자본을 유인하기 위해 정부는 당연히 유인책으로 인센티브 카드를 내민다. 민간투자 사업에 이익공유제(BOT-a)나 손실분담형(BOT-rs) 등을 도입하겠다는 것도 이런 면에서 이해되는 부분이다. 민간이나 외국 투자자 시각에서 보면 가장 큰 위험은 정책과 제도의 불확실성이다. 민간투자 사업에 대한 정책과 제도의 불확실성이 얼마나 큰지 최근의 사례를 짚어보자.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 구간의 통행료를 인하하기 위해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 중심이 된 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유는 도로공사 구간에 비해 요금이 2.5배나 비싸다는 것이다. 투자자는 서울고속도로(주)와 국민연금공단이다. 연금공단이 이 사업에 후순위채 대출을 해주는 대가로 연간 20~48%의 이자를 챙기고 있어 불공정 거래라고 주장한다. 최소운영수입(MRG)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후순위채에 대한 위험 부담이 적다. 따라서 연금공단이 대출 이자수익을 목적으로 투기를 했다고 보는 것이다.
필자가 정책과 제도의 불확실성을 보는 근거는 3가지다. 첫째, 불확실성은 국제적으로 계약조건이 법보다 우선한다는 불문율을 무력화시키려는 정치권의 법 만능주의다. 둘째, 투자자인 연금공단은 공기업이지만 투자가로서 위험보다 수익성이 큰 부문에 투자를 했는데 투자자로 보기보다 공공기관으로 보는 시각에 대한 위험이다. 대책위는 더 나가 연금공단의 투자 수익률을 10% 상한선을 두는 국민연금법 개정까지 공언한다. 국민은 보이지 않고 선거 표만 보는 것 같다. 셋째는 민간투자 사업의 요금을 공공기관과 같은 잣대로 보는 위험부담이다. 2014년 말 도로공사의 부채는 26조원이다. 도공 구간의 통행료로는 부채를 갚을 길이 없다. 결국에는 세금으로 메꿔야 한다. 통행료가 아닌 통행세로 인식하는 오류다. 손실을 현 사용자보다 후대가 갚아야 할 빚으로 남기겠다는 이기주의다.
현재를 즐기기 위해 여력이 상실된 공공재정 사업을 비교 잣대로 해서는 민간은 물론 외국 투자자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민간 자본은 공익성보다 사익성이 강하다. 공공재정은 공익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세금분담으로 인식될 개연성이 높다. 민간 자본은 수익이 있는 곳으로 움직인다. 당연히 민간 자본에 의한 시설 사용료는 수요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진실을 선심 정책으로 가리는 행위는 후대에 세금 폭탄을 안겨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소득 수준이 3만달러를 넘어선 지금, 눈높이에 걸맞은 정책과 제도는 글로벌적 시각과 함께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연금공단이 투자를 하는 것은 공단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기금을 불려 가입자에게 혜택을 늘려주자는 것이다. 투자 수익률 10% 상한선을 해외투자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닐 것이다. 국내와 해외 투자에 차별성을 둔다는 것은 단발적인 이기주의 국가로 지목받을 위험성이 크다.
민간자본에 의한 한국판 뉴딜 정책의 성공은 정책과 제도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좌우할 것이라는 게 필자의 의견이다. 정책과 제도의 일관성이 전제되어야만 투자자가 예측 가능한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재정 여력을 높이는 게 국가 방향이라면 솔직하게 증세 정책을 국민들에게 내놓아야 한다. 국가 부채를 높이려는 유혹은 건전한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반드시 뿌리쳐야 할 대상일 뿐이다. 몸에 좋은 약일수록 입에는 쓰다는 격언이 되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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