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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에 빠진 공사비] (2) 현실 공사비·공사비 산정 ‘미스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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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6회 작성일 25-10-1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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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ㆍ서비스ㆍ간접비 등 동반상승
폭우 등 기후변화도 변수로 작용
경직적 총사업비 관리 체계 문제


전문가 "건설기획단계서 준공까지
적정공사비 지급 막는 요인 많아
예산수립 등 전과정 재설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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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이재현 기자]이젠 상수가 된 ‘130’. 건설공사비지수가 130대 고공행진을 1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14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2월 130.05를 기록한 뒤 7월과 8월 129.96, 129.72로 내려 앉았다. 그러다가 9월 들어 130.39로 올라섰고, 이후 올 8월까지 130대를 유지하고 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장비·인건비 등의 가격 변동을 종합한 지표로, 2020년을 100으로 본다. 지수가 130대라는 것은 기준연도 대비 공사비가 30% 이상 상승했다는 의미다.

공사비 급증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요인은 자재다. 코로나19 이후 건설 중간재 물가상승률은 3년 만에 35.6% 올랐다. 같은 기간 철근은 60%, 시멘트 54.8%, 레미콘 34.6% 급등했다.

자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건비도 20%가량 상승했고, 장비 임대료 등 서비스·간접비가 동반 상승하며 총원가를 끌어올렸다.

기후 변화도 공사비를 끌어올리는 변수로 작용했다. 폭우로 성토·거푸집·양생 공정이 멈추면 단순 지연을 넘어 재시공·품질 확보 비용이 누적된다. 한파·폭염은 작업 가능 시간을 줄여 장비는 놀고, 인건비는 쌓이는 ‘이중 손실’을 만든다. 이 리스크를 계약 단계에서 미리 가격화하지 않으면, 공사 후반부 책임 공방과 분쟁 비용으로 되돌아온다.

안전 역시 더 이상 부가 비용이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관리 인력의 상시 배치, 스마트 안전장비·가설구조 모니터링, 위험공정 로봇·장비 대체 등은 필수 투자로 자리잡았다. 안전비용을 실비로 투명하게 반영하고, 예방 투자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구조여야 사고·분쟁·지연의 총비용이 줄어들지만, 현실에선 안전비가 ‘깎기 쉬운 항목’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결과, 한 번의 사고가 모든 마진을 삼키는 리스크가 상존한다.

건설현장에서는 대형공사에서부터 중소 규모 공사에 이르기까지 공사비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비단 자재값 급등의 원인이 아니라 단가 산정체계와 여러 제도의 문제점이 복합돼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실제 공사비 증가 요인이 수두룩한데도, 공사비 산정 기준과 입찰제도는 여전히 ‘저가 프레임’에 갇혀 있다. 사업비 책정 단계에서 경직적인 총사업비 관리 체계가 예산 절감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적정공사비 반영이 어렵다.

정부는 “입찰 과정에서 계약자인 건설사가 스스로 써낸 가격대로 공사비를 지급하고 있어 합리적 산정”이라고 설명하지만, 시장에선 애초 경쟁의 운동장 자체가 기울어졌다고 본다. 예산을 어떻게든 낮추려 만든 틀 안에서 저가를 제시한 업체가 수주하는 구조로는 적정공사비 보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발주청에서는 예비타당성조사 기준에 따른 공사비와 발주청 자체 기준에 따른 추정금액 간에 25~30%의 격차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경쟁의 효율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품질·안전·공기 리스크를 가격에 담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오히려 전체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실 공사비와 산정 기준의 ‘미스매치’를 해소하려면 일부 손질을 넘어 조달·계약 전 과정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기획 단계에서 준공까지 적정 공사비 지급을 가로막는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공사비 산정의 근거가 되는 예산 수립부터 계약·심의·집행·정산까지 전 과정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현 기자 ljh@〈ⓒ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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