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투명성의 반대말은 전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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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715회 작성일 15-06-22 10:26본문
박봉식 산업1부장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 불신, 자유…. 수많은 답이 나온다. 동사로 물으면 또 다르다. ‘사랑한다’의 반대말은 ‘미워하다’가 아니라 ‘사랑했었다’라고 한다. 그럴듯한 이유를 대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무관심이라는 답이 한때 공감을 얻기도 했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사랑은 행위를 말하지만, 무관심은 있다 없다와 같이 상태를 말하기 때문이라는 설명까지 곁들여지면 이 역시 고개가 끄덕여진다.
반대 관계는 비교 기준이 하나일 때 성립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반대 관계이지만 할머니와 청년은 그렇지 않다. 반대 관계는 단어가 가지는 여러 의미 가운데 하나의 특질에 의해 성립하기 때문이다. 공공입찰에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개념이 있다. 투명성과 전문성이다. 투명성의 반대말이 전문성이라는 데는 누구도 공감하기 어렵다. 그러나 공공시장에서 반대말은 아니라 하더라도 대립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입찰비리를 뿌리 뽑으려고 도입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그런 사례이다. 입찰비리가 발생할 경우 2년간 조달청에 관련 업무를 위탁처리토록 한 것이다. 한국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이미 이 규정에 따라 일부를 위탁했고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전력공사 등도 비리가 적발돼 위탁 일정ㆍ범위 등에 대한 협의가 진행됐다. 문제는 고속철도, 원자력발전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입찰 업무가 조달청에 위탁될 경우이다. 새로 인력을 충원하기도 어렵거니와 극단적으로 입찰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전문성보다 투명성을 강조한 결과다.
이달 초 시공사가 가려진 신고리원전 5ㆍ6호기 입찰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 입찰은 투명성 측면에서 보면 성공한 사례다. 뒷얘기가 일부 나오기도 했지만 큰 잡음 없이 마무리됐다. 발주처인 한수원이 입찰기간 동안 참여업체의 사전 접촉을 금지하고 평가위원도 입찰 당일 선정하는 등 온 힘을 쏟았다. 무엇보다 입찰 개시일부터 낙찰자 결정까지 평가기간이 3일 걸린 것도 비리 발생 소지 차단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마뜩찮은 것도 사실이다. 한 건설사 CEO는 “1조4000억원짜리 공사, 그것도 최고의 기술을 요하는 원전공사의 평가가 단 3일 만에 이뤄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투명성은 전문성을 희생한 결과라는 것이다.
기술형 입찰에서 투명성과 전문성은 놓칠 수 없는 두 마리 토끼다. 아무리 좋은 제안을 했어도 이를 평가해줄 전문성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역으로 투명성이 없다면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가 없다. 어느 한 쪽도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투명성을 위해 전문성을 접어둔 것은 그동안의 폐해가 심각했음을 방증한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이르면 머리가 복잡한 것이 아니라 가슴이 답답하다. 기준과 처벌을 강화하면 비리는 고개를 숙이게 마련이다. 가시적인 효과도 나타난다. 그러나 왠지 개운치만은 않은 이유는 소신보다 면피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느낌 때문이리라.
입찰에서 투명성과 전문성은 반대이거나 모순돼 양립할 수 없는 이율배반적 관계가 아니다. 함께해야 속도도 나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쌍두마차다. 기준을 강화하고 처벌을 엄격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잘못이나 비리를 저질렀을 때 법에 의한 제재보다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생길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 말이다. 담합도 마찬가지다. 위법은 인정하지만 부끄럽다는 생각보다는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공정한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그 원인의 상당부분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책임은 없고 항상 옳다고만 한다.
반대 관계는 비교 기준이 하나일 때 성립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반대 관계이지만 할머니와 청년은 그렇지 않다. 반대 관계는 단어가 가지는 여러 의미 가운데 하나의 특질에 의해 성립하기 때문이다. 공공입찰에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개념이 있다. 투명성과 전문성이다. 투명성의 반대말이 전문성이라는 데는 누구도 공감하기 어렵다. 그러나 공공시장에서 반대말은 아니라 하더라도 대립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입찰비리를 뿌리 뽑으려고 도입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그런 사례이다. 입찰비리가 발생할 경우 2년간 조달청에 관련 업무를 위탁처리토록 한 것이다. 한국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이미 이 규정에 따라 일부를 위탁했고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전력공사 등도 비리가 적발돼 위탁 일정ㆍ범위 등에 대한 협의가 진행됐다. 문제는 고속철도, 원자력발전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입찰 업무가 조달청에 위탁될 경우이다. 새로 인력을 충원하기도 어렵거니와 극단적으로 입찰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전문성보다 투명성을 강조한 결과다.
이달 초 시공사가 가려진 신고리원전 5ㆍ6호기 입찰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 입찰은 투명성 측면에서 보면 성공한 사례다. 뒷얘기가 일부 나오기도 했지만 큰 잡음 없이 마무리됐다. 발주처인 한수원이 입찰기간 동안 참여업체의 사전 접촉을 금지하고 평가위원도 입찰 당일 선정하는 등 온 힘을 쏟았다. 무엇보다 입찰 개시일부터 낙찰자 결정까지 평가기간이 3일 걸린 것도 비리 발생 소지 차단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마뜩찮은 것도 사실이다. 한 건설사 CEO는 “1조4000억원짜리 공사, 그것도 최고의 기술을 요하는 원전공사의 평가가 단 3일 만에 이뤄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투명성은 전문성을 희생한 결과라는 것이다.
기술형 입찰에서 투명성과 전문성은 놓칠 수 없는 두 마리 토끼다. 아무리 좋은 제안을 했어도 이를 평가해줄 전문성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역으로 투명성이 없다면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가 없다. 어느 한 쪽도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투명성을 위해 전문성을 접어둔 것은 그동안의 폐해가 심각했음을 방증한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이르면 머리가 복잡한 것이 아니라 가슴이 답답하다. 기준과 처벌을 강화하면 비리는 고개를 숙이게 마련이다. 가시적인 효과도 나타난다. 그러나 왠지 개운치만은 않은 이유는 소신보다 면피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느낌 때문이리라.
입찰에서 투명성과 전문성은 반대이거나 모순돼 양립할 수 없는 이율배반적 관계가 아니다. 함께해야 속도도 나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쌍두마차다. 기준을 강화하고 처벌을 엄격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잘못이나 비리를 저질렀을 때 법에 의한 제재보다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생길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 말이다. 담합도 마찬가지다. 위법은 인정하지만 부끄럽다는 생각보다는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공정한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그 원인의 상당부분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책임은 없고 항상 옳다고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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