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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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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89회 작성일 15-09-1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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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라면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는 일도 마다 않겠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당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이던 벤 버냉키는 소위 ‘양적완화’ 정책을 천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후 미 연준은 2013년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막대한 금융자산과 국채를 사들이면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때 풀린 돈이 미국에서만 3조달러(3500조원)가 넘었고, 미국에 합세한 다른 선진 7개국까지 합치면 10조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금은 익숙한 용어가 됐지만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라는 경제정책은 아주 생소한 것이었다. 이미 정책금리가 0%에 접근해있어, 더 이상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이 어렵다고 판단돼 선택한, 다소 무지막지한 방법이었다. 몇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양적완화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세계 대공황을 막았다”든가 “핵전쟁에서 사람들을 구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평가도 있다. 미국과 세계 경제의 경착륙을 막고 경기 개선을 이끌어냈다.

 무작정 돈을 풀기만 할 수는 없다. 주식과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의 가격에 부글부글 거품이 일게 마련이고, 언젠가 갑자기 거품이 터지면 그때는 모두가 끝장이다. 미국달러라고 해서 왕년의 짐바브웨처럼, 최근의 베네수엘라처럼, 지폐 가치가 휴짓조각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래서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 바로 ‘테이퍼링’이다.

 테이퍼링은 양적완화보다 더 생소한 용어였다. 마라톤 같은 운동 선수가 시합을 앞두고 매일 매일 훈련량을 줄여나가는 과정을 테이퍼링이라고 하는데, 사전적으로는  ‘폭이 점점 가늘어지는 것’을 뜻한다. 버냉키 의장은 2013년 5월, 시중에 푸는 유동성의 규모를 점차로 줄여나감으로써 양적완화의 부작용을 줄여가겠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는 테이퍼링으로 인한 경기 위축을 걱정했지만, 이것이 필연적인 과정이라는 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014년 초부터 시작된 테이퍼링을 세계는 침착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오는 16∼17일 드디어 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테이퍼링에서 한 벌 더 나아간 통화정책의 전환을 논의한다. 이른바 기준금리 인상안이 진지하게 검토되는 것이다. 지난 1년여 동안 기준금리를 언제 어떻게 올린다느니 하는 예고와 전망만 무성했다면, 이번엔 ‘진짜’다.

 의견은 엇갈린다. 이번에야말로 올리자는 의견과 좀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직은 신중하자는 의견이 조금 더 유력해보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달이 아니라 10월에, 혹은 12월에 금리인상이 이뤄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차피 큰 차이는 없다. 인도네시아와 인도, 멕시코 등 신흥국들은, 계속 되는 인상설(說)에 지칠대로 지쳤다며 차라리 빨리 인상을 단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들 말대로, 작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기준금리’라는 불안요인이 머리를 짓누르고 있었던 만큼,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서둘러 갈길을 가는 게 어느 나라에나 도움이 될 것같다.

 금리인상의 역효과가 어느 정도 세계와 한국 경제에 충격을 줄지는 알 수 없다. 금리인상이 어느 정도 속도로, 몇 차례에 걸쳐 진행될지도 아직 알 수 없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와 중남미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 신규 투자심리의 위축, 일부 신흥국의 심각한 경기침체와 그로 인한 수출의 차질, 전세계적인 긴축과 경기침체가 걱정이다. 제로금리 시대의 종언이 현재의 저금리 시대를 끝장낸다면, 부동산시장이나 국내 금융시장에도 지각변동을 몰고 올 수 있다. 이제야말로 미국발 중대변수의 파장과 수많은 가능성에 대해 신중하게 연구하고 판단할 때다. 하루이틀에 사라질 리스크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정운 금융부장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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