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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공기·품질 위협하는 관급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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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96회 작성일 15-09-1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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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 늦어 공사 못하고 하자 발생해도 ‘나 몰라라’

 #1. ○○도로 건설공사에서는 발주기관이 지정한 현장 인근 소규모 공장에서 레미콘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 그런데 이 공장에는 상주인원이 1∼2명에 불과하고 레미콘 믹서트럭도 부족해 레미콘이 제때 들어오지 않았다. 게다가 휴일은 물론 평소에도 길이 좁다거나 경사가 급하다며 믹서트럭이 오지 않거나 추가비용을 요구했다. 이에 건설사는 자기 돈을 들여 믹서트럭을 임차해 운행하면서 공사를 진행했다.

 #2. △△도로공사 현장에서는 생산능력과 품질이 검증된 레미콘업체가 현장에서 15분 거리에 있었지만, 발주기관은 15분과 20분, 40분 거리의 다양한 업체들을 레미콘 공급업체로 지정했다. 레미콘은 규정상 출하 후 2시간(하절기 1시간30분) 이내에 타설해야 하는데 임계시간이 다 돼서야 레미콘이 도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콘크리트 품질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8일 대한건설협회(회장 최삼규)에 따르면 공공공사에 관급자재가 제때 공급되지 못해 건설현장 곳곳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공공공사 건설현장에서는 ‘공사용 자재 직접 구매제도’에 따라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항목은 발주기관이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해 건설사에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발주기관과 자재업체 간 직접 계약으로 건설사가 배제되면서 관급자재에 대한 제어장치가 없어 제때 납품과 품질이 확보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건협이 건설사로부터 수집한 사례를 보면 ‘공사용 자재 직접 구매제도’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준다.

 ◇◇고속도로 확장공사에서는 차선을 통제하고 가드레일을 설치해야 해서 설치 시간이 넉넉지 않았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새로 짓는 현장보다 가드레일 주문량이 많지 않아 제조업체의 납품 순위에서 밀렸다. 결국, 가드레일 공급이 늦어지면서 공사도 지연됐다.

 연간계약 형태로 공급하는 공공공사 건설자재는 이미 확보한 물량이기 때문에 제조업체는 민간공사 등 다른 현장 공급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도로공사 현장에서는 통상 3번 중 2번꼴로 레미콘이 제때 공급되지 못했다고 시공사는 전했다.

 결국, 건설현장에서는 공정에 맞춰 레미콘 등 자재를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재 공급에 맞춰 공사를 진행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 때문에 건설사가 자재업체에 로비를 벌이는 모습까지 연출되고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자재업체를 잘못 선정해 차질을 빚은 사례도 있다.

 ▲▲도로공사 현장에서는 특정규격 생산능력이 안 되는 레미콘업체를 선정해 발주기관이 공급업체 선정에 다시 나섰다. 그런데 입찰이 3차례 유찰되면서 결국 공사기간이 3개월이나 지연됐다.

 제조업체와 시공업체가 달라 하자 책임이 불분명한 경우도 다반사다.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책임이 모호하면 시설물 품질 관리도 느슨해지게 된다.

 실제로 ◆◆고속도로 건설공사에서는 가드레일 제조업체와 시공업체(하도급업체)가 하자책임을 서로 미뤘고, 공사기간을 맞춰야 하는 원도급사는 하자 보수비용을 스스로 부담해 공사를 마무리했다.

 ●●경찰서 신축공사에서는 금속제창을 납품받아 시공했는데 비가 오면 창호와 외벽마감이 틀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역시 하자책임이 누구에 있는지 가리지 못해 시공사가 모든 책임을 지고 재시공했다.

 이 현장에서는 치수가 맞지 않고, 색이 서로 다른 석재 제품이 납품되는 일도 발생했다. 이에 건설사는 재납품을 요구했다. 제조업체는 그 정도 오차는 발생할 수 있고, 원하는 색을 정확히 맞출 수 없다고 맞섰다. 건설사와 직접 계약을 맺은 경우라면 발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원칙적으로는 자재를 구입한 발주기관이 제조업체와 협의를 해야 하는데 시공사에 협의를 미루면서 결국 제대로 된 제품을 받을 때까지 공사가 지연됐다.

 상황이 이렇지만, 제도 개선에 나서는 곳은 없다.

 건설관련 단체들이 품목 축소와 제도 개선을 수차례 건의했지만,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 보호를 명분으로 직접 구매 대상 공사용 자재를 해마다 늘리고 있다. 자재를 구매하는 조달청이나 건설산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건협 관계자는 “자재가 늦게 와도 건설사와 자재업체 간 직접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건설사 요구가 묵살되면서 공사 진행과 품질 확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기청과 중기중앙회가 중소제조업 보호를 위해 중소건설사를 희생시키는 것”이라며 “제발 건설현장에 한번이라도 나가보고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정석기자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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