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공사비 도외시한 반복적 발주도 ‘甲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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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32회 작성일 15-07-06 09:20본문
북일~남일1 기술제안 6차 공고 앞두고 정부 및 발주자 횡포 논란
공사비 증액 등 근본적 해법 무시-가격경쟁 및 품질하락만 부추겨
일을 시켜놓고 제대로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자를 악덕업주라 부른다. 대표적인 갑의 횡포다. 그렇다면 엄청난 적자가 눈에 보이는데도 을(시공사)에 줄기차게 입찰참가를 요구하는 갑(발주자)은 어떻게 봐야할까.
적정 공사비는 도외시한 채, 적자를 강요하는 식이 되거나 공사품질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형태의 ‘갑질’이란 지적이다.
2일 건설업계는 무려 5번의 유찰에도 불구, 최근 6번째 입찰공고가 추진되고 있는 기술제안방식의 청주시 국도대체우회도로(북일∼남일1) 건설공사가 그 전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공사는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국동리에서 상당구 용정동까지 총연장 5.63㎞(폭 20m) 규모의 4차선 도로를 신설하는 것으로, 청주시내 교통량 분산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추진 중인 41.83km 규모 우회도로의 핵심구간이다.
도로공사로는 사상 2번째 기술제안입찰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으로, 발주 전부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지난 1월 첫번째 공고는 실망감만 자아냈다. 폐광을 포함한 산악지대를 통과하는 노선으로, 3.8km에 육박하는 터널과 6개의 교량이 포함돼 있음에도 공사예산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업체들은 추정가격대로 수주를 해도 20% 이상의 적자가 난다고 분석했다. 일반 도로공사의 km당 단가와 단순 비교하면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열악한 시공여건과 환경적 리스크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입찰서는 받지도 못한채 유찰됐고 2차, 3차 재공고까지 내리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단계에서 백지화됐다. 이러는 사이 오동∼구성, 북일∼남일1-1, 남면~북면 구간은 개통됐고, 휴암~오동과 북일~남일 2공구 등 전 구간은 착공에 들어갔다. 적정공사비 및 조기착공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발주처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불과 한달여 뒤 4번째 새 공고가 나왔다. 기대했던 증액은 없었고, 낙찰자 결정을 위한 가중치에서 가격비중만 35%에서 40%로 높아지는 등 일부만 변경됐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재공고까지 또다시 유찰되며 기술형입찰시장에서 최다 유찰이라는 불명예만 떠안았다.
그리고 최근 국토부 대전지방국토청의 계약요청에 따라 이르면 내주 발주될 6번째 공고에서는 좀 달라질까. 업계는 단언컨데 기대이하라고 말한다.
발주자가 공고에 앞서 유찰방지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성의를 보이고 전에 없던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적정공사비라는 근본적인 해법에는 또다시 접근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사품질을 떨어뜨리고 시장의 형평성을 저해하는 방안만 담길 수 있다는 게 업계는 분석이다.
간담회를 거치며 검토되고 있는 가격비중 추가 상향조정이나 일부 구간 설계변경 허용, 기술제안건수 축소 등은 기술형입찰의 취지까지 무색케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장전문가는 “공사비 증액 대신, 35%로 시작한 가격비중을 50% 넘게 끌어올린다거나 예외적으로 설계변경을 허용하는 식은 어떻게든 입찰만 치르겠다는 근시안적 접근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입찰성사여부와 관계없이 이런 식의 발주행태는 기술형입찰시장의 정상화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적정 공사비를 위한 증액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걸까. 아니다.
실제 4차례의 유찰을 맛봤던 정부통합전산센터 턴키공사는 10% 수준의 증액과 입찰안내서 조정을 통해 경쟁입찰요건을 갖췄고, 최저가 대상인 뉴욕관광문화센터 신축공사도 또다시 유찰되긴 했지만 증액이 이뤄진 바 있다.
증액공사가 각각 행자부와 문광부 수요라는 점에서 보면, 지방청 같은 일선 발주자보다는 시장의 비정상을 방치, 유기하고 있는 각 정부부처가 가장 큰 문제다.
‘증액도 불가, 수의계약도 불가’란 입장만 고수할 뿐 수수방관하고 있으니, 고육지책을 짜내는 발주자만 탓해서 될 노릇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그간의 사례를 차치하더라도, 2018평창올림픽 개, 폐회식이 열릴 올림픽플라자 건립공사도 세계 최대 심해 해양환경 연구인프라인 심해해양공학수조 신축공사도 단 1개사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고, 아직 발주도 안된 공사 중에도 유찰이 우려되는 것이 수두룩하다”며 “과연 이런 유찰사태를 일선 발주자와 시공사가 풀어낼 수 있는 문제인지, 기재부를 비롯한 정부에 한번 따져 묻고 싶다”고 말했다.
