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에필로그> ‘입찰 베테랑’ 공무원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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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40회 작성일 15-08-28 09:11본문
영화 ‘베테랑’이 개봉한 지 1개월도 안돼 10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 영화는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쫓는 베테랑 광역수사대와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활약을 그린 범죄오락액션영화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서도철이 엄청난 재력과 권력을 앞세워 윤리와 도덕을 상실한 채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법망을 피해가는 조태오를 응징하는 결말은 카타르시스의 절정을 이룬다.
관객들이 뽑은 이 영화의 명대사로는 조태오의 짧지만 강렬한 “어이가 없네”가 꼽혔다.
어이는 맷돌 손잡이에서 유래한 말로, 맷돌을 돌리다 손잡이가 빠진 것처럼 정작 해야 할 일을 못할 때 이 말을 쓴다.
요즘 건설시장에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최근 정부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건설업계 특별사면에 대한 세부 시행지침을 관보에 실었다.
정부는 관보를 통해 지난 8월 13일 이전에 받은 건설기업의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과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의 행정제재처분을 지난 14일자로 해제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이후 입찰공고를 낸 건설공사부터 이를 적용하고, 14일 이후 공고한 건설공사 중 관보 공고일(25일)까지 이미 입찰참자자격 사전심사 결과 등을 통보했거나 입찰을 실시한 경우는 제외하는 경과조치를 두었다.
이로 인해 사면 대상 업체 중 지난 14일 이전에 공고된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계약을 체결할 때까지 앞서 발주처를 상대로 제기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취소 소송을 취하할 수 없게 됐다.
이는 특별사면에 따른 처분 해제 적용시점이 국가계약법상 입찰참가자격을 결정하는 시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국가계약법령에 따른 입찰참가자격은 입찰 등록 마감일을 기준으로 결정하지만, 이번 사면은 처분 해제를 14일 이후 공고분으로 한정해 13일 이전 공고를 낸 건설공사는 3년 전처럼 해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어이없는’ 상황을 또 연출했다.
정부는 지난 2012년 신년 특별사면 당시에도 이 같은 경과규정을 둬 건설업계가 행정처분 해제 적용시점 이전 공고분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을 질의해 행정처분 해제일 이전에 공고한 입찰은 해당이 안돼 최종 계약체결시까지 소송을 유지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이는 명확한 해제시점이 없으면 일부 업체에 특혜 제공 시비가 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인데 2012년은 사면 대상 업체가 적었고 적용시점 이전에 공고한 기술형입찰도 많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사면 대상 업체와 적용 배제 입찰도 상당해 당시와 다른 상황이다.
지난 13일 이전에 공고해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입찰은 최소 30건에 대상 업체도 20여개사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설계기간이 긴 토목 기술형입찰은 내년 5∼6월에나 계약이 가능해 사면을 받았지만 발주처와 의미없고 불편한 소송을 1년 가까이 지속해야 한다.
더욱이 건설업계는 관보 공고에 앞서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해 관보에 이를 반영해달라 요구했지만 정부는 받아 들이지 않았다.
이를 바라보면 우리 정부에는 3년 전과 다른 실정 속에 건설공사 입찰 시스템을 꿰뚫는 베테랑 공무원은 없어 보인다.
서도철처럼 돈은 없지만 가오(체면 혹은 자존심)를 지키는 베테랑 관료들이 많아져 다시는 이런 어이없는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길 기대한다.
채희찬기자 chc@
이 영화는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쫓는 베테랑 광역수사대와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활약을 그린 범죄오락액션영화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서도철이 엄청난 재력과 권력을 앞세워 윤리와 도덕을 상실한 채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법망을 피해가는 조태오를 응징하는 결말은 카타르시스의 절정을 이룬다.
관객들이 뽑은 이 영화의 명대사로는 조태오의 짧지만 강렬한 “어이가 없네”가 꼽혔다.
어이는 맷돌 손잡이에서 유래한 말로, 맷돌을 돌리다 손잡이가 빠진 것처럼 정작 해야 할 일을 못할 때 이 말을 쓴다.
요즘 건설시장에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최근 정부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건설업계 특별사면에 대한 세부 시행지침을 관보에 실었다.
정부는 관보를 통해 지난 8월 13일 이전에 받은 건설기업의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과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의 행정제재처분을 지난 14일자로 해제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이후 입찰공고를 낸 건설공사부터 이를 적용하고, 14일 이후 공고한 건설공사 중 관보 공고일(25일)까지 이미 입찰참자자격 사전심사 결과 등을 통보했거나 입찰을 실시한 경우는 제외하는 경과조치를 두었다.
이로 인해 사면 대상 업체 중 지난 14일 이전에 공고된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계약을 체결할 때까지 앞서 발주처를 상대로 제기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취소 소송을 취하할 수 없게 됐다.
이는 특별사면에 따른 처분 해제 적용시점이 국가계약법상 입찰참가자격을 결정하는 시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국가계약법령에 따른 입찰참가자격은 입찰 등록 마감일을 기준으로 결정하지만, 이번 사면은 처분 해제를 14일 이후 공고분으로 한정해 13일 이전 공고를 낸 건설공사는 3년 전처럼 해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어이없는’ 상황을 또 연출했다.
정부는 지난 2012년 신년 특별사면 당시에도 이 같은 경과규정을 둬 건설업계가 행정처분 해제 적용시점 이전 공고분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을 질의해 행정처분 해제일 이전에 공고한 입찰은 해당이 안돼 최종 계약체결시까지 소송을 유지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이는 명확한 해제시점이 없으면 일부 업체에 특혜 제공 시비가 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인데 2012년은 사면 대상 업체가 적었고 적용시점 이전에 공고한 기술형입찰도 많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사면 대상 업체와 적용 배제 입찰도 상당해 당시와 다른 상황이다.
지난 13일 이전에 공고해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입찰은 최소 30건에 대상 업체도 20여개사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설계기간이 긴 토목 기술형입찰은 내년 5∼6월에나 계약이 가능해 사면을 받았지만 발주처와 의미없고 불편한 소송을 1년 가까이 지속해야 한다.
더욱이 건설업계는 관보 공고에 앞서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해 관보에 이를 반영해달라 요구했지만 정부는 받아 들이지 않았다.
이를 바라보면 우리 정부에는 3년 전과 다른 실정 속에 건설공사 입찰 시스템을 꿰뚫는 베테랑 공무원은 없어 보인다.
서도철처럼 돈은 없지만 가오(체면 혹은 자존심)를 지키는 베테랑 관료들이 많아져 다시는 이런 어이없는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길 기대한다.
채희찬기자 c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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