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에필로그] 머나먼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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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86회 작성일 15-07-10 09:52본문
공공건설 시장의 수퍼 갑(甲)으로 통하는 공기업 가운데 하나인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한 을(乙)의 저항이 이렇다 할 진격을 하지도 못한 채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대우건설과 한화건설, 대저건설, 대창건설이 88올림픽고속도로 담양∼함양∼성산 간 확장공사와 관련, 휴지기간에 발생한 간접비를 지급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을 100여일 만에 접은 것이다. 이들과 함께 소를 제기한 두산건설도 취하를 검토해 조만간 도로공사에 무릎을 꿇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88올림픽고속도로 담양∼함양∼성산 간 확장공사 16개 공구 시공사 모두는 간접비 청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들 7개사만 행동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같은 도로공사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등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 사안을 두고 건설사들이 이처럼 엇갈린 행보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갑인 발주처와의 껄끄러운 소송을 둘러싼 이해득실을 따져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란 판단에 따라 일부 건설사들이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발주처로부터 먼저 매(?)를 맞지 않고 나중에 이 문제가 해결되면 무임 승차하려는 얄팍한 속내도 깔려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들의 계산은 제대로 적중(?)했다. 소송을 제기한 건설사 7곳 중 5곳이 소를 취하했거나 검토 중이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건설현장에 대한 감독 강화로 부실 벌점을 받고, 해당 건설사 임직원들의 본사와 사업단 출입을 못하게 하는 불이익을 견디지 못해 결국 두 손을 들었다.
비단 도로공사만의 일이 아니다. 공공 시장의 큰손이라 불리는 주요 발주기관들이 모두 이 같은 불이익을 주며 시공사를 옥죄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최근 공기 연장에 따른 간접비 청구소송을 제기한 건설사들에 괘씸죄로 부실 벌점을 매기고, 조달청도 몇년 전 최저가낙찰제 입찰금액 적정성 심사 결과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한 S사에 눈에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는 출범 후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치로 이 사회에 만연된 갑질 타파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여느 산업에 비해 갑ㆍ을 구조가 뚜렷한 건설산업에서는 유독 작동하지 않고 있다.
시공사는 수주산업이란 특성을 악용한 발주처의 불이익을 견디기 힘들고, 발주처는 오랜 관료주의로 인한 갑질 관성과 ‘예산 절감’이란 대명제를 최우선 가치로 삼기 때문이다.
발주처 사정에 따른 공기 연장과 휴지기간에 발생한 간접비는 시공사에 당연히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예산 절감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 같은 부조리를 감시해야 할 감사원 등 사정기관도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업계가 불이익을 감안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발주처가 설계심의와 시공평가 등으로 입맛 따라 시공업체를 다루는데도 사정기관이 비정상적인 행태에 눈을 감으면 건설생태계의 정상화, 나아가 선진화는 요원하다.
도로공사를 상대로 처음 간접비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건설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는 건설사들의 힘겨운 저항에 큰 갈채를 보내는 이유이다.
채희찬기자 chc@
대우건설과 한화건설, 대저건설, 대창건설이 88올림픽고속도로 담양∼함양∼성산 간 확장공사와 관련, 휴지기간에 발생한 간접비를 지급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을 100여일 만에 접은 것이다. 이들과 함께 소를 제기한 두산건설도 취하를 검토해 조만간 도로공사에 무릎을 꿇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88올림픽고속도로 담양∼함양∼성산 간 확장공사 16개 공구 시공사 모두는 간접비 청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들 7개사만 행동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같은 도로공사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등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 사안을 두고 건설사들이 이처럼 엇갈린 행보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갑인 발주처와의 껄끄러운 소송을 둘러싼 이해득실을 따져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란 판단에 따라 일부 건설사들이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발주처로부터 먼저 매(?)를 맞지 않고 나중에 이 문제가 해결되면 무임 승차하려는 얄팍한 속내도 깔려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들의 계산은 제대로 적중(?)했다. 소송을 제기한 건설사 7곳 중 5곳이 소를 취하했거나 검토 중이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건설현장에 대한 감독 강화로 부실 벌점을 받고, 해당 건설사 임직원들의 본사와 사업단 출입을 못하게 하는 불이익을 견디지 못해 결국 두 손을 들었다.
비단 도로공사만의 일이 아니다. 공공 시장의 큰손이라 불리는 주요 발주기관들이 모두 이 같은 불이익을 주며 시공사를 옥죄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최근 공기 연장에 따른 간접비 청구소송을 제기한 건설사들에 괘씸죄로 부실 벌점을 매기고, 조달청도 몇년 전 최저가낙찰제 입찰금액 적정성 심사 결과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한 S사에 눈에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는 출범 후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치로 이 사회에 만연된 갑질 타파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여느 산업에 비해 갑ㆍ을 구조가 뚜렷한 건설산업에서는 유독 작동하지 않고 있다.
시공사는 수주산업이란 특성을 악용한 발주처의 불이익을 견디기 힘들고, 발주처는 오랜 관료주의로 인한 갑질 관성과 ‘예산 절감’이란 대명제를 최우선 가치로 삼기 때문이다.
발주처 사정에 따른 공기 연장과 휴지기간에 발생한 간접비는 시공사에 당연히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예산 절감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 같은 부조리를 감시해야 할 감사원 등 사정기관도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업계가 불이익을 감안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발주처가 설계심의와 시공평가 등으로 입맛 따라 시공업체를 다루는데도 사정기관이 비정상적인 행태에 눈을 감으면 건설생태계의 정상화, 나아가 선진화는 요원하다.
도로공사를 상대로 처음 간접비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건설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는 건설사들의 힘겨운 저항에 큰 갈채를 보내는 이유이다.
채희찬기자 c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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