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착하게 돈을 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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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95회 작성일 15-07-01 09:50본문
국토교통부가 ‘발주기관 불공정 계약관행 개선 TF’를 발족시킨 것은 지난 3월이었다. 공공 발주기관과 건설업계, 연구기관 등을 참여시켜 발주기관의 불공정 계약 관행 개선을 위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만든 TF였다. 국토부는 6월까지 TF를 운영한 후 결과물을 내는 것이 목표였다. 이제 6월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국토부가 당초 예정했던 TF 운영기간이 다 된 것이다. 하지만 결과물을 낼 정도로 TF가 잘 운영되진 않은 듯싶다. 국토부가 TF운영을 한 달 더 연장한 것을 보니 말이다.
TF가 예정된 운영기간을 넘긴 것은 몇몇 발주기관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서라고 한다. 국토부가 발주기관들에 불공정 계약관행을 개선할 방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몇몇 발주기관들은 예산이 수반되는 개선책의 시행에 난색을 표명하며 요지부동이라고 한다. TF에 참여한 공공 발주기관들은 국토부를 상급기관으로 두고 있다. 예산책정 등 주요 사안의 결정권을 국토부가 쥐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공공 발주기관들은 알게 모르게 국토부의 눈치를 봐 왔다. 그런데도 불공정 계약관행 개선에 국토부의 말발이 서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정부는 최근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이 평가결과를 보면 공공 발주기관들이 국토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불공정 계약관행 개선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이유가 설명이 된다. 정부는 공기업, 준정부기관, 강소형기관 등 116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경영실적 평가를 실시해 S등급부터 E등급까지 점수를 매겼다. 그리고 C등급 이상을 받은 101개 기관에 대해서는 등급에 상응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고 E등급을 받은 기관의 기관장은 해임을 건의했다. E등급 기관의 기관장은 현재 사표를 제출해 놓은 상황이다. 여기에서 문제는 평가기준이다.
정부는 부채감축과 방만경영 해소 노력, 당기순이익 확대 등 경영실적 개선, 정부정책 지원을 통한 국민경제 기여, 노사 간 협력 분위기 조성 등을 골고루 따져 평가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만 봐도 평가기준의 핵심은 경영실적이다. 즉, 돈을 많이 벌어 부채를 줄였거나 당기순이익을 늘린 공기업이 좋은 점수를 얻은 것이다. 더욱이 평가결과에 따른 당근과 채찍은 성과급과 기관장 해임처럼 그 온도차가 매우 크다. 공공기관들이 경영실적 개선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공공 발주기관들이 불공정 계약관행을 통해 얻는 이득은 천문학적이다. 복수예정가격을 만들 때 설계금액의 100%가 아닌 95% 내외에서 만들면 규모가 큰 발주기관의 경우 연간 절감할 수 있는 예산이 수천억원이다. 이런저런 핑계로 간접비를 지급하지 않을 때 떨어지는 이익도 수천억원이다. 이렇게 남긴 이득이 경영개선 실적에 포함되니 아무리 상급기관의 압박이라도 섣불리 들어줄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더욱이 올해 공기업 경영평가에서는 불공정 계약관행으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공기업이 A등급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시장경제에서 가장 모순된 말은 아마도 ‘착하게 돈벌어’라는 말일 것이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산다는 말은 있어도 정승같이 벌어서 개같이 산다는 말은 없다. 착하게 돈을 쓸 수는 있지만 벌기는 쉽지 않은 게 세상이다. 마찬가지로 공공 발주기관들도 공정한 룰을 지키면서 당기순이익을 끌어올려 다른 기관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건설의 날 기념식에서 “공공 발주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를 개선해 건설업계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이 말을 처음 한 것은 지난해 5월 공공기관 워크숍에서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은 1년이 지나도록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말이 현장까지 제대로 파급되려면 먼저 발주기관들의 불공정행위 개선행위가 공기업 경영실적 평가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권혁용 정경부장
TF가 예정된 운영기간을 넘긴 것은 몇몇 발주기관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서라고 한다. 국토부가 발주기관들에 불공정 계약관행을 개선할 방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몇몇 발주기관들은 예산이 수반되는 개선책의 시행에 난색을 표명하며 요지부동이라고 한다. TF에 참여한 공공 발주기관들은 국토부를 상급기관으로 두고 있다. 예산책정 등 주요 사안의 결정권을 국토부가 쥐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공공 발주기관들은 알게 모르게 국토부의 눈치를 봐 왔다. 그런데도 불공정 계약관행 개선에 국토부의 말발이 서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정부는 최근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이 평가결과를 보면 공공 발주기관들이 국토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불공정 계약관행 개선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이유가 설명이 된다. 정부는 공기업, 준정부기관, 강소형기관 등 116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경영실적 평가를 실시해 S등급부터 E등급까지 점수를 매겼다. 그리고 C등급 이상을 받은 101개 기관에 대해서는 등급에 상응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고 E등급을 받은 기관의 기관장은 해임을 건의했다. E등급 기관의 기관장은 현재 사표를 제출해 놓은 상황이다. 여기에서 문제는 평가기준이다.
정부는 부채감축과 방만경영 해소 노력, 당기순이익 확대 등 경영실적 개선, 정부정책 지원을 통한 국민경제 기여, 노사 간 협력 분위기 조성 등을 골고루 따져 평가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만 봐도 평가기준의 핵심은 경영실적이다. 즉, 돈을 많이 벌어 부채를 줄였거나 당기순이익을 늘린 공기업이 좋은 점수를 얻은 것이다. 더욱이 평가결과에 따른 당근과 채찍은 성과급과 기관장 해임처럼 그 온도차가 매우 크다. 공공기관들이 경영실적 개선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공공 발주기관들이 불공정 계약관행을 통해 얻는 이득은 천문학적이다. 복수예정가격을 만들 때 설계금액의 100%가 아닌 95% 내외에서 만들면 규모가 큰 발주기관의 경우 연간 절감할 수 있는 예산이 수천억원이다. 이런저런 핑계로 간접비를 지급하지 않을 때 떨어지는 이익도 수천억원이다. 이렇게 남긴 이득이 경영개선 실적에 포함되니 아무리 상급기관의 압박이라도 섣불리 들어줄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더욱이 올해 공기업 경영평가에서는 불공정 계약관행으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공기업이 A등급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시장경제에서 가장 모순된 말은 아마도 ‘착하게 돈벌어’라는 말일 것이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산다는 말은 있어도 정승같이 벌어서 개같이 산다는 말은 없다. 착하게 돈을 쓸 수는 있지만 벌기는 쉽지 않은 게 세상이다. 마찬가지로 공공 발주기관들도 공정한 룰을 지키면서 당기순이익을 끌어올려 다른 기관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건설의 날 기념식에서 “공공 발주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를 개선해 건설업계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이 말을 처음 한 것은 지난해 5월 공공기관 워크숍에서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은 1년이 지나도록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말이 현장까지 제대로 파급되려면 먼저 발주기관들의 불공정행위 개선행위가 공기업 경영실적 평가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권혁용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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