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현대건설안 따라갔다… 정치에 흔들린 가덕도 신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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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회 작성일 25-11-24 08:38본문
가덕도 신공항 공사 기간이 결국 84개월에서 106개월로 늘어났다. 지난 5월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현대건설이 “현실적으로는 9년이 필요하다”며 철회를 선언한 지 반년 만이다. 정부가 뒤늦게 업계의 기술적 판단을 수용한 셈이지만,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선투성이였다. 84개월이면 가능하다고 고집하던 정부가 불과 몇 달 만에 입장을 뒤집은 것은 애초 계획 자체가 무리하게 짜였다는 방증이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국토부의 ‘실책’으로만 돌리는 것은 사실관계를 축소하는 일이다. 공항 건설의 방향과 속도를 비틀어 놓은 것은 정치권이었다. 가덕도 신공항은 2016년 전문기관이 “경제성ㆍ안전성 모두 부적합”이라고 평가해 사실상 폐기됐던 사업이다. 그러나 2020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면에서 정치권은 이 결론을 뒤집었다. 이후 2035년 개항 계획이 갑자기 2029년으로 앞당겨진 것 역시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이었다. 유치 가능성조차 불확실한 국제 행사를 위해 국가 기간시설 건설 일정을 5년이나 단축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정치였다. 짧은 공기와 높은 위험도 탓에 입찰은 네 번이나 유찰됐고, 국내 최고 수준의 업체인 현대건설조차 발을 뺐다. 공기 연장은 국토부가 뒤늦게 현실을 인정한 결과지만 사태의 출발점은 정치적 무리수에 있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공사 기간은 22개월 늘었지만 공사비는 사실상 늘지 않았다. 이런 구조라면 시공사와 정부 간 공사비 갈등은 불가피하다. 국토부는 기술ㆍ안전 기준에 따라 단호하게 사업을 관리하고 공사비 문제도 사후 충돌이 아닌 사전 통제로 접근해야 한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단계다. 더 이상의 지연은 국가적 손실이다. 정치가 흔들어 놓은 사업을 국토부와 건설업계가 수습해 정상 궤도에 안착시키는 과제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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