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대재해 발생시 입찰제한, 비켜 갈 대형사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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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5-11-04 08:48본문
정부가 중대재해 발생 사업자의 공공공사 입찰참가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2년 이내 입찰을 제한하는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논의된 중대재해근절 종합대책의 후속 입법으로 사실상 정부 주도 법안이다. 그러나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도 안전조치 위반으로 인한 사망사고 시 입찰제한 규정이 있어 중복 처벌 논란이 제기된다. 건설업계는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현장에서만 466명이 숨졌다. 이중 10대 건설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26명에 이른다. 100대 건설사 중 절반 가까이가 해마다 사망재해를 겪을 정도로 건설현장은 안전에 취약하다. 이런 현실에서 법안이 시행되면 제재를 비켜갈 대형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사망사고 한 건으로 공공 공사 시장에서 수년간 퇴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중대재해 근절은 절실하다. 하지만 복잡한 공정과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모든 사고를 원청의 과실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입찰제한은 재해의 고의성과 관리소홀 정도, 개선 노력 등을 세밀히 따져서 적용해야 한다. 사망자 1명만 발생해도 입찰참가를 제한하는 것은 건설사들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이미 중처법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하고 산안법상 과태료나 영업정지도 부과되는데, 여기에 입찰제한까지 더하면 삼중처벌이 된다. 중대 재해가 발생했더라도 즉각적인 개선 조치와 재발방지 노력을 입증한 기업에는 복귀 기회를 주는 유연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결국 핵심은 처벌 강화가 아니라 예방 역량의 체계화다. 정부는 법으로 겁박하기보다 안전 투자에 나서는 기업에 세제 혜택이나 공공공사 가점 등 실질적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중대 재해를 이유로 모든 기업을 낙인찍는다면 현장은 위축되고 건설산업의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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