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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GS건설이 쏘아 올린 작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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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233회 작성일 23-08-1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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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정회훈 기자] 하인리히의 법칙이란 게 있다. 1920년대 미국 보험회사 관리자인 허버트 하인리히가 사고ㆍ재해에 대한 자료를 분석해 확립한 통계적 법칙이다. 산업재해로 1명의 사망자가 나오면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또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사실에 기반했다. 대형사고에 앞서 경고성 징후와 징조가 나타나는데, 이를 무시하고 방치해 뒤늦게 후회하는 결과를 손에 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우리 속담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 4월 말 GS건설이 시공 중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의 여파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초 조사위 발표 직후 GS건설에서 “전면 재시공”을 선언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얼마 뒤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2017년 이후 무량판으로 지어진 LH 아파트 91개 단지 중 15곳에서 철근 누락이 발견됐다고 발표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LH는 2년 전 투기 사태에 이어 또 한번 벌집 쑤신 꼴이 됐고, 이한준 LH 사장은 연일 고개를 숙였다.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통령의 “건설 이권 카르텔을 깨부숴야 한다”는 한마디에 시공사는 물론 설계사ㆍ감리사까지 모조리 사정기관의 조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또한 무량판 아파트 점검은 민간(293개 단지)까지 확대됐다.

사건의 원인을 두고 단순한 휴먼 에러(실수)냐 건설 시스템의 오작동이냐 의견이 분분하지만, 둘 다 문제였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제 전 국민이 알 법한 무량판 구조에서 보강전단근(철근)을 일부러 빼먹었다고 보긴 힘들다. 철근을 빼내어 판다고 해도 공사비 대비 푼돈에 불과하다. 중량을 계산한 구조도면이 설계도면과 현장의 시공도면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철근이 일부 누락됐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일종의 휴먼 에러인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검증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구조도면을 제출한 건축구조기술사, 이를 받아 설계도면을 완성한 건축사 및 현장의 시공 책임자까지 누구 하나 부실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무엇보다 설계ㆍ시공을 아우르는 최후의 보루인 책임지는 감리사까지 손을 놓고 있었다니 말문이 막힌다.

무량판은 100년 이상된 구조형식으로, 이를 사용하느니 마느니의 논쟁은 무의미하다. 구조 안전에 대한 점검 시스템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면 다른 구조형식도 제대로 지어졌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국토부는 오는 10월 건설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차제에 안전에 대해선 절대 타협하지 않고, 휴먼 에러도 최대한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길 바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사회적 파장 크기에 비해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지만,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다. 멀게는 삼풍백화점 붕괴에서 지난해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까지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은 희생을 치렀다.

건설기술부장 hoony@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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