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사업도 달리고 싶다上](1) 30년 된 사전확정주의, 변동성 시대에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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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6회 작성일 26-01-16 08:59본문
[대한경제=안재민 기자] 국내 민간투자사업의 대전제인 ‘총사업비 사전확정주의’가 도입된 지 30년을 넘었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장 환경이 변하고 예측이 어려운 변수가 등장해 협약 단계에서 정한 총사업비를 장기간 고정해 민자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민자사업은 1994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유치촉진법’ 제정을 계기로 태동했다. 이후 1998년 말 현재의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으로 개정한 뒤 양적 성장을 거듭해 지난 2023년 말 기준 총 853개의 민자사업(총 투자비 135조원, 한국개발연구원 통계)을 추진했다.
이 기간 국내 민자사업을 지탱해 온 핵심 제도는 ‘총사업비 사전 확정주의’다.
민간투자법에 근거해 시행되는 민자사업의 ‘총사업비’는 사회기반시설의 신설ㆍ증설 또는 개량에 소요되는 경비다. 여기에는 조사비, 설계비, 공사비를 비롯해 보상비, 부대비, 운영설비비, 각종 세금과 공과금, 영업준비금 등이 포함된다.
총사업비는 예비타당성조사, 타당성조사,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 수립 등을 통해 사전에 확정된다. 주무관청과 사업시행자 사이의 실시협약 체결로 확정된 총사업비는 원칙적으로 변경할 수 없으며 이를 ‘총사업비 사전 확정주의’라 부른다.
문제는 민자사업의 사업기간이 갈수록 장기화되면서 드러나고 있다. 최근 민자사업은 제안부터 실시협약, 착공까지 수년이 걸리고, 운영 기간도 짧게는 30년, 길게는 40∼50년에 이른다.
그 사이 경제 여건과 정책 환경, 사회적 인식, 기술 수준은 크게 달라진다. 그러나 공사비와 운영비는 과거 시점의 숫자에 묶여 있다 보니, 착공 전부터 공사비 부족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직 첫 삽을 뜨지 않았지만 대한상사중재원에 공사비 증액 관련 중재심판을 신청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사업이 대표적이다.
더욱이 착공해도 안전·환경 기준이 강화돼 공기가 연장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로 인해 추가 비용을 둘러싼 ‘사업자-사업자’ ‘사업자-주무관청’ 간 갈등이 만연해지고 있다.
준공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제도 변화는 물론 기후 변수, 친환경차 도입 등 과거에 예상할 수 없던 변수들이 추가되면서 운영 여건이 바뀐다.
이 같은 착공 전, 공사 중, 운영 기간 등에 걸쳐 수많은 변수가 발생하고 있지만, ‘총사업비 사전확정주의’에 기반한 현 제도에서 이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다. 현 제도에서 총사업비를 조정할 수 있는 조건은 ‘공사 및 운영비용이 현저히 증감하는 경우’인데 이는 지나치게 추상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전확정주의가 처음 도입된 1990년대와 지금은 사업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며 “30년, 40년 운영을 전제로 한 민자사업에서 물가와 제도가 빠르게 바뀌는데, 경직된 현 제도가 언제까지 유효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안재민 기자 jmahn@〈ⓒ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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