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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담합고리’끊고 새롭게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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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91회 작성일 15-08-1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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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규(산업2부장)

 건설업은 수주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다. 그렇다 보니 담합의 유혹을 떨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전 업종에서 건설업만큼 범죄자로 낙인 찍힌 곳도 없다. 거의 모든 건설사가 범죄자 신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설업체에 있어 입찰참가제한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수주가 생명인 건설산업에서 입찰에 참가하지 말라는 건 문을 닫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건설사들이 무더기로 입찰제한에 걸리다 보니 대규모 국책사업마저 맡을 건설사가 없을 정도란 말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주 광복 70주년을 맞아 단행한 특별사면으로 공공공사 입찰담합에 따른 부정당업자 제재가 해제되면서 건설업계의 숨통이 터지게 됐다. 정부는 이번 사면조치로 건설관련업체 2008개사와 기술자 192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사면으로 그동안 국내외 사회간접자본(SOC) 시장에서 위축됐던 국내 건설사들의 위상이 다시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해외공사 수주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해외건설공사에서 우리나라 건설사들은 부정당업자란 주홍글씨로 수주에 어려움을 겪어온 게 사실이다. 해외 프로젝트 수주경쟁에서 중국 등 다른 건설사들이 우리나라 기업의 입찰제한 처분사실을 해외발주처에 제보하는 등 불이익을 겪는 사례가 속출했다. 4대강 입찰담합 처분 등으로 해외발주처로부터 해명자료 제출을 요구받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이번 사면을 통해 해외건설 수주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 공공부문 수주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공공부문 수주는 지난해 기준 건설사 전체 수주에서 37.9%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그러나 그동안 입찰담합 처분으로 관급공사 입찰참가가 제한된 업체가 78곳에 달하는 바람에 건설사들의 공공부문 수주에 어려움이 따랐다. 특히 78개 업체 가운데 시공능력평가 30위 안에 드는 업체가 26곳, 100위 안에 드는 업체도 53곳에 이른다.

 건설사들은 이번 사면을 통해 해외와 공공부문의 수주에 숨통이 트이게 됐지만, 이를 계기로 새 출발하는 각오로 나서야 할 것이다. 물론 담합의 원인이 건설사들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최근 과징금과 입찰제한 처분을 받는 담합사건은 대부분 이명박 정부 시절에 발생했다. 4대강 사업, 호남고속철도, 지하철 공사등이 대부분이다. 한꺼번에 엄청난 물량의 공사가 쏟아져 나오고 정부, 지자체가 공사를 최대한 앞당겨 준공하려다 보니 건설사들은 공구를 나눠 맡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최저가낙찰제와 함께 발주처의 1사1공구 입찰 원칙도 건설업체를 담합의 유혹으로 몰아넣었다. 정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없다. 정부로서도 담합을 부르는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혁파해 새판을 짜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담합이 근절되려면 제도 개선 못지않게 건설사 스스로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함께 뼈를 깎는 자정노력으로 담합 근절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다시 한번 담합으로 문제가 불거지면 사회적으로도 용납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건설사에 대한 사면조치는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 시절 밀레니엄을 맞아 처음으로 건설사 사면조치를 취한 데 이어 2006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과 2012년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특별사면을 통해 입찰참가 제한을 풀어준 바 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앞으로는 더 이상 사면이 없다는 각오로 입찰담합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려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영영 사회적으로 범죄자란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건설업계 스스로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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