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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담합조사 중인 사업…'자진신고'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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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03회 작성일 15-08-1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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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언시'로 당장 입찰제한 피할 것인가

"협의 벗자" 장기 소송전으로 갈 것인가



 올해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에서 건설업계 초미의 관심사는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행정처분의 해제 폭이었다. 이른바 밀레니엄(2000년)과 2006년 사면 때 적용된 ‘행위 기준’ 방식인지, 2012년 단행된 ‘처분 기준’ 방식인지 여부다. 결론적으로 올해 특사는 사면의 폭이 훨씬 좁은 처분 기준 방식을 택했다.

 정부는 건설업체의 입찰담합으로 인한 관급공사 입찰참가 자격제한과 그에 따른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의 해제 기준일을 2015년 8월13일로 잡았다. 이에 따라 8월13일 이전에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받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시공능력순위 상위 30위권 내 26개사를 포함해 모두 78곳이 혜택을 받았다. 아울러 입찰참가제한과 영업정지, 업무정지, 자격정지, 경고 처분 등을 받은 2008개 건설관련업체와 소속 기술자 192명 등 모두 2200여개사(명)가 수혜를 받았다.

 문제는 8월13일 이전에 진행된 입찰담합 행위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진행 중이거나 조사대상으로 삼은 사건에 연루된 건설업체들이다. 행위기준 방식을 적용하면 이들도 모두 사면 혜택을 받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들을 구제해주지 않으면 이번 사면은 형평성도 잃고 경제살리기라는 명분마저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정위는 삼척 액화천연가스(LNG) 탱크 공사 등 낙찰금액만 수조원에 달하는 수십여건의 입찰담합 사건을 조사 중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묘책이 바로 ‘자진신고’다. 8월13일 이후에도 일정기간 자진신고 기간을 둬서 광복절 특사와 동일한 사면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는 공정위가 기업 간 담합사건에 적용하고 있는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의 원리를 차용한 것이다. 리니언시 제도는 담합사건을 맨 먼저 자진신고한 건설사는 과징금을 깎아주고 검찰 고발조치도 면제해준다. 건설사 스스로 담합 사실을 ‘고해성사’할 수 있는 기간을 둠으로써 사면 대상을 넓히면서도 한편으론 공정위의 담합조사를 지원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행위기준으로 행정제재를 해제하면 깔끔하겠지만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절제된 사면과 배치된다”며 “사면의 기준과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사면의 효과를 살리기 위해 건설사들에게 공을 넘겼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구체적인 자진신고 기간이나 절차 등은 이달 말 별도로 공고한다.

 하지만 일부 건설사들은 자진신고 방식이 건설사에 불리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공정위가 조사 중인 사건이라도 해당 건설사는 담합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는 담합이 아니라고 보고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론 입찰제한을 피하려면 자진신고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자진신고 방식을 통해 공정위는 담합조사 속도를 높이고 과징금 제재는 그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며 “올해 광복절 특사의 최대 수혜자는 건설업계와 함께 공정위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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