봉승권기자 skbong@
공사비 증액 등 근본적 해법 무시-가격경쟁 및 품질하락만 부추겨
일을 시켜놓고 제대로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자를 악덕업주라 부른다. 대표적인 갑의 횡포다. 그렇다면 엄청난 적자가 눈에 보이는데도 을(시공사)에 줄기차게 입찰참가를 요구하는 갑(발주자)은 어떻게 봐야할까.
적정 공사비는 도외시한 채, 적자를 강요하는 식이 되거나 공사품질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형태의 ‘갑질’이란 지적이다.
2일 건설업계는 무려 5번의 유찰에도 불구, 최근 6번째 입찰공고가 추진되고 있는 기술제안방식의 청주시 국도대체우회도로(북일∼남일1) 건설공사가 그 전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공사는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국동리에서 상당구 용정동까지 총연장 5.63㎞(폭 20m) 규모의 4차선 도로를 신설하는 것으로, 청주시내 교통량 분산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추진 중인 41.83km 규모 우회도로의 핵심구간이다.
도로공사로는 사상 2번째 기술제안입찰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으로, 발주 전부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지난 1월 첫번째 공고는 실망감만 자아냈다. 폐광을 포함한 산악지대를 통과하는 노선으로, 3.8km에 육박하는 터널과 6개의 교량이 포함돼 있음에도 공사예산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업체들은 추정가격대로 수주를 해도 20% 이상의 적자가 난다고 분석했다. 일반 도로공사의 km당 단가와 단순 비교하면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열악한 시공여건과 환경적 리스크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입찰서는 받지도 못한채 유찰됐고 2차, 3차 재공고까지 내리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단계에서 백지화됐다. 이러는 사이 오동∼구성, 북일∼남일1-1, 남면~북면 구간은 개통됐고, 휴암~오동과 북일~남일 2공구 등 전 구간은 착공에 들어갔다. 적정공사비 및 조기착공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발주처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불과 한달여 뒤 4번째 새 공고가 나왔다. 기대했던 증액은 없었고, 낙찰자 결정을 위한 가중치에서 가격비중만 35%에서 40%로 높아지는 등 일부만 변경됐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재공고까지 또다시 유찰되며 기술형입찰시장에서 최다 유찰이라는 불명예만 떠안았다.
그리고 최근 국토부 대전지방국토청의 계약요청에 따라 이르면 내주 발주될 6번째 공고에서는 좀 달라질까. 업계는 단언컨데 기대이하라고 말한다.
발주자가 공고에 앞서 유찰방지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성의를 보이고 전에 없던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적정공사비라는 근본적인 해법에는 또다시 접근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사품질을 떨어뜨리고 시장의 형평성을 저해하는 방안만 담길 수 있다는 게 업계는 분석이다.
간담회를 거치며 검토되고 있는 가격비중 추가 상향조정이나 일부 구간 설계변경 허용, 기술제안건수 축소 등은 기술형입찰의 취지까지 무색케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장전문가는 “공사비 증액 대신, 35%로 시작한 가격비중을 50% 넘게 끌어올린다거나 예외적으로 설계변경을 허용하는 식은 어떻게든 입찰만 치르겠다는 근시안적 접근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입찰성사여부와 관계없이 이런 식의 발주행태는 기술형입찰시장의 정상화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적정 공사비를 위한 증액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걸까. 아니다.
실제 4차례의 유찰을 맛봤던 정부통합전산센터 턴키공사는 10% 수준의 증액과 입찰안내서 조정을 통해 경쟁입찰요건을 갖췄고, 최저가 대상인 뉴욕관광문화센터 신축공사도 또다시 유찰되긴 했지만 증액이 이뤄진 바 있다.
증액공사가 각각 행자부와 문광부 수요라는 점에서 보면, 지방청 같은 일선 발주자보다는 시장의 비정상을 방치, 유기하고 있는 각 정부부처가 가장 큰 문제다.
‘증액도 불가, 수의계약도 불가’란 입장만 고수할 뿐 수수방관하고 있으니, 고육지책을 짜내는 발주자만 탓해서 될 노릇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그간의 사례를 차치하더라도, 2018평창올림픽 개, 폐회식이 열릴 올림픽플라자 건립공사도 세계 최대 심해 해양환경 연구인프라인 심해해양공학수조 신축공사도 단 1개사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고, 아직 발주도 안된 공사 중에도 유찰이 우려되는 것이 수두룩하다”며 “과연 이런 유찰사태를 일선 발주자와 시공사가 풀어낼 수 있는 문제인지, 기재부를 비롯한 정부에 한번 따져 묻고 싶다”고 말했다.
봉승권기자 sk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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