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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보다 '가치'…相生의 입찰방식 뚝심으로 밀어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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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36회 작성일 15-09-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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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청 혁신을 발주하다] 사업자·분양자·입주민 공존할 수 있는 '최적의 모델'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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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상업용지에 사업제안공모방식을 적용한 방축천변 상가 프로젝트.


 행복청은 입찰방식 선정에서 특유의 뚝심을 발휘하고 있다. 주어진 재량과 책임을 100% 활용해 ‘가장 일을 잘 할 수 있는 업체’를 뽑아야 진짜 똑똑한 발주자다.

 행복청의 선택은 설계공모와 사업제안공모 방식이었다. 그동안 LH는 가장 높은 가격을 써 낸 업체에 택지를 공급했다. 이 같은 최고가낙찰제 방식의 병폐가 가장 두드러진 곳이 상가용지다. 비싼 값에 땅을 매입한 사업 시행자는 최소 비용으로 상가건물을 지은 후 비싸게 분양하고 손을 뗀다. 고가의 분양가격은 높은 임대료로 이어지고 상가는 다 지어진 뒤에도 한참 동안 텅 빈 상태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가까운 상가를 두고도 차를 몰고 원거리 쇼핑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돼왔다. 이충재 행복청장은 “발주방식에서부터 사업자와 분양자, 입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최적의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LH의 협조 없이는 입찰방식을 바꿀 수 없다. 가뜩이나 부채를 줄여야 하는 LH로선 최고가 낙찰방식을 포기하는 것이 쉽진 않았다. LH 세종특별본부 관계자는 “당장의 이익보다는 세계에 내놔도 손색없는 지속가능한 명품도시를 만들자는데 행복청과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입찰방식만 바꾼다고 상생모델이 저절로 만들어지진 않는다. 여기에 발주자의 적극적인 개입이 더해져야 한다. 행복청은 상업용지에 사업제안공모방식을 도입하면서 가격(30%)보다 건축계획(45%)의 평가비중을 높였다. 그러자 낙찰가가 내려갔다. 방축천변 상업용지의 평균 낙찰가(3.3㎡당 1082만원)는 최고가 입찰방식(2239만원)을 적용했을 때의 절반 수준이었다.

 치밀한 제도설계는 필수다. 행복청은 방축천변 상업용지 사업에서 5개 구역별로 용도를 미리 정한 후 공모업체가 사업제안서를 낼 때 주요 입점업체와 입점의향서를 체결하게 했다. 그리고 나중에 사업제안서대로 입점이 안될 경우 ‘용도준수위약금’을 물도록 했다. 착공기한도 2년으로 못박았다. 당연히 공모업체들의 반발이 쏟아졌다. 그래도 행복청은 공모업체들을 만나 끈질긴 설득작업을 벌였다. 초대형 프로젝트에 적용하던 사업제안공모 방식을 총사업비 2000억원 미만 공사에 적용한 것도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중소업체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설계공모 방식도 혁신했다. 꼭 필요하지 않은 보여주기용 ‘설계 거품’을 과감히 뺐다. 그동안 설계공모에 참여하려면 모형(1000만~2000만원), 조감도 및 투시도(2000만원 이상) 등 제출도서 작성비용만 최소 3000만원에서 최대 수억원의 외주비가 든다. 설계 공모에서 탈락하면 비용 보전을 받지 못하다보니 자금여력이 부족한 중소업체들로선 ‘중대형사들의 리그’였다. 행복청은 세종소방서 설계공모에서 모형과 각종 그래픽 요소가 필요한 자료 제출을 금지했다. 설계 프로그램도 무료버전만 사용하게 했다. 그 결과 중대형사 등 19개사가 뛰어든 당시 설계공모에서 2013년 창립한 중소규모 설계팀인 엘탑디자인건축사사무소의 [SAFE WHEEL]가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참가팀들은 대부분 50만원 내외의 비용으로 설계공모에 참가했다. 남들이 안된다고 했지만 ‘돈 안드는 설계공모’의 모범을 보여준 사례다.

 잊을만하면 튀어나오는 심사위원 로비도 차단했다. 행복청은 자금력과 인맥을 갖춘 일부 대형사들이 음성적으로 심사위원을 ‘포섭’해왔던 방식을 양성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모든 절차를 공식화했다. 공모업체들이 직접 심사위원 앞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심사위원들은 개별적으로 질의응답을 갖는 식이다. 행복청 관계자는 “이 방식 도입 후 무엇보다 심사의 질이 높아졌고 탈락업체들은 결과에 승복해 잡음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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