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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스위스산 금괴와 불공정 관행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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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72회 작성일 15-09-1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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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TV 시사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스위스산 금괴 수입과 관련된 내용이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2006년 9월 발효된 한ㆍEFTA(스위스ㆍ노르웨이ㆍ아이슬란드ㆍ리히텐슈타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스위스산 금괴에 대해 0% 관세율이 적용키로 합의함에 따라 귀금속 수입업체들은 품질이 좋은 스위스산 금괴를 앞다퉈 수입했다.

 이후 서울본부세관과 대구본부세관은 2008년 금괴수입업체들에 대한 원산지검증에 착수, 결과적으로 8개 업체에 총 127억원의 관세를 추징했다. 스위스 관세당국에서 ‘검증업체의 금괴는 스위스산이 맞다’는 최종결론을 담은 회신을 한국 관세청에 보냈으나, 서울세관과 대구세관은 회신의 도착 시점이 10개월은 넘겼다는 이유에서다. FTA 관세특례법에는 ‘원산지검증 요청 이후 10개월 내에 결과를 회신하지 않을 경우 협정관세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다.

 결국 금괴수입업자는 스위스산 금괴를 정당하게 수입하고도 ‘10개월의 함정’에 걸려 세금폭탄을 맞게 된 셈이다. 이 중 15억원에 달하는 관세를 추징당한 한 수입업자는 세금을 내고 우울증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가슴아픈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방송 중에 나온 세관 직원과 스위스 대사의 인터뷰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세관 직원은 “개인적으로는 안타깝다. 그러나 규정에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관세 추징은 정당한 것”이라고 밝힌 반면 스위스 대사는 “스위스산이 맞는데 한국 관세당국이 왜 세금을 추징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어디가 뒤바뀐 모습이다.

 FTA는 국가 간 무역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해 궁극적으로 서로의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지, 관세 부과의 정당성을 찾으려는데 있는 것은 아니다. 원산지검증 요청의 본질은 금괴가 과연 스위스산이냐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관세당국은 본질을 이해하고도 절차의 문제를 들어 관세를 추징했다.

 분명 절차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법령ㆍ규정ㆍ지침ㆍ규제 등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다. 게임의 룰이 없는 시장은 약육강식ㆍ이전투구의 논리가 판을 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법은 최소한’이라는 말이 있듯, 절차가 목적을 호도해서는 안된다.

 지난 9일 국토부는 LHㆍ도로공사ㆍ수자원공사ㆍ철도시설공단 등 4개 건설공사 발주기관과 협의를 거쳐 ‘건설공사 발주자 불공정관행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는 “공사비 부당 삭감의 내부 규정 및 부당특약 삭제, 예가산정 방식의 개선, 대가 지급 없는 업무지시 금지 등 그동안 요구해온 불공정 관행과 관련한 건의사항이 대부분 반영됐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개선 방안은 업계 입장에서 따지고 보면 진작 개선됐어야 할 ‘손톱 및 가시’였다. 그러나 한편으론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예산절감이라는 미명 하에 새로운 불공정 관행을 만들어지지 않을까라는 점에서다. 그리고 ‘규정대로’를 외친다면 우리의 건설산업은 제자리 걸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스위스산 금괴 논란을 지켜보면서 우리 관세당국이 사건의 본질보다는 절차를 신봉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건설공사 발주기관들은 조금 더 본질에 가까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토부 관계자의 말마따나 각 발주기관은 이번 개선 방안을 “제값 받고 제대로된 공사를 하는 건설시장의 관행이 구축돼 건설산업 경쟁력이 높아지는 계기”로 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